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홍차 – 2017년 5월 12일

레몬을 넣은 기문 홍차

모차르트가 그 짧은 생애동안 평생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르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단연 오페라이다.

그는 10살인 1767년에 첫 오페라를 작곡하고 죽는 해인 1791년에는 대작 마술피리(K.620)와 티토왕의 자비(K.621)를 작곡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작품 수는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22곡이라 하기도 하고, 23곡, 24곡 등 조금씩 다르다. 공동 작곡인 작품도 있고, 장르가 오페라라 해야할지 오라토리오라 해야할지 겹치는 작품도 있고, 미완인 작품도 있다. (모차르트 오페라 작품 목록 위키 참고)

오페라는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다. 이야기, 노래, 음악, 분장, 의상, 연기, 효과, 무대 등 모든 것이 집약되는 가장 화려하고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장르이다. 당시 오페라 작곡가로 성공한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부와 명예를 움켜잡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을 것이고 모차르트의 재능을 가장 원없이 펼쳐보일 수 있는 장르일 것이니 모차르트가 오페라에 집중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현대에 있어 오페라는 완전 구시대적 유물(?)로 보일 정도로 익숙하지 않은 장르일 것이다. 현대에도 오페라가 새로 작곡되고 무대에 올려지는 지 모르겠다.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모차르트는 1756년에 태어나 1791년에 사망했다. 만으로 36년을 채 살지 못했다. 올해로 261살이다. 사망한지도 226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정조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다. (정조 1752 ~ 1800). 모차르트가 다산 정약용 선생보다도 형이다. (정약용 1762~1836) 200년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오페라가 지금에도 지속적으로 상연되고 있다. 200년 동안 지하 창고에서 먼지에 쌓여있다가 후에 발견해서 새로이 현대에 부활한 것이 아니라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쓰여진 때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계속 무대에서 불려지고, 연주되며 현대까지 생생히 이어진 것이다. 모차르트 이전의 오페라 중에 이런 오페라는 없다.

모차르트에 비견할 수 있는 오페라 작곡가로는 베르디가 유일하다.

모차르트의 수십곡의 오페라 중에서 소위 3대 오페라라고 하면

  1. 피가로의 결혼 (K.492)
  2. 돈 지오반니 (K.527)
  3. 마술피리 (K.620)

를 꼽고, 후궁으로의 도주(K.384), 코지판투테 (K.588), 티토왕의 자비(K.621) 등을 넣어 4대 오페라, 5대 오페라, 6대 오페라 라고도 한다.

이런 남들이 만든 숫자 랭킹 매기기는 별로 의미는 없고,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음악 위주로 들으면 된다.

오늘은 피가로의 결혼을 아주 살짝 얘기하려한다.

작곡된 시기는 그의 나이 30세인 1786년으로 그해 5월에 비엔나에서 초연되었다.

프랑스 혁명이 1789년 7월 14일에 시작되었고, 1793년 1월에 루이16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그해 10월에는 부인인 마리 앙투아네트도 남편을 따라 간다.

피가로의 결혼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혁명의 기운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탄생된 작품이다. 주제도, 내용도 형식도 혁명적인 작품이다. 누군가는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으로 인해 귀족들의 미움을 받았고 그로 인해 그때부터 사회적으로 몰락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피가로의 결혼의 주제와 내용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회적으로 이슈란 말인가.

피가로의 결혼은 본래 프랑스 극작가인 피에르 보마르셰 (1732~1799)가 쓴 삼부작(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죄 지은 어머니 중) 2부인 가운데 작이다. 이를 이탈리아 극작가인 로렌조 다폰테가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부분을 삭제하거나 완화시켜서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 대본을 만들었고 거기에 모차르트가 곡을 붙여 오페라 부파 (희가극)으로 만들었다. 

전편의 내용에 해당하는 세비야의 이발사는 모차르트 이전에 조반니 파이시엘로(1740~1816)가 오페라로 만들었기 때문에 모차르트는 그 후속의 이야기를 선택한 것이고, 세비야의 이발사는 후에 로시니(1792~1868)가 다시 곡을 붙여 새로운 오페라로 만들었다.

전편인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알마비바 백작은 피가로의 도움을 얻어 연모하는 로시나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랬던 알마비바 백작이 피가로의 결혼편에서는 피가로의 연인인 수잔나에게 한눈을 판다. 중세 영주의 권한이었다던 초야권을 부활시켜 수잔나을 취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고 수잔나는 이를 눈치채고 피가로에게 알려준다. 백작의 충복이었던 피가로는 배신감에 치를 떨고 이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것이라고 다짐을 하는 것으로 오페라는 시작한다.

오페라는 원곡보다 완화되었다지만 지배계급인 귀족에 대한 하인들의 반항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외에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서로간에 얽힌 갈등 구조로 극은 매우 스피디하면서 복잡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어쨌든 피가로의 결혼은 오페라 부파, 즉 희가극이다. 영어로 말하면 코메디이다. 진지한 내용과 장면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좌충우돌, 왁자지껄 아주 재미있게 극이 흘러간다. 거기에 딱 어울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야말로 천의무봉이다.

영어도 어려운데 이탈리어로 되어있는 오페라, 그냥 말도 어려운데 노래로 들어야하는 오페라, 혼자 노래해도 무슨 말인지 듣기도 어려운데 여러명이 나와서 동시에 노래를 부른다. 노래만 듣기도 벅찬데 내용까지 알아야하나 라고 생각될 수가 있다.

내 생각은 등장인물, 내용, 이탈리아어, 혁명, 백작 등에 대해 하나도 몰라도 상관없다. 그냥 음악만 들어도 된다.

전에 포스팅했듯이 그 무엇을 몰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

언어 이전에 만국공통어인 음악으로 우리에게 무언가가 직접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음악이 다른 사람도 아닌 모차르트가 심혈을 기울여 쓴 음악이기 때문이다.

전에 썼지만 이곳에 다시 인용해야겠다.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에 대해 노래 했는지 난 지금도 모른다

사실은, 알고 싶지도 않다.

말 안하고 두는게 더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가슴 에이게 하는

어떤 아름다운 것에 대해  노래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자리의 누군가 꿈꿀 수 있는 것보다

그 음악은 더 높이 더 멀리 울려퍼졌다

마치 아름다운 새들이 새장에서 뛰쳐나와

날개짓을 하며 순식간에 벽을 넘어가는 느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쇼생크의 모든 사람들은 자유를 느꼈다.

피가로의 결혼을 들으면 모차르트가 이 세속적인 주제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과 심리를 절묘하게 다루며 마음 곳곳을 콕콕 찌르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좋아했지만 요즘 들어 계속 듣고 있다. 전곡을 세 번 연속해서 듣고 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지루하기는 커녕 들을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극에 꼭 맞는 음악이 하늘에서 꽃잎처럼 하늘하늘 떨어지기도 하고, 햇살처럼 쏟아지기도 하고, 나비처럼 너울너울 날기도 한다.

누군가가 베토벤은 그의 노력으로써 지상에서 천국으로 도달한 사람이고, 모차르트는 천국에서 이 지상에 잠시 내려왔던 사람이라고 했다.

인생에 한번은 모차르트가 천국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며 함께 가져온 듯한 이 천상의 음악을 전곡으로 들어보자.

인생에 꼭 한번은 무대에서 직접 피가로의 결혼을 감상해보자.

더할 수 없는 충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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