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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산행기 (2017년 1월 21일)

올해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를 가기로 했다.

지난주에 충동적으로 갔던 북한산이 너무 좋았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북한산에서 내려와 봤던 도봉산이 너무 멋졌는데 거기까지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너무 멀어서 거기는 다음을 기약하고

내 뇌리를 스친 산 이름은 관악산이었다.

학교 다닐 때 친구,  후배들과 함께 올라갔던 관악산.

신혼 때 사당에서 살았는데 그때 좀 자주 갔던 관악산.

회사 동료들과도 눈 쌓인 길을 걸어올랐던 관악산.

지난 주 북한산 등산때에도 불 같은 기상을 보여주었던 관악산.

이번에 관악산을 떠올린 것은 지난 북한산  등산  때 멀리 보였던 관악산 모습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산에 오를 때 짐은 항상 단촐하게 추린다.  물,  과자,  견과류 등 간식 약간.

지난 북한산 산행 때 산에서 사발면을 드시는 다른 산꾼들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는지 이번에는 보온병에 뜨거운 물도 챙겼다.  사발면은 가다가 편의점에서 사기로 하고…

9시 30분 경에 집을 나섰다.

수내동 중앙공원 옆의 탄천이 눈에 쌓여있다.

이동을 자동차로 하면 편하기는 하지만 들머리와 날머리  선택에 제약을 받고,  하산 후 지치고 피곤한 몸으로 운전해서 돌아오기가 부담되어 왠만하면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분당에서 사당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서현동으로 걸어간다.

걸어서 서현동 가는 길
서현동에서 사당가는  1500-2를 타러간다.

사당역에 내려 관악산 들머리를 향해 걸어가다가 눈에 띈 편의점에 들러 초콜릿, 영양바, 사발면을 산다.

사당역과 들머리에는 눈이 내린 관악산 등산을 즐기기위한 산꾼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모두 아이젠과 스틱을 꺼내 등산 준비를 한다.

나도 역시 아이젠과 스틱을 꺼내 발에 장착하고 손에 들었다.

내 경험에 의하면 4월까지는 산에 갈때 아이젠은 가져가는게 좋다. 살고 있는 지역에는 눈이 전혀 없더라도 기온이 낮은 산에는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어 미끄러울 가능성이 높다.

이제 들머리를 통해 관악산 안으로 들어간다.

사당에서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들머리 풍경
이틀전 내린 폭설로 완전 얼음왕국이 되었다.
관악산 초반… 이 봉우리에는 어떤 이름이 붙여져있을까?
이 눈길, 이 추위에도 산에는 등산객들이 많았다.
운치있다…

소담지게 눈꽃이 피었다.

사당 들머리에서 한 40분쯤 주변 풍경을 둘러 보며 터덜터덜 올라가면 몸이 후끈 더워지고

숨이 가빠지며 등에 땀이 가득 차 있음을 느낀다.

소위 사우나에서 땀을 쪽 뺀 듯이 개운함과 상쾌함을 느껴진다.

이 개운하고 상쾌한 맛이 등산을 하는 맛 중의 하나이다.

들머리에서 40분쯤 터덜터덜 걸어올라가면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간식과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른다.

이 첫번째 쉼터에서 5분쯤 더 올라가면 능선이 시작된다.

초반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고서 만나는 능선길은 절로 콧노래가 나오게 한다.

능선길에서는 좌우로 풍경이 보인다.

이 바위 이름이 뭐더라… 하마바위였나???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대학교… 왼쪽에 중앙도서관이 보인다…
저 봉우리 위에도 사람들이 모여있다.
저 멀리 보이는 첨탑이 있는 곳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지나온 능선길을 돌아본다. 저 길을 내가 걸어왔다니…
제대로 겨울풍경…
겨울길… 겨울산길…
모르는 분 뒷모습만 찍게되네…

온천하면 겨울온천이고, 겨울온천하면 노천탕이다. (우리나라에서 남녀혼욕은… 없다… 🙂 )

탕 안에 들어간 하체는 뜨겁고, 물 밖에 드러난 상체와 머리는 차가워 몸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함께 느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고 몸과 정신이 아주 상쾌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온과 냉이 함께하는 겨울노천탕의 상쾌함과 겨울 등산의 상쾌함은 비슷한 것 같다.

산은 봄여름가을겨울 어느때나 다 좋지만 겨울 등산은 겨울 노천탕과 같은 냉온의 두 맛이 함께 있어 더욱 좋다.

제대로 겨울산이다…
완전 겨울산이다…
고지가 바로 저~~~~어~~~~기~~~ 이다.
또 한참을 터덜터덜 걸으니 좀 가까워졌다.
정상에 이르는 길은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깎아지른 바위를 밧줄타고 오르는 (위험한) 길이고, 또 하나는 옆으로 길게 돌아가는 우회로이다. 겨울이니 우회로를 선택했다. 우회로로 가는 중에 하늘이 푸르게 변했다.
우회로로 돌아가는 길
관악사지 앞에 있던 벤치에 쌓인 눈
관악사지 터에서 올려다 본 기상관측소와 연주대
어떻게 저 벼랑위에 암자를 지었지? 관악산의 상징 중 하나인 연주대이다.
관악산 정상 옆에 있는 연주대
정상 약간 아래쪽에 있는 연주암
연주대 조망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풍경
관악산 정상에 있는 기상관측소이다. 축구공 문양을 해놓았네…?
아쉬운 마음에 한방 더… 다시 봐도 멋있다.
관악산 정상에 있는 정상석. 관악산은 629m 밖에 안되는데 지상에서 보면 산의 기세가 대단하다.
셀카로 인증샷!! (요즘 살쪘군…)
정상석 옆으로 올라가면 정말 정상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본 방송 중계탑과 기상관측소.

산 정상은 다 좋은데 날이 추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사온 사발면을 먹어야하는데 정상에서는 먹을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

관음사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보면 서울대쪽으로 내려가는 길목 앞에 너른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이 하산 전에 휴식을 취하거나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도 그곳으로 간다.

어떤 분들은 간이텐트를 가져와 이렇게 치고 식사를 했다. 얼마나 푸근할까…?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눈밭에서의 식사. 사발면과 라면은 절대로 망할 수가 없다. 등산객, 낚시꾼들이 있는 한… 신라면 컵라면은 스위스 융프라우 꼭대기에서도 팔고 있으니…
관악산에는 고양이들이 많았다. 올라오는 중에도, 정상에서도, 그리고 식사하는 이곳에서도 고양이가 있더라. 겨울인데 얘네는 뭘 먹지? 어디서 자지? 춥지 않나?

사발면을 참으로 맛있게 먹고 날이 추워 바로 배낭을 메고 다시 출발했다.

하산길은 서울대 공대 쪽으로 가다가 학교로 빠지던지 아니면 봉천동 관악산 입구로 나갈 수 있다.

처음에 완전 가파른 계단길이 꽤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계곡길이다.

오후부터 눈이 또 내릴거라고 했는데 정말 하늘은 어두워져갔고 눈은 한송이 두송이씩 내리기 시작했다.

계곡을 눈으로 덮어버렸다.
이런 겨울 풍경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렇게 좋아?
계곡물이 얼어 천연 얼음 미끄럼틀이 되었다.
이제 거의 내려왔다.
날머리…
내가 내려가는 시간에 오르는 분들도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가장 힘든 것은 등산보다 등산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에서이다.

봉천동에서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를 타고 서울대입구 전철역에 내려서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고 사당역으로 가서 다시 1500-2번 광역버스를 타고 분당 서현동으로 간다.

서현동으로 가는 중에 눈이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서현에서 다시 터덜터덜 걸어 수내동 집으로 간다.

분당구청 앞. 눈이 소담지게 내리고 있다.
이제 제대로 겨울인데…??? 너 벌써 나오면 어떻게 해?

등산 정리

일자: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등산 시간: 10시 40분 ~ 15:00

경로: 사당 들머리 -> 연주대 -> 봉천동 관악산 공원 입구

총 걸은 거리: 11km

 

등산은 언제나 좋은 것 같다.

다음 등산은… 바로 내일, 회사 동료들과 수원 광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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