[등산] 도봉산 등산기 (2017년 2월 5일)

산에 미친 요즘. 🙂

어제 저녁에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오늘도 가볍게 짐을 챙겨 상쾌하게 산으로 향한다.

어떤 산을 갈지는 자면서 선택이 된다.

짐은 뭐 아이젠, 스틱이 들어있는 배낭에 물, 간식만 추가로 넣고 가다가 사발면만 하나 더 사서 넣으면 끝이다.

오늘 갈 산은 도봉산으로 정했다.

도봉산도 몇번 가보았는데 도봉산역과 우이동을 들머리로 했었다.

오늘은 지하철로 도봉산역으로 가서 그곳에서 오르기로 한다.

이 모든 것은 별 고민없이 뭐 거의 즉흥적으로 선택했다. 사실 별다른 안이 없기도 했다.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 🙂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게 2월 5일 일요일 오전 9시 10분 경이다.

나의 카메라 Pentax. 요즘 다른 카메라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이것도 과분하다. 다른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긴 한데… 사람이 욕심의 동물이라…
요즘은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는게 재미있다. 조만간 좀더 먼 곳으로 대중교통 여행을 갈 예정이다.
분당선을 타고 강남구청역까지 가서 7호선으로 환승하곤 도봉산역까지 간다. 무려 1시 30분이나 지하철로 가야한다. 뭐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이런게 여행의 맛이니까…
드디어 7호선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10시 50분. 사진은 참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사진에 담긴 모습 뿐만 아니라 장소, 시간 등…

도봉산역에 내리면 많은 산꾼들이 모여있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역 바로 앞부터 맛집, 주전부리집이 넘치게 많다.

전에 도봉산에 갔을때 이곳에서 샀던 김밥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도봉산에 갈때에는 항상 역 앞에서 김밥을 산다. 이곳은 특이하게 김치 겉절이를 함께 넣어준다. 봄에는 봄동으로 담그는데 그게 또 참 별미라고 한다. 도봉산 봄동 겉절이 김밥 먹으러 봄에 또 도봉산에 올라야겠다.

집을 나설때에는 좀 흐린 날씨였고, 예보에서도 오후에 전국적으로 눈비가 올 것이라 했는데 도봉산역에 내리니 이미 눈이 내리고 있었다. 역을 나와서 도봉산 입구로 걸어가는 산꾼들…
가다가 이곳에서 김밥을 샀다. 미리 김밥을 말아놓는게 아니라 주문하면 그때 뜨끈한 밥을 꺼내서 속도 많이 넣고 푸짐하게 김밥을 말아주신다. 겉절이도 함께 넣어준다. 가격은 2천원. 눈도 내리고 써늘한 날씨라 따뜻한 김밥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저 앞의 막걸리와 파전도 탐 났지만 이는 나중을 기약한다.
도봉산은 북한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다.
도봉산 입구 초반에 있는 ‘광륜사’ 벽에 붙어있는 소원리본들이다. 요즘 내가 삐딱한지, 무상 혹은 딱 저 리본값만 받고 소원들 빌게 해주었다면 진정이고 소원 명복으로 큰 돈을 요한다면 가짜라고 본다. 절의 고즈넉함을 좋아하는데 요즘 그런 절은 보기 힘든 것 같다. 절 입구부터 나타나는 메뉴판들. 초 얼마, 쌀 얼마, 합격 기원 얼마, 기와 얼마, 명복 얼마. 돈돈돈!!! 절 다운 절을 만나고 싶다.
가다보니 김수영 시비가 있어 사진을 찍었다. 찍고 보니 달을 가리킨 손가락만 보고 정작 달은 보지 않는다는게 딱 내 말이구나 싶었다. 시는 안보고, 시비도 안보고, 시비 표시만 봤구나.
포장된 도로를 따라서 좀 걷다보면 이제 본격적인 등산의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좀 돌아서 오르게 되고 우측으로 가면 가파르게 정상으로 갈 수 있다. 나는 길게 돌기를 좋아한다. 왼쪽 우이암쪽으로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내려왔다.
북한산, 도봉산에는 절과 암자가 많다. 등산 초반에 있는 금강사 입구이다.
겨울 산행을 즐기는 산꾼들이 많다. 어떤 글에서 보면 산님이라고도 부르던데 정감있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나는 왠지 산꾼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 산을 향한 애착과 그 힘겹고 묵묵한 걸음을 즐기는 느낌이 산꾼이라는 표현에서 묻어나는 것 같아서이다. 

걸으면서 북한산은 아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도봉산은 엄마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엄마로 대변되는 속성이 무엇일지는 사람마다 다를텐데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북한산은 크고, 웅장하고, 압도적이고, 힘들다. 중앙에 턱 자리잡고 고고한 기상을 뽐낸다. 함부로의 범접을 용인하지 않는다. 기세가 대단하다.

도봉산은 뭔가 아기자기 편안하고 재미있다. 오솔길, 계곡, 암자 등이 곳곳에서 편하게 산꾼들을 맞이해준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거의 붙어있다. 북한산이 도봉산보다 조금 더 높다.

아빠는 어때야하고, 엄마는 어때야한다는 것도 선입견이고 사회, 문화, 교육의 결과일텐데 어쨌든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이날 눈도 내리는 쌀쌀하고 추운 날이었지만, 나는 도봉산 품속에서 포근함을 느꼈다.

내게 도봉산은 엄마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가다보니 또 절이 보였다. 구봉사.
구봉사 안에는 크게 부처님상에 놓여져있다. 왼손에는 향로와 오른손에는 연꽃을 든 모습이다. 빨간 입술, 수염, 손에 든 향로와 연꽃, 아우라 등 그동안 봐왔던 모습과는 조금 새롭다.
구봉사 옆으로 난 등산로를 걸으며 부처님 상의 옆을 찍어본다. 역시 내가 삐딱하군. 앞에서 봤을때 멋있었던 아우라가 저렇게 부처님 머리에 박혀있다니 왠지 부처님이 힘들어보였다. 왜 종교가 이렇게 화려하고 크고 빛나야할까… 음…
눈이 내려서 점심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아까 산 맛있는 겉절이와 김밥을 먹어야겠는데 어디가 좋을지 찾으며 가는데 저 다리 밑에서 식사하는 분들을 보았다. 참 명당이네. 하지만 저 자리는 저 분들이 쓰고 계시니 나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 계속 간다.
도봉산은 완전 겨울이다. 이런 눈 덮인 계단을 터벅터벅 한발자국씩 걸어간다. 겨울산에서 아이젠은 필수이다. 어느새 몸은 후끈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진다. 볼은 써늘하지만 마음은 차운하며 뜨겁다. 이 맛에 등산을, 겨울산행을 한다.
얼마안가 또 절이 나온다. 성불사…
감천… 달감에 샘천… 물 맛이 달 정도로 좋다는 말인데, 안을 보니 물은 말라있다. 슬프다…
천 앞에 물 그릇은 여럿인데 물이 말라있다니…
성불사에 도착했을땐 함박눈이 내렸다.
이분은 달마이신가…? 포대화상이신가…? 검색을 해보니 대자유인 포대화상이 맞다.
함박눈이 내리는데 얇은 옷에 배를 드러내놓고도 환히 웃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포대화상인 듯 싶다.
성불사 위에는 천진사가 있고 그곳에는 특이하게 단군의 상도 있었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이제 등선이 시작된다.
능선에 다다라서는 너무 배가 고파서 아까 산 김밥을 먹었다. 눈을 피할 곳이 마땅히 없어 적당히 바위에 앉아 눈도 맞아가며 김밥을 먹었다. 산위에서 눈을 맞으며 먹는 김밥과 겉절이 맛을 알까…???
등산 내내 조망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시간이 갈 수록 눈은 더 내렸고 고도가 올라갈 수록 시야는 제로에 가까워졌다.
겨울산이 이토록 멋있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눈 예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에는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 참 많이 오셨다.
겨울산은 특히 조심해야하지만, 기본이 갖추어지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일단 순백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소복히 쌓인 눈은 흙만큼이나, 어찌보면 흙보다도 폭신하다. 기온은 차지만 몸이 뜨거우니 참으로 상쾌하게 느껴진다.
우이암을 우회하여 신선대로 가는 길에서 찍은 산비탈이다. 눈이 많이 쌓여있고 저게 흘러내리지는 않겠지 라는 우려가 되는 곳이었다. 이런 곳을 지날때에는 걸음이 빨라진다.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눈 쌓인 나무들의 모습이 너무도 새로웠다.
나무별로 눈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다 다르다. 침엽수인데 동글동글 목화처럼 되었다.

전망이 매우 좋은 곳인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운봉까지는 이제 800미터 남았다. 시내에서의 800미터와 산에서의 800미터는 서로 의미가 다르지만… 🙂
산을 좀 다녔더니 체력이 좋아졌나보다, 왠만한 계단은 쉬지 않고 오른다.
세포로 이루어진 식물이 혹독한 영하의 날씨에 고스란히 노출되고도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바람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신선대 거의 다 와서 만난 바위위에 자리잡은 나무. 전에 왔을때에도 봤던 기억이 난다. 흙도 아니고 바위이던데 어떻게 저기에서 자리를 잡고 양분을 흡수해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신선대 오르는 모습. 줄과 난간을 잡고 가파르게 올라야한다. 시야는 완전 제로다.
저 너머에 자운봉이 있는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신선대 정상에서…. 셀카… ㅋㅋㅋ
자운봉. 도봉산의 최고봉은 자운봉인데 일반 등산객은 오를 수가 없다. 따라서 그냥 오를 수 있는 도봉산의 최고봉은 현재 서 있는 신선대이다. 날씨가 좋으면 지척의 자운봉과 멀리 삼각산의 백운대 등도 보이는데 오늘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온다. 어떤 아저씨가 내려오면서 인생무상에 대한 것을 즉흥적인 창으로 소리를 하시는데 정말 잘하시더라… 다른 분들도 앙콜을 외쳤다. 산에 와보면 참 다양한 분들을 보게 되고 그 중에는 대단하신 분들도 많다.
연결된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이쪽으로 내려가면 마당바위를 지나 도봉산역으로 가게 된다.

등산하면서 라면은 오늘까지만 먹어야겠다. 너무 맛있기는 한데 좋은 곳에 와서 힘들게 운동하고선 몸에 좋지도 않은 라면이라니 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다음부터는 따뜻한 컵밥 등으로 준비해야겠다. 라면의 유혹을 쉽게 끊을 수 있을지 고민이네… ㅋㅋㅋ
면을 좋아하는 딸랑구에게 보내려고 일부러 찍은 사진. 힘들게 등산하고 눈 밭에서 먹는 따끈한 라면맛… 크~~~
하산길은 별로 힘들지 않다. 푸근한 도봉산길을 휘척휘척 내려온다.

천축사로 가는 계단을 연꽃이 안내한다.

천축사에 있는 수많은 불상들… 천축사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살짝 인도풍이다.
왜 비뚤게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천축사 대웅전… 🙂
이렇게 경치좋고 공기좋은 곳에서 여유롭게 살면 좋겠다.
다시 연꽃길따라 내려간다.
거의 다 내려왔다. 내려올 수록 눈은 없어지고 겨울보다는 가을의 풍경이다.
좀전까지 눈속에 있었던게 믿기지 않는다.

도봉산도 크고 깊다.

처음에 도봉산역에 내렸을때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오늘은 줄서서 일렬로 올라가겠다 싶었는데 여러 갈래의 등산로로 나눠지고선 한적하게 등산을 했다.

등산을 마치고 다시 처음의 들머리로 모여질때에는 처음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그때는 다들 등산을 즐겁고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에 얼굴 표정이 밝고 발걸음이 가벼운 살짝 고무된 느낌이다.

그렇게 여럿과 함께 길을 걸어 다시 도봉산역으로 가다가 돼지껍데기와 닭발을 포장해와서 집에서 가족들과 등산 뒤풀이를 했다. (등산은 나혼자 했는데 뒤풀이는 다함께… ㅋㅋㅋ)

다시 지하철을 1시간 30분을 타고 와 동네에 도착했다. 이곳은 눈이 안왔나보다. 완전히 다른 풍경이 새롭다.
집으로 가는 길…
아내는 두부찌게를 해놓았고, 거기에 좌돼지껍데기, 우닭발로 잔치상을 벌였다. 막걸리 한잔에 취해서 노곤히 잠이 들었다.

오늘도 즐거운 산행이었다.

다음주는 어딜가지?

행복한 고민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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