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대한 급 관심

난 완전 잡식이다.

아무거나 잘 먹는다. 특별히 싫어하거나 못먹는, 안먹는 요리가 없다.

남들이 잘 못먹는 음식도 왠만해서는 특별한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 가령 홍어나 각종 젓갈류, 선지해장국, 천엽, 간, 곱창 등…

그렇다고 좋아하는 요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음식으로 투정을 부린 적은 딱 2번 있는 것 같다.

전에 아팠을 때 신기하게 입맛이 싹 사라지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못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하도 안먹어서 아내가 유명한 맛집이라고 데려갔는데 거기처럼 맛없는 음식점은 처음 보았다.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 나만 입맛이 없어서 맛이 없었던 것이었다.

두번째로 맛이 없던 곳은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던 어느 음식점이었다. 고정 단골이 있지 않은 터미널이라는 특성상 뜨내기 손님을 상대로 한 곳이어서 정말 그렇게 맛없는 음식점은 처음 보았다. 그때는 내 입맛이 정상일 때였으니 그 음식점은 정말정말 맛이 없는 곳이다.

회사 동료들은 회사 식당의 메뉴를 보고 먹을게 없네 하며 외식을 선택할 때가 많은데 난 잘 이해가 안된다. 이 정도면 정말 맛있는건데 뭐가 먹을게 없다는건지…

이런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또 있으니 그건 단연 유제품과 과일이다. (식사라고 할 수 있을까? 갸우뚱…)

치즈를 좋아하고 요거트를 좋아한다. (물론 김치도 무척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는 치즈를 발 냄새 난다고 싫어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치즈의 그 풍미와 고소함을 알아버렸고 이 세상에는 김치만큼이나 어쩌면 그 보다도 더 많은 종류의 향과 맛과 성분의 치즈가 있다는 것에 흥미를 갖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작년 쿵스레덴 여행 이후 귀국길의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면세점에서 눈이 벌개져서 종류별로 치즈를 엄청 사가지고 왔다. (네덜란드의 치즈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호텔 조식 부페나 어느 잔치의 고급 부페에 치즈가 있으면 조금씩이나마 종류별로 다 맛을 본다.

요거트에 대한 첫 기억은 안좋은 기억이다. (100원짜리 마시는 요쿠르트 말고 떠먹는 요거트에 대한 기억이다.)

아주 어렸을 적 TV에서 떠먹는 요거트 광고가 나왔고 그게 너무도 달콤하고 맛있어 보여서 새배돈을 받았을때 바로 슈퍼에 가서 큰맘먹고 구입했는데 한 입 먹고 상한 줄 알고 버렸다.

어린 마음에 상한 것 같다고 바꿔달라거나 환불해달라는 말도 못하고 그냥 버리고 말았다.

그 요거트는 상한게 아니라 원래 그런 새콤한 맛이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제대로 된 발효 요거트에 혀가 거부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후에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그 요거트를 식구수대로 사오셨는데 다른 식구들 모두 이건 영 맛이 아니라고, 너무 시어서 못먹겠다고, 영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한입맛 보고 전혀 먹지 않았고, 나는 한번 조금이나마 먹어보았다고 면역(?)이 되었는지 가족들이 남긴 것까지 맛있다고 다 먹어치웠다. 🙂

(물론 다른 식구들도 그 이후에는 요거트를 다들 좋아라한다.)

요거트와 치즈를 좋아해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했고, 요거트는 요즘도 만들어서 매일 먹는다.

치즈를 만드는 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대부분 코티지 치즈를 만드는 법이 나와있고 이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이 치즈는 엄밀히 말하면 치즈는 아니다. 치즈는 발효과정이 수반되어야하는데 코티지 치즈는 그냥 우유의 단백질을 응고시킨 것이지 발효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눅진하지 않고 아주 담백한 맛을 얻을 수 있다.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에서 레닛을 구입해서 몇번 시도했었는데 이게 만들기도 어렵고, 실패율도 높고, 비싼 우유 2리터 붓고 만들어봤자 한 웅큼만큼도 치즈가 되지 않아 그냥 사먹는게 싸고 확실하고 맛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후로는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내가 왠만하면 지속할텐데 이건 정말 아니었어…)

요거트를 만들기 위해선 종균이 필요한데 이는 여러 방법으로, 여러 종류를 구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터넷에서 파는 종균을 사는 것이다. 그걸 통해 오쿠와 같은 발효기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약간 따뜻한 곳에서 상온 발효를 시키면 요거트가 만들어진다. 그 외에 동호회 등을 찾아보면 티벳버섯, 애시도, 카스피해 등 천연 요거트를 무료분양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티벳버섯, 애시도를 분양받아 요거트를 만들어 먹은게 2012년 겨울이다. 애시도는 은은한 향이 나고 거부감 드는 요소가 없어 모든 식구가 잘 먹었는데, 특히 몸에 좋다는 티벳버섯은 특유의 약간 진한 향이 있고 시큼한 맛이 나서 가족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비위 좋고 아무거나 잘 먹는 내가 주로 먹었다.

티벳버섯으로 요거트를 왕창 만들어서 촘촘한 망에 담아 유청을 빼면 나름 치즈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티벳버섯 치즈를 과자나 빵에 발라먹으면 훌륭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티벳버섯과 애시도를 집에서 해먹는 것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옛날에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매일 불당번을 하고, 불씨를 이어갔던 것처럼 종균이 상하지 않도록 매일 엄청난 정성을 들여 종균을 배양하고 관리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게 보통 정성으로 되는게 아니라 나도 하다하다가 한 2년 쯤 계속 먹다가 종균을 냉동실에 넣어 후를 기약하고 중단해버렸다.

어렸을 적에 우리집에는 과수원이 있었는데 주로 포도와 딸기 위주로 재배를 했다. 사과, 복숭아 등도 조금 있었고 과수원 덕에 어려서부터 과일은 엄청 먹었다. 지금은 그 과수원은 없어져서 과일을 직접 재배해 먹지는 못하는데 어렸을 적 영향인지 지금도 과일을 무척 좋아한다.

어머니께서 꾸신 내 태몽이 참외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참외도 엄청 좋아한다. 어머니와 나를 제외하고 내 주변에는 참외를 좋아하는 사람을 못봤다. 아주 잘 익은 메론을 못 먹어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입맛에는 메론보다 참외가 훨씬 맛있다.

자몽 같은 아주 신 과일 아니면 모든 과일을 다 좋아하고 잘 먹는다. 특히 수박, 포도, 딸기, 참외, 감은 무한히 먹을 기세다. 

외국에 갔을 때 그곳에서 풍성하게 있는 열대과일을 보면 소위 환장을 한다. 파파야, 망고, 오렌지 등 생각만해도 침이 고인다.

결혼 전에는 수박을 썰어서 손에 들고 먹었는데 결혼 후에는 아내가 큼직하게 깍둑썰기를 해서 포크로 먹는다. 깍뚝썰기가 되어있으면 먹기가 훨씬 편하고 한번 손을 대면 멈출수가 없어 한통 먹는 것도 금방이다. 

여름이면 냉장고 안에 수박이 떨어지지 않는다.

여름이면 수박 등 과일이 많이 나와 행복하고, 겨울이면 감과 귤 덕분에 행복하다. 어렸을 적에는 손에 묻는게 번거로워 홍시를 별로 안좋아하고 딱딱한 단감을 더 좋아했는데 나이를 먹고는 홍시의 그 달콤함에 반해버렸다.

곶감도 안좋아하지는 않지만 손과 얼굴에 묻혀가며 쩝쩝거리며 먹는 그 달콤한 홍시에 비할 수가 없다.

귤은 상자째 사서 먹는다. 제주도에 지인이 있으면 그분을 통해 구입하면 훨씬 신선하고 잘 익어 더 단 귤을 맛볼 수 있다.

아내와 딸은 사과를 가장 좋아하고, 아들은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일의 그 맛을 모르다니…)

며칠전에 진지하게 나는 고기보다 과일이 더 좋아… 라고 그랬더니 아내는 과일보다는 고기가 훨씬 더 좋단다. (근데 과일과 고기가 서로 비교할 대상인가? 이상한 대화를 하고 있다. ㅋㅋㅋ)

며칠전에 도서관에서 무작위로 고른 책 중에 Breakfast 라는 책이 있었고, 그 책을 읽다보니 인류의 아침의 역사에 대해 대략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아침을 무심결에 당연한 듯이 먹지만 그 책을 보면 아침 식사에는 많은 사연과 역사가 담겨 있고, 현재에도 아침 메뉴는 나라별로, 문화별로 많은 차이와 특징을 갖고 있다.

여행가서 매우 즐거운 것 중의 하나는 현지 요리를 맛보는 것이고, 호텔에서 묵을 경우 호텔 조식 부페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개인적으로 외국에 가서 김치, 불고기, 김치찌게 등을 집착해서 찾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건 한국에 와서 실컷 먹으면 되지 않나. 그곳에 갔으면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지.

최근에 다녀온 제주도 눌치재의 쥔장은 요리를 좋아해 눌치재를 지었고 요리에 적합하게 꾸며놓았다.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많이 하지는 않지만 나도 요리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지도 않고, 요리를 잘하지는 않지만 요리를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다. 

어느 대상을 마음껏 갖고 논다는 표현으로 ‘요리한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무한 자유와 재미가 있는 것이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것도 무한한 즐거움이지만 음식을 만드는 것도 그 못지 않은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

집에 요리기구는 꽤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구는 오쿠와 더치오븐이다. 둘 다 슬로우 쿠커로써 재료 고유의 맛을 손상시키지 않고 맛을 유지시키는 좋은 요리 기구이다.

오쿠와 더치오븐 모두 많은 연구와 실험, 도전을 필요로 하는 조리 기구로써 이런 저런 요리를 정말 ‘요리’하듯이 즐겨보면 이보다 큰 즐거움이 또 있을까 싶다.

우선은 책에 나온 요리들을 하나씩 따라해보고, 사이드로 요거트와 치즈도 직접 만들어 풍미를 배가시키고, 한국에서도 동네 음식만 먹지 말고 강원도, 전라도 등 지역 음식도 접해보고, 이를 위해 지역 여행도 자주 가고,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요리를 맛보기 위해 세상 곳곳을 다녀야겠다.

이 세상의 모든 나라를 다 다녀보고 싶지만, 일단 당장 생각나는 곳은 요리의 천국이라는 태국, 베트남, 싱가폴, 중국부터 가보고 싶다.

내 입맛에 맞을 지 모르겠지만 세계 3대 요리 국가 중의 하나인 프랑스에서 향기로운 와인과 함께 프랑스의 풍미를 접하고 싶다. (참고로 세계 3대 요리국은 프랑스, 중국, 터키이다.)

영국은 식문화는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들만의 전통적인 차문화와 Chips & Fish를 다시 접해보고 싶다.

인도의 진한 짜이와 커리, 난을 맛보고 싶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올리브와 치즈를 함께 입안에 넣고 싶다.

이런 요리를 우리나라에서도 다 접할 수 있지만 요리는 단순히 요리가 아닌 문화의 일부이므로 현지에서 먹는 것은 다르다.

살자고 먹는 건지, 먹자고 사는건지. 둘다 맞는거겠지.

살자고 먹는게 맞는 것 같은데, 먹자고 사는 것도 재미있는 삶인 것 같다.

요리와 여행이 맞물려지니 인생이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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