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등산기 (희방사역 – 연화봉 – 비로봉) – 2017년 2월 18일

등산에 빠져있는 요즘.

올해 들어서 벌써 꽤 많이 등산을 했다.

북한산, 관악산, 광교산, 청계산, 도봉산

수도권 근교산이 아닌 좀 더 멀고 높고 깊은 산을 가고 싶었다.

작년 쿵스레덴 여행 이후로 사물함 깊숙히 짱 박혀 한번도 나들이도 해보지 않은 배낭을 메고 하루종일 걷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머리보다 행동이 빨라졌다.

나의 큰 변화이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마눌님의 재가를 얻어 바로 예약을 한다.

예약을 할 것은 두가지, 소백산 대피소와 왕복 교통편.

운좋게 두가지 모두 잽싸게 예약에 성공했다.

이제 준비를 해서 출발을 하면 되는 것이다.

가자! 소백산으로…

기차 예매는 참 오랜만에 한 것 같다. 그동안 국내 여행은 자가용 위주로 했으니까… 근데 요즘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 아주 재미있다. 앞으로는 예약도 없이 보다 무계획적으로 인연따라 하게 되는 여행을 해야겠다.

 

쿵스레덴 이후로 짱박아놨던 배낭을 꺼내 다시 짐을 챙겨 넣었다. 당일치기면 간단히 점심거리만 싸가면 되는데 대피소 1박이라 침낭, 버너, 코펠, 쌀, 라면 등도 넣었다. 무게는 약 10여 킬로그램??? 앞쪽에 불룩한 것은 막걸리 한병이다. ㅋㅋㅋ

 

청량리에서 기차가 아침 6시 40분 출발이다. 휴…

여기 분당에서 청량리까지 저 시간까지 가려면 거의 첫 지하철(5시 5분)을 타야할 것 같다.

알람을 4시 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해놓았다.

원래 아침잠이 없지만 금요일을 그냥 일찍 자는게 아까워 늦게까지 놀았더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뽀뽀를 하고, 나와 함께 일어난 아내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그 시간이 5시 15분이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않지만 딱 맞춰 도착을 할 것 같아서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이렇게 사진 찍을 시간에 서둘렀으면 좀 더 여유롭게 갔을텐데… 하지만 이렇게 사진도 찍고, 평소에 보던 것도 새롭게 보고, 평소에 보지 못한 것도 보려고 여행가는 것 아닌가? 집 옆에 있는 전화부스인데 평소에 존재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전화부스…
분당선을 타고 왕십리까지 가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청량리로 간다. 멀다… 근데 즐겁다. 결국 6시 30분에 청량리에 도착해서 살짝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집에서 10분만 일찍 출발해야겠다. 🙂

 

기차는 정확히 정시에 출발했고, 나는 모처럼의 기차여행에 푹 빠져들었다.

팔당호를 지나…

 

어느 마을의 초등학교도 보고…

 

왠지 점점 시골스러워짐을 느끼며…

 

복잡한 철로의 만남과 어긋남도 보고…

 

어떤 의미를 담아 만든 것인지, 내겐 왠지 19금 (음… 내가 타락한 듯…)처럼 보이는 그런 알록달록 기차도 보고…

 

이제 단양을 지나는 것 같다…

 

2시간 30분만에 드디어 희방사역에 도착했다.

 

소백산을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대피소가 있어서 1박을 할 수 있는 국립공원이었기 때문이다.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 등도 대피소가 있어 1박 이상이 가능한데 이번주부터 입산통제로 알고 있었다. (지금 찾아보니 잘 못 알았다. 3월 2일부터 봄철 입산통제로 대피소 운영을 안하는 곳이 있다. 언제 바뀌었지? 분명히 공지에 뜬 것 봤는데… 쩝…)

희방사 코스를 고른 이유도 단순한다.

한번의 교통편으로 환승없이 바로 등산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아담한 희방사역. 뒤편으로 소백산 자락이 보인다. 까마득히 높아보인다. 날씨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춥다고 하던데 추위는 잘 모르겠고 하늘이 아주 파란게 느낌이 좋다.

 

철도에서 사진 찍기. 이런거 좋아하면 안되는데 자주 할 기회도 없어 꼭 하고 싶었다. 🙂

 

기차에서 함께 내린 등산객으로 보이는 분들은 꽤 많았다. 얼핏 봐도 20여명 정도? 그 분들 따라가면 되겠구나, 그분들과 오늘 등산 같이 하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사진 놀이 하느라고 살짝 시간을 쓴 사이 역사를 나와보니 모두가 사라지고 없다.

아니? 금세 어디로 다들 가신거지?

 

희방사역 앞의 표지판에 의하면 희방사까지는 3.5km이고, 희방사에서 더 오르면 연화봉이 나온다. 대부분이 희방사로 가리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기차를 같이 타고 온 등산객들이 안보이는게 희한했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고쳐매고,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배낭을 짊어지고 심호흡 세번 하고 길을 나선다.

초반에는 시멘트길을 따라 추적추적 올라간다. 저 앞의 소백산 자락이 보여 저곳이 오늘의 목적지구나~~ 라고 생각하며 터벅터벅 걸어간다. 아무도 없이 혼자 여유롭게 천천히 걷는 걸음이 좋다.

 

가다보면 길이 바뀌어 이런 자연의 길을 걷게 된다.

 

아직 절기상으로 겨울이고, 오늘은 기온도 많이 내려가서 춥지만 확실히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한겨울과는 다르다.

 

헉헉대며 올라가니 갑자기 주차장이 나왔다. 헐… 이제야 등산객들이 기차역에서 사라진 원인을 알았다. 기차역에서 얼핏 본 택시들, 이곳의 주차장, 유레카! 그분들은 택시 등 운송수단을 이용해서 등산로 입구까지 간 것이었다. 여기는 희방3주차장이고, 더 위에 2, 1 주차장이 있다. 아직은 소백산 입구에 든 것이 아닌 것이다. 저기 산 정상을 보면 능선따라 하얗게 눈이 쌓여있음이 보인다. 저기까지 어떻게 오르지? 라는 우려가 든다.

 

희방계곡 자연관찰로를 따라 걷는다.

 

조록조록 아주 작은 귀여운 폭포(?)

 

사실 이번 소백산 등산에서 작지만 안좋은 두가지 기억이 있다.

그중 하나가 등산로 초입에서 희방사 관람료라고 일괄적으로 요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종교에 불만을 많이 갖고 있는데 절이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요금을 징수한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열번 양보해서 절 입구에서 절을 정말로 관람할 사람들에게 요금을 징수한다면 그건 뭐라 할말이 없다. 불만은 갖겠지만 그게 싫으면 절에 안가면 되니까…

근데 여기는 등산로 초입 입구에서 일괄로 요금을 징수한다. 희방사까지는 한참이 남았고, 희방사를 전혀 안가볼 수도 있는데 무조건 요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문화재 보유 사찰인 경우 문화재 참관비 명목으로 징수하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007년에 폐지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설악산 입구에서도 현찰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안에 있는 신흥사라는 절에 문화재가 있다고 문화재 보호법 빌미로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설악산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입구에 들어가고서 신흥사에 전혀 안 갈 수 있다. 안가도 된다. 신흥사쪽으로 눈길조차 안 돌릴 수도 있다. 그런데 입구에서 징수를 하는것이다. 구리지 않은가?

예전에 지리산에 갔을때 길목에서 천은사라는 절에서 일괄로 돈을 징수해서 어이가 없었다. (참고)

관련 뉴스가 나온 걸 봤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들었는데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 희방사의 관람료가 어이가 없지만 뒤에 사람들도 있고 하여 기분 나쁘지만 돈을 내고 올라간다.

나중에 알고보니 희방사에는 국보나 보물 급의 문화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유형문화재가 있을 뿐이다. (동종)

종교가 썩은 것인지, 관리가 썩은 것인지, 둘다 썩은 것인지…

상쾌한 마음으로 걷던 발길이 무거워지고, 입맛이 쓰다.

 

연화봉 가는길 대문을 지나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된다.

 

희방폭포이다. 한 겨울이면 꽝꽝 얼어붙었을 저 물줄기가 이제 일부는 녹아 물로 흘러내리고 있다. 확실히 봄이 오고 있다. 곳곳에서 봄이 느껴지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한다. 거의 모두가 희방폭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나도 여러번 찍어 드렸다. 나는…? 언제부턴가 내 모습을 잘 찍지 않는다. 혼자일때 부탁하기도 번거롭고, 셀카는 잘 안나오고… 그냥 풍경만 찍는다. 히… 희방사는 철제 계단을 지나 올라가면 바로 있다.

 

등산로와 희방사 갈림길에서 나는 희방사를 택했다. 돈을 냈으니 돈 값은 받아야지… 희방사로 가는 나무 계단이다. 돌 계단도, 시멘트 계단도, 철제 계단도 아닌 나무 계단이라 느낌이 좋다.

 

희방사. 특별할 것 없는 절이었다. 소백산 중턱의 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절이라는 것 빼고는 다른 한소식했다는 고덕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등산객들 주머니 돈 뺏어먹는 종교사업체로 보인다. 저 다리 건너 담을 끼고 오른쪽으로 가면 등산로와 다시 만난다.

 

대웅전. Wikipedia에 의하면 [643년 혹은 883년에 두운(杜雲)이 창건했다. 1850년에 불타 다시 지었으나, 한국 전쟁 도중 다시 불타 1954년에 재건했다] 라고 써있다. 몇번을 불타서 약 60년 전에 새로 지은 절이다.
대웅전 내부 모습. 저 부처님이 어떤 부처님인지, 공덕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이나 불법이 있는게 아니라 불전함과 연등법회 모금안내문이 크게 써있다. 불전함은 대웅전에 2개나 크게 있다. 도유형문화재라는 동종은 법당 왼쪽 구석에 놓여져있다. 저 부처님 모습도 익히 보아온 석가모니불과 달라 어떤 부처님인지 잘 모르겠다. 마음이 부처라고 하더니 입장료에 내 마음이 배배 꼬인 것 같구나. 백장스님의 말씀처럼 이 땅의 불교가 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 동안 일하지 않으면 하루 동안 식사하지 않는다.- 백장(百丈) 으로 청정했으면 좋겠다.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한소식하겠는가…

 

등산로로 접어드는 길에 거북비석과 사리탑이 있다. 화산대종사의 사리탑이라는데 화산대종사가 어느분인지 설명이 없어 알 수가 없다. 저 거북이의 머리 (귀두) 기상이 대단하다. (이번에는 계속 19금 음란마귀가 내 눈에 씌였나보다… ㅋㅋ)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4월까지는 산행 시 아이젠을 꼭 가져가야한다. 도시 등에는 눈 기미가 없더라도 산에는 눈과 얼음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죽음의 경사로로 땀 좀 쏟는다.

 

터벅터벅 한발한발 묵묵히 걸어올라가시던 어느 어르신. 연세가 부모님뻘은 되어보이는데 이 날씨에 이런 산을 저렇게 잘 오르시다니… 내 양가 부모님은 이제 거동이 편치 않으셔서 이렇게 등산을 하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데… 부러웠다. 나도 관리를 잘 해서 나중에 손주들과도 산을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손주들이 산에를 가려고 할까…???

 

한참을 걷다보니 나무가지 사이로 오늘의 종착지인 제2연화봉 대피소가 보였다. 까마득히 높고 멀다. 걸을때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를 절로 읊조리는 나를 발견했다.

 

오를 수록 풍경은 겨울로 변해간다.

 

트레킹을 하거나 등산을 할때마다 새삼 느끼고 놀라는 것은 ‘걸음’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아까 그토록 까마득했던 저 곳이 성큼 눈앞에 다가와있다.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힘이 들어도 그동안의 걸음의 효과를 인식하는 순간 절로 뿌듯함과 힘이 솟아올라 다시 걸을 기운을 얻게 된다.

 

저곳은 연화봉 바로 옆에 있는 소백산 천문대이다. 사실 그동안 단양에 왔을때마다 제2연화봉 대피소에 있는 탑을 천문대로 잘못알고 있었다. 조금 아담해보이는 천문대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나중에 가까이 가서 보니 경주 첨성대를 본따 만든 것 같다.

 

걷다보니 갑자기 눈 앞의 하늘이 열렸다. 바로 저 앞이 연화봉인 것 같다. 다시 봐도 오늘 하늘은 대박이었다. 구름 한점 없이 아주 파란 하늘.

 

연화봉 정상 바로 앞에 이르자 갑자기 ‘상고대’가 나타났다. Wikipedia에 의하면, 상고대(hard rime) 또는 수빙(樹氷)은 서리가 나무나 풀 따위 물체에 들러붙어 눈처럼 된 것이다. 희방사옆에서 산 정상을 올려다보았을때 하얗게 보이던 풍경은 그냥 눈이 아니라 상고대였다. 파란 하늘과 하얀 상고대의 대비… 눈이 시릴 정도였다.

 

이것이 소백산 연화봉의 상고대이다. 지금부터는 상고대를 끊임없이, 원없이 보게 된다.

 

소백산 연화봉에서 둘러보는 풍경. 소백산 줄기가 참 멋드러진다. 저 멀리 파란 하늘과 땅 사이의 잿빛 띠가 무엇일까. 저게 일종의 미세먼지, 공기 오염인가…? 단양, 영주라는 우리나라 청정지역에 와서도 저 띠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갑자기 마음이 갑갑해진다.

 

희방사역에서 5.9km를 걸어왔고, 오늘은 비로봉까지 갔다가 다시 올 예정이다. 이정푯말에도 상고대(?)가 자리잡았다. 하루종일 하염없이 걸을 생각에 살짝 흥분이 된다. 나는 걷기를 참 좋아한다. 산의 능선따라 걷기를 제일 좋아라한다. 푸근한 흙길이나 소복소복한 눈길 걷기를 가장 좋아한다.

 

현 위치 연화봉은 해발 1383 미터란다.

 

아까 올라오면서 봤던 제2연화봉 대피소와 소백산 천문대가 이제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참 좋다… 너무너무 좋다… 올라와서 느끼는 이 시원함과 짜릿함이 참 좋다. 세찬 바람에 볼이 떨어져나갈 것 같지만 입에선 절로 ‘좋다~~ 정말 좋다~~’라는 말이 쏟아져나온다.

 

연화봉 정상에 있는 정상석. 대부분 본인을 넣어 인증샷을 찍지만 나는 인증샷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혼자 가는 것에 대한 핑계다… 🙁 )

 

소백산 천문대와 그 앞쪽으로 펼쳐진 산줄기…

 

저 멀리 제1연화봉이 보인다. 오늘의 코스는 이곳 연화봉 -> 제1연화봉 -> 비로봉 -> 제 1연화봉 -> 연화봉 아래로 지나서 -> 제2연화봉 대피소로써 여기서부터 약 12km 의 여정이 남아있다.

 

저기가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이다. 거리상 별로 멀지는 않다, 약 4.3km.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시야가 좋다. 기분이 좋다.

 

비로봉까지의 산 줄기이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의 신체 내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1연화봉과 비로봉을 함께 담는다. 저곳까지 가려는데 배에서 밥달라고 난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먹어야 갈 수 있다. 연화봉 정상에서는 바람이 너무 세서 식사를 할 수가 없어 식사할만한 곳을 찾아본다.

 

소백산 천문대와 건물이 마치 장난감 같다. 저쪽으로 가서 조금이나마 바람을 피해 식사를 해야겠다. 불과 방금 전 정상에 다다르기 전에는 바람을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정상에 오르니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피부가 찢겨나가는 것 같다.

 

소백산의 흔한 상고대. 완전 한 겨울 눈이 많이 내렸을 때에는 더 소담진 상고대를 보여주었을 텐데… 올해에는 그걸 못봐서 아쉽지만 현재의 이런 모습으로도 나는 황홀경에 빠졌다. 이렇게 온통 하얀 비현실적인 모습에 정신을 못차리겠다.

 

천문대 앞에 있는 지구본(?) 앞에 앉아 지구본을 바람막이 삼아 식사를 했다. 식사라고는 담아온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담아 익힌 사발면과 견과류, 초콜렛 등. 등산을 오면 소박하게 먹어 좋은 것 같다. (술을 안하면 더 좋을 텐데… 이건 좀 양보하기가 힘드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연화봉 쪽으로 올라 비로봉을 향한다. 출발한 시간이 1시 조금 넘은 시간이고 추가로 이동할 거리가 약 12km, 산이라 해는 조금 빨리 떨어질 것이고, 대피소 입실은 6시까지라 조금 서두르기로 했다.

 

오전의 등산은 남쪽에서 오르는 길이라 눈이 많지 않았으나 연화봉을 경계로 북쪽 코스로 접어들어 완전 눈나라에 들어간 느낌이다.

 

제 1 연화봉의 계단길이다. 많은 이들이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하고, 내려가는 것은 더 힘들어하는데 나는 이런 계단은 별로 힘들지 않다. 규칙적으로 밟기 편하게 만들어놓아서 힘들지는 않다. 재미도 없어서 문제이긴 하지만…

 

오아시스처럼 산 사이에 한 국자 담을 것 같은 호수.

 

내 눈에는 사람의 형상으로 보인다. 머리, 눈, 코, 입…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나무의 정령, 엔트처럼 보인다. 물론 여기는 나무가 아닌 바위이지만… 아무도 없이 깜깜한 밤이 되면 두둥 일어나는 것 아닐까?

 

나무, 상고대, 하늘…

 

얼마나 눈이 쌓인 것이냐… 한 겨울에는 흔적도 없이 묻혀버렸겠다…

 

먼저 이 길을 오갔던 분들로 인해 길이 나 있고, 나도 이길을 따라 걷는다. 머리 위로는 바람 소리가 매섭게 들리지만 나무가 대신 막아줘 나는 푸근함과 푹신함을 느끼며 눈길을 기분 좋게 걸어나간다.

 

비로봉이 또 성큼 가까워졌다.

 

달려가면 한 걸음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

 

펄쩍 뛰면 꼭대기에 다다를 것 같다. 🙂

 

한걸음 한걸음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까 출발한 연화봉이 까마득히 보인다.

 

산 줄기의 주름이 매우 역동적이다.

 

이제 정말 다왔다. 이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비로봉이다.

 

비로봉 칼바람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몸소 몸으로 맞아보니 명성이 실제보다 약한 느낌이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있음에도 몸이 휘청 절로 움직여질 정도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오를수록 바람은 더 세지고 있다. 사진에 잡힌 저 아저씨도 모자를 부여잡고 어우 추워, 어우 추워~ 라며 총총 걸음으로 뛰어 내려오셨다.

 

비로봉 오름길에 놓인 소담진 상고대

 

마침내 비로봉 정상에 올랐는데 헬기 소리가 나서 보니 어의곡쪽에 사고가 났는지 구조헬기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칼바람은 거세고 체감기온은 영하 10도 이하일 것 같은데 큰 사고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긴급상황인 것 갈다. 별일 아니길…

 

비로봉에 도착한게 오후 3시 15분 경.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닌데 정상에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에도 인물 없는 정상 인증샷!! 🙂

 

걸어온 길이 까마득하다. 다시 저만큼 가야한다는 생각에 아득하기도 하고, 아늑하기도 하다. 해는 아직 중천에 있고 왔던 길은 폭신하고 푸근한 능선임을 알기에 마음도 넉넉하다.

 

비로봉 정상의 돌무덤… 써놓고 보니 저것을 무덤 말고 달리 표현할 말을 모르겠다. 왜 저것을 무덤이라고 해야할까… 정말 안좋은 일이 있어서 무덤으로 만든 것은 아닐테고, 기원을 담은 돌들을 모아모아 언덕(?)을 이룬 것일텐데… 그래 돌무덤 말고 돌언덕이라 해야겠다.

 

비로봉 꼭대기에서는 참으로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여유롭게 머무를 수가 없었다.

콧물이 흐르면 바람에 휘날려 휘날린 상태로 얼어버릴 것 같다.

만화나 개그 프로그램에서 바보로 나오는 사람을 묘사하는 그 모습이 떠오른다.

몸을 돌려 비로봉을 내려오며 피식 웃음이 터진다.

바람의 기록….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세기로 불었는지 생생히 느껴진다.

 

비로봉의 능선길은 참으로 곡선이 곱다. 둥그렇고 풍만한 것이 엄마의 가슴 같다고나 할까… 언제든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구조를 했는지 헬기가 급히 돌아간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별다른 사고 뉴스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파란 하늘이 참 곱다. 계속해서 오늘 날씨는 대박이었다고 생각한다. 혹시 오늘 밤에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결과적으로 별은 보지 못했다.)

 

누군가 삽으로 눈을 저곳에 퍼서 모아놓은 것은 아닐테고… 눈이 저만큼 내려 쌓인 것이다. 덜덜덜덜…

 

소백산을 우리나라 최대의 육산(肉山)이라 한다는 데 맞는 것 같다. 올록볼록 포근포근한 산길이 걷기에 편하고 즐겁다.

 

제 1 연화봉에 다시 도착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목적지가 지척인 것 같다. 배낭의 무게는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내 한 몸이 된 것 같다.

 

연화봉으로 다시 오르진 않고 그 아래에서 대피소 쪽으로 빠진다. 2.9km. 약 1시간 정도 예상해본다.

 

해가 기울어지는 서쪽으로 간다.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리 쪼들릴 것 같지도 않아 마음에 여유가 있다. 느긋하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간다.

 

 

첨성대를 본 따 지은 듯한 소백산 천문대. 이번 산행에는 내 눈에 음란마귀가 끼었는지 저 천문대가 19금으로 보였다. 🙂 오면서 본 기차도 그렇고, 희방사 옆 사리탑의 귀두도 그렇고 나 이번에 왜 이러냐… ^^. 아미타파…

 

처음 가보는 대피소이다. 본래는 포장길인데 눈이 쌓여서 걷기에 편하다. 또 한발한발 걷다보니 어느새 대피소가 성큼 눈 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대피소까지는 빙빙 돌아 한참을 가야한다.

 

대피소까지는 길을 빙빙 돌아 돌아 돌아 올라가야한다. 다 온 것 같지만 아직 멀었다. 여기를 가 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지금까지 산 그림자에 가려 왔다면 이제부터는 노을빛의 황홀함과 함께 걷는 시간이다. 갑자기 빛이 쏟아졌다. 은은한 노을빛이…

 

예상치 못했던 빛의 향연이었다. 노을빛이 너무 고와서 황홀한 느낌으로 대피소까지 걸어갔다.

 

내 모습이 없어서 문득 길게 늘어서 그림자로 대신하여 한방 찍어준다. 쓰고 보니 처량해보이네… 쩝…

 

대피소 가는 길이기도 하고, 죽령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거꾸로 말하면 죽령에서 올라올 경우 이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야한다. 산타는 맛은 안 날 것 같다.

 

드디어 대피소가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빙빙 돌아 올라야한다. 대피소는 그리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대피소로 오르는 마지막 황금계단이다. 색이 너무도 곱다…

 

드디어 도착했다. 노을빛이 너무도 곱다. 스스로 대견하고, 힘들고 지친 나를 반겨주는 대피소도 고맙다.

 

대피소에 짐을 풀고 취사장에서 식사를 해서 먹고는 피곤한 몸을 뉘이니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밤에 나가서 별을 보고 싶었는데 한번 누운 몸과 정신은 아침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

해발 1,300미터에서의 수면은 꿈보다 달콤하더라…

오늘 참 수고 많았다.

굿나잇!!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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