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삐딱이…

나는 신체적으로는 오른손잡이인데 정신적으로는 왼손잡이(?)인가보다.

나의 성향이 그런가보다.

주류보다는 비주류를 좋아한다.

남들 다하는 것은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것, 남들이 안하는 것, 나만의 것을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추구한다.

나의 그런 취향이나 추구의 사례들이 무엇이 있을까?

학교: 사실 경상도의 P모 대학에 가고 싶었다. 저기 먼 지방(?)에 짱박혀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파묻히고 싶었다. (그 학교를 간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심이 아닌 저 아래 지방이라는 것 이유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는 여러가지 이유로 서울로 가게 되었고 따라서 학교는 나의 삐딱이에 대한 적당한 사례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러기를 바랬어서 기록을 한다.

 

회사: 대기업에 지원한 적이 없다. 현재는 대기업에 인수되어 바라던 데로 되지 않았지만, 내가 지원하고 다녔던 회사는 모두 벤처나 그리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다. 부모님은 못마땅하셨을거다. 결과적으로 살짝 후회되는 바가 없진 않지만 천성은 못바꾸나보다. 사실 나만의 세계,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싶은 생각이 많다. (나같은 사람은 직장인이 맞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도서 중에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라는 도서도 있다. 유유상종이라고 내 회사 동료들도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고 추구하기에 이 크지 않고 자유로운 이 회사를 다니고 있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는 분명히 장단점이 있다. 대기업에 단점이 있지만 배우는 것도 많고 기회가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도 분명히 있고 나는 나의 선택을 한 것이다. 여기도 정년까지 다닐 지는 모르겠으나… 🙂

 

카메라: 누군가 그러던데, 남자는 니콘, 여자는 캐논, 나는 펜탁스. 펜탁스보다 더 마이너한 회사의 제품도 많겠지만 단순히 마이너 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라 뭔가 꼴통(?), 똘기가 있는 회사, 제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펜탁스를 택한 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예전 펜탁스 ME 라는 필름 카메라의 영향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펜탁스 제품의 특징을 경박단소(輕薄短小)라고 한다던데 요즘은 내가 카메라 트렌트를 보지 않아 요즘도 펜탁스가 예전과 같은 꼴통, 똘기가 있는 제품을 꾸준히 추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에도 펜탁스를 쓰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고, 가끔 전시회장이나 공원 등에서 펜탁스 카메라를 쓰는 사람을 보면 무척 반갑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한다. ‘당신도 그런 걸 좋아하는 분이시군요…’ 🙂 근데 요즘 자꾸 라이카라는 이름의 지름신이 접신을 시도하고 있어서 고민이다.

펜탁스 K-5

 

컴퓨터: 처음 컴퓨터를 접했던 초등학생 때부터 애플 컴퓨터를 좋아했고, 현재는 애플 컴퓨터를 메인으로 쓴다. 처음 컴퓨터를 구입하고 공부할 때에도 애플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애플이 수년간 시가총액 1위로 전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회사가 되었지만 그래도 애플은 여전히 비주류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하고 싶은 데로 해야 성과도 좋고 별 탈이 없는 것 같다. 남들 다 하는 것, 남들이 좋다는 걸로 하면 결국은 빙빙 돌아 내가 좋다는 것을 택하더라고… 시간과 돈과 정력을 아낄 겸 좋아하는 걸로 처음부터 하는게 좋은 것 같다. 그 외에 리눅스나 FreeBSD도 좋아했지만 요즘은 관리할 여력도 없어서 그냥 애플에 정착하기로 했다. 참고로 집의 홈서버는 FreeBSD로 운영하고 있다.

apple computer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예전 초창기 알록달록했던 애플의 로고
freebsd daemon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블로그에서 퍼옴. FreeBSD 마스코트인 데몬.

  

키보드: 회사 사람들이 내 키보드를 보면 엽기적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새롭고 남들 안쓰는 것들, 남들은 줘도 안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이런 걸 만든 사람도 쓰라고 만든 것일테니 죽어도 못쓰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못 쓴다기 보다는 그 고비를 넘기면 더 원활히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일 것이다. 내가 쓰는 키보드는 해피해킹 프로2 흰색 무각이다. 해피해킹 프로2의 자판 자체도 경악할만 한데 거기에 무각이라니… 내 키보드는 아무나 못쓴다. 어떤 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근데 키보드 자판은 눈으로 보고 치는게 아니라 손가락 끝에 있는 것 아님? (키보드에 대한 포스팅 보기)

마제스터치 텐키리스 키보드
해피해킹과 마제스터치 텐키리스 기계식 키보드

 

자판: 세벌식을 쓴다. 세벌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세벌식 최종을 쓴다. 세벌식 최종과 390간에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회사 회의실 컴퓨터 자판을 세벌식으로 바꿔놓고 두벌식으로 원복을 안해서 뒷사람들이 불평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포맷을 하는 경우도 봤다. (덜덜덜). 우리 회사에도 세벌식 쓰는 사람이 몇 있는데 손가락 안에 꼽는 것 갈다. 세벌식을 쓰는 이유는? 타이핑이 재미있다. 손가락에 부담이 적다고 하는 것도 맞는 얘기이기는 한데 타이핑을 죽자고 하는 업은 아니라서 그건 잘 모르겠다. 타이핑이 훨씬 재미있는게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고 참고로 3벌식(삼벌식), 2벌식(이벌식)이 아니라 세벌식, 두벌식이라 말하는 게 맞다. (숫자 표현의 어려움 포스팅 보기). 그리고 영문 자판으로는 우리가 주로 쓰는 QWERTY 자판 외에 DVORAK이라는 또 하나의 표준 자판이 있다. 약 10여년 전에 DVORAK도 재미로 익혀보았는데 vi 사용과 잘 맞지 않아 현재는 쓰고 있지 않다. DVORAK는 어찌보면 영문자판의 세벌식에 해당하는 것이다. DVORAK도 QWERTY 자판에 비해 타이핑이 훨씬 재미있고 피로도도 덜하다.

세벌식 최종 자판 (나무위키에서 퍼옴). 초성은 오른쪽에, 중성은 가운데에, 종성은 왼쪽에 배치되어있다.

 

에디터: 요즘은 코딩을 하지 않아 예전같은 장점이 희석되었지만 나의 에디터는 단연 vi 였다.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으면 결코 그 자리를 벗어날 필요가 없는 극강의 효율을 가진 유일한 에디터가 vi이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 불편하고 인정머리없는 에디터가 어디있어 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을 깨닫고, 타이핑은 머리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면 그 외의 에디터는 있을 수 없다. 단순 타이핑이 아니라 이동, 검색, 치환의 작업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작업이 가장 적은 수의 타이핑과 손가락 움직임으로 가능하다.

vim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블로그: 여러 블로그 플랫폼을 고르다가 결국은 wordpress로 정착했다. 가장 어려운 선택 (Drupal)을 하려는 유혹을 잠시 받기는 했지만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젠 framework보다는 내용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천성은 천성이라 wordpress 가입형이 아닌 설치형으로 매일같이 조물딱거리며 즐겁게 운영하고 있다.

CMS간의 learning curve 비교 (블로그에서 퍼옴)

 

여행 스타일: 남들 다 가는 곳, 남들 다 가는 스타일은 별로이다. 그런 여행을 전혀 안가본 것은 아니고, 그런 여행은 죽어도 못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여행은 몸은 편해도 재미도 없고,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돈도 많이 들고, 일단 여행을 한다는 느낌 자체가 별로 들지 않는다. 최근에 가장 가고 싶은 여행은 배낭 메고 훌쩍 떠나는 트레킹 여행으로 2016년 스웨덴 쿵스레덴 여행 이후로 다시 그렇게 훌쩍 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배낭, 텐트, 버너가 있는 자연 속 걷기 여행을 좋아한다. 

 

사는 지역: 현재는 경기도의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나중에는 한국을 떠나 더 넓고 유유자적한 외국에서 살거나, 한국에서 살더라도 어디 외진 한적한 곳에서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다. 뭐 그리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아니, 아둥바둥 살지 않아야 제대로 사는 것 같다. 이 좁은 나라, 이 좁은 지역에서 이 많은 인구가 빨리빨리 허둥지둥 왜 뛰는지도 모르게 뛰는 것에 같이 동참하고 싶지 않다. 좀 더 편안하게 (편리하게가 아니라 편안하게) 살고 싶다.

 

정치 성향과 음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이는 이번에는 생략한다.

쓰고 보니 정말 왼손잡이 맞는 듯… (맞나???)

블로그를 할 수록 내 속, 내 생각, 내 소망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나아가는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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