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은 아빠표 오리 김치 볶음밥

일요일 저녁은 온 가족이 내가 요리하기를 기대한다.

물론 나도 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근데 사실 나는 요리를 잘하지는 못한다. 내가 하는 요리는 대부분 캠핑식 몽창 넣고 알아서 맛있기 기대하기이다. 🙂

근데 이게 은근히 먹힌다.

그 비밀은 나의 비밀병기 ‘더치오븐’에 있다.

http://4wheelsandamotor.com 에서 퍼옴. 야생의 요리를 가능하게 하는 만능 조리도구 더치오븐

더치오븐은 소위 ‘무쇠솥’이다. 원래 캠핑장에서 장작불이나 숯불로 요리할 때 제격인데 요즘은 가정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가정용 조리 도구 끝판왕 르끄루제도 일종의 더치오븐이다.

http://www.casa.co.kr 에서 퍼옴. 르끄루제

더치오븐은 재질이 무쇠로 되어있어 더디게 열이 오르고 더디게 열이 식는다. 일명 열을 가두는 ‘축열’기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뚜껑도 역시 무쇠로 만들어져있고 그 무게가 무시무시해서 솥과 뚜껑이 딱 맞물리게 되면 안의 증기나 향이 잘 빠져나가지 않게 되어 훨씬 적은 양의 물로도 요리가 가능해진다. 소위 ‘무수’요리가 가능한 것이다.

이 덕분에 슬로우 푸드가 가능해지고, 재료 고유의 맛이 날아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별미의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냥 냄비가 아니고 ‘오븐’이다. 전기오븐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이 더치오븐으로도 할 수 있다. (물론 가정에서 제한은 있을 것이다.)

캠핑장에서 더치오븐으로 많이 하는 유명한 요리는 비어캔치킨, 삼겹살 수육, 빵, 통닭, 물없이 하는 닭찜, 해물찜 등이 있다.

비어캔치킨이나 삼겹살 수육, 통닭 등을 더치오븐에 하면 똑같은 식재료로 해도 평소 집에서 하는 요리와 맛이 다른데 그 다른 점 중의 하나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는 것이다.

뜨거운 열로 맛이 빠져나가지 않게 맛을 꽉 붙잡아서 육즙이 속안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겉은 좀 탄 곳도 있고 바짝 익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환상적인 맛이 되는 것이다.

쌀밥을 더치오븐에도 해도 별미가 된다. 카레를 해도 아주 맛이 있다.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더치오븐으로 요리를 할 때에는 특별한 레시피나 비법, 기교보다도 기다림의 미학이 더 필요하다.

더치오븐을 믿고 적절한 시간동안 느긋하게 기다리면 아주 맛있는 요리가 마법처럼 만들어진다.

오늘 아빠표 저녁은 더치오븐으로 하는 훈제오리 김치 볶음밥이다. 🙂

사실 조리는 아주 간단하고, 더치오븐에다 할 특별한 이유는 전혀 없다. 근데 일반 후라이팬에다 하는 것보다 더치오븐에다 하는게 훨씬 맛있다. 이는 가족 모두가 인정한 바이다.

아래처럼 하면 된다. 🙂

마트에서 구입한 훈제 오리를 넣고 익힌다. 우리 가족은 대식가들. 한 팩을 다 넣는다.
고기가 어느정도 익으면 가위로 적당히 잘라준다. 더치오븐 자체가 많이 뜨겁기도 하고, 오리 고기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므로 화상에 주의해야한다.
잘 익은 김치를 넣고 그동안 나온 오리 기름과 김치가 융합(?)되도록 한다. 이 요리의 맛은 여기에서 나온다.
김치를 잘게 썰어서 오리 기름이 잘 배어서 김치가 잘 익도록 한다. 오리 기름과 김치의 콜라보가 이루어진다.
김치가 충분히 익으면 밥을 넣는다. 밥은 식은밥, 마른밥이 더 좋다.
마른밥, 식은밥을 나무국자로 잘 허물고 비벼서 김치와 오리 고기가 잘 섞이도록 한다. 팔이 아프지만 여러번 정성껏 잘 해야한다.
여기에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한다. 김가루를 넣고 다시 비빈다. 김의 짭조롬한 맛과의 콜라보가 또 환상적이다.
완성되었다. 기호에 따라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도 좋고 이렇게 칼칼하게 먹어도 좋다.

우리 가족은 이 볶음밥을 마약볶음밥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얼핏 보고 양이 매우 많아보여서 너무 과하게 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먹다보면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어 바닥을 긁고서야 멈추게 된다.

가족들도 캠핑에 익숙해있고 이런 요리는 따로 그릇에 떠 먹는 것보다 오븐 자체를 가운데에 턱하니 올려놓고 모두가 빙 둘러서 숟가락만 들고 함께 먹는게 제 맛인 걸 안다.

혹시 양이 많으면 살짝 식었을 때 손으로 둥글게 혹은 삼각모양으로, 어떤 것은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게, 어떤 것은 왕만두처럼 크게 주먹밥을 만들면 맛은 똑 같지만 느낌이 달라서 또다른 별미가 된다.

오늘 일요일 아빠 요리는 식단에 있어서 참신함은 없지만 결코 실패할 수 없는 필살기로써 아빠와 남편의 주가를 또 한껏 올리는 메뉴 선정이었다.

개인적으로 요리에도 관심이 있는데 더치오븐으로 하는 아빠표 요리도 종종 이곳에 올려야겠다.

다음에는 삼겹살 수육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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