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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후에 재미있었다.

퇴근을 하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 ”딸랑구 데려다주고 백화점 1층 로비인데 지금 어디에요?”

나: “왜? 무슨 일 있어?”

아내: “아니… 별일 있는건 아니고, 아파트 배관공사 한다고 온 집안이 도깨비 시장이었는데 그거 정리하고 애들 학원 보내고 잠시 짬이 나서 그냥 신랑에게 전화해봤지…”

나: “ㅋㅋㅋ. 좋아. 지금 가천대 입구 지나고 있어. 한 15분쯤 후면 도착할 듯 한데, 롯데 백화점 1층에서 기다려요. 저녁이나 같이 먹읍시다.”

이렇게 아내와 만났고 아이들 없이 둘이 약식으로 데이트를 즐겼다.

아내는 손을 잡고 걷는 걸 좋아하고 나는 팔짱을 끼고 걷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걸을 때 절반의 경우는 손을 잡고 걷고, 반은 팔짱을 끼고 걷는다. 더우면 손을 잡고, 쌀쌀한 때에는 팔짱을 낀다. 🙂

집과 회사가 5분 거리라 길을 걷다보면 회사 사람을 만날때도 종종 있지만 뭐 부부간에 팔짱끼고 데이트 좀 한다는데 누가 뭐랄 것인가…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한다.

저녁을 고를때마다 항상 같은 코스를 돌며 같은 고민을 한다.

나: ”몸보신을 위해서 삼계탕을 먹을까? 와규를 먹을까? 시원한 냉면?”

아내: “제육볶음 같은 매콤한 것을 먹고 싶은데, 쌈밥 먹을까?”

의견이 일치해서 쌈밥집을 찾아가다가 곱창집이 보여서 곱창으로 다시 의견 일치를 보였는데 마침 자리가 없어서 옆에 있는 새마을 식당으로 들어가서 열탄 불고기와 소금구이, 돼지껍데기를 시켜 먹었다.

아이들 없이 아내와 함께 이렇게 둘이서만 어울리는 것도 참 재미있고 옛날 연애할때 생각이 나서 좋다.

이렇게 둘이 식사를 마치니 아들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 되어 학원 앞에서 써프라이즈 만남을 가졌다.

아들이 아빠와 PC방을 가잔다. 아들은 요즘 오버워치에 빠져서 한참 하는데 아빠와 그 게임을 하는게 소원이란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게임이고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못하지만 아들과 PC방을 갔다. 아내는 아들 가방과 내 가방을 갖고 집으로 가고…

아들에게 오버워치 게임 방법을 배우고, 추가 코치를 듣고 게임을 시작했다.

아들의 현란한 손가락 놀림이라니… 헐…

내가 아들을 보호하는게 아니라 아들이 게임상의 내 캐릭터를 보호하면서 게임이 진행되었다.

기분이 묘하더군.

아들과 PC방에 온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모처럼 함께 한 게임이었고, 오버워치는 처음이었다.

아빠와 함께하는 게임이라고 아들은 더 신나하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초보라 게임에서는 결국 졌지만 아들도 나도 충분히 즐겼고 재미있었다.

게임이 끝나고 나오니 딸랑구가 올 시간이라 아내도 나와서 결국 가족 모두 함께 모여 집으로 같이 들어갔다.

나와 아내는 집에서 맥주 한잔씩 더 하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족들이 거실에서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밤 늦게 씻고 잤다.

모처럼 아내와 데이트, 아들과 게임방, 가족 모두 모여서 함께 귀가, 간단한 맥주 파티 등 즐거운 평일 저녁과 밤이었다.

딸랑구와의 어울림만 없었네? 그건 조만간 둘이서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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