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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2일차

2016년 6월 16일 (목요일)

  • 경로: Abisko Turistation -> Tältlägret
  • 걸은 거리: 9km
  • 걸은 시간: 12:00 ~ 16:00
  • 난이도: 하

한참을 정신없이 자고 눈을 뜨니, 새벽 3시 경. 한국시간으로는 오전 10시. 한번 깨면 일어나야하는 나는 다른 사람들 깨지 않게 살금살금 사다리를 내려와 기차 복도로 나왔다. 창밖은 낮처럼 환했다. 이게 백야구나… 라고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믿기지 않았다.  깜깜해야할 새벽 3시에 이렇게 해가 떠있고 환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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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25분의 풍경이다. 물론 새벽…

하지만 새벽은 새벽인지라 나 빼고 모든 사람은 꿈나라 여행중이었다. 나는 복도를 걸어 침대칸이 아닌 다른 일반칸을 지나 식당칸으로도 갔다. 비수기이고 이곳까지 여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지 기차는 많이 비어있었다. 넓은 일반칸에 앉아 가져온 ‘몰입’책도 읽고 여행기도 살짝 정리하고 창밖을 보며 멍 때리기도 하고, 기차의 규칙적인 덜컹덜컹 소리에 맞춰 나는 여행의 낭만을 만끽했다. 두시간 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곤 오늘부터의 Kungsleden 여행에 대비해 다시 침대칸으로 들어가 내 침대에 올라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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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식당칸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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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잠들기 전까지 영국에서 온 여행객과 스웨덴 노부부와 함께 4명이 있었는데 자는 사이 나머지 두 명이 탑승했는지 침대칸은 꽉 차 있었다.

한명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수줍음을 타는지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고, 또 다른 한명은 뉴질랜드에서 온 여행객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4개월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스웨덴 여행을 마치고 바로 노르웨이로 가서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후에 그분의 instagram에 들어갔더니 환상적인 여행 사진이 가득하더라.

여행을 하면서 단순히 e-mail 주소만 주고 받는게 아니라 요즘은 facebook, instagram과 같은 계정이 더욱 흔하고 유명한 것을 보곤 그런 SNS 서비스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영국에서 온 여행객은 9시 54분에 Kiruna에서 내렸고 이제 약 1시간만 지나면 Abisko Turistation에 도착한다.

기차가 점점 위로 올라갈 수록 검은 산에 하얀 눈이 남아있어 얼룩소처럼 보이는 스웨덴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차에서 그 풍경을 보곤 멋있고 신기하기도 하여 달리는 기차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그 풍경은 앞으로 여행중에 보게 될 풍경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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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sko는 기차역이 두개 존재한다.

내가 가려는 곳은 Abisko Turistation 역이고 그 5분쯤 앞에 Abisko 역이 있다.

Kungsleden은 Abisko Turistation에서 시작하니 착오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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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스웨덴 offline 지도 App을 다운로드 받았는데 오판을 한 게 그 App만 있으면 안되고 해당 지역의 지도도 download를 받아야하는데 나라가 넓으니 Stockholm 지역에서 받은 map 으로는 이 지역 커버가 안되어 이곳 스웨덴의 북쪽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 Abisko Turistation에 거의 도착하여 짐을 챙긴다. 그동안 비행기타고 기차탔을때가 편했던 때이고 이제부터 여행시작, 고생시작이라고 생각하니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하더라. 스웨덴 노부부는 내가 귀여웠는지(?) 내리기 전에 여행 조심하고 좋은 경험하라고 덕담을 하면서 자상하게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져주더라. 할머니가 손자에게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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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무려 18시간을 탔던 기차에서 내리니 나처럼 Kungsleden을 걸으려는 여행객들이 하나같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내렸다.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이국적인, 북유럽만의 풍경이 펼쳐져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기차역에서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 나는 바로 Abisko Turistation STF Mountain Station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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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할 것은 STF 회원권을 발급받고, 앞으로 쓸 부탄가스를 사고, 가족들에게 인터넷으로 안부를 전하고, 엽서를 사서 보내는 것이었다.

STF 숙박시설은 STF Mountain Station, STF Hut 등이 있고, 규모나 시설, 서비스 등이 다르다. STF Mountain Station은 전기, 인터넷, 온수 등이 있다. Abisko Turistation 다음에 있는 STF Mountain Station은 약 5~6일 후에나 도착할 Saltoluokta Mountain Station 이다. 이 5~6일 동안은 no-전기, no-온수, no-인터넷이다. 중간중간 STF Hut이 있어 연료, 식량등을 구입할 수 있고 필요하면 그곳의 숙소에서 머물수도 있지만 시즌에 따라 아직 문을 안 여는 곳도 있고, 매점이 없는 곳도 있으니 미리 확인을 잘 하고 가야한다.

STF 회원증은 1년동안 유효하고, 가격은 295 SEK로 원화로는 약 44,000원이다. STF Mountain Statioin에서 발급받으면 1달동안 쓸 수 있는 임시회원증을 발급해주고 실제 회원증은 우편으로 보내준다. 인터넷에서 신청할 수도 있고 사이트에서의 설명에 의하면 배송료가 따로 붙는다고 했었는데 Abisko Turistation에서 발급 후에 한국으로 배송료없이 발급이 되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 며칠 만에 스웨덴에서 회원권이 배송되었다. 약 20일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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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회원증. 한달 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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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배송되어 온 실제 회원증. 1년간 유효하다.

여행 내내 텐트를 치고 잘 것이고, 음식을 해먹을 것이기 때문에 연료는 큰 것으로 두통을 샀다. 하나당 가격이 99 SEK (15,000원). 비싸다… 전에 어떤 블로그의 글에서는 made-in China 라고 했는데 내가 확인한 바로는 made-in Sweden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다. (적어도 made-in China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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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land 사진이 있는 큰 엽서를 사서 (15 SEK = 2,200원) 의자에 앉아 뭔가를 썼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써서 가족들에게 보내고 싶었다. 어쨌든 나도 힘들 것이고 아내와 가족 모두 힘들 것이다. 특히 요즘은 큰 애가 사춘기여서 아내가 많이 힘들어하고 여행하기 전에도 큰 애와 나와도 어떤 갈등이 있었는데 가족들에게, 특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잘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이번 기회에 가족의 소중함, 함께 있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더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적고 싶었다. 여행이 끝나 돌아갈 때쯤 엽서가 도착할 것이라 기대하고 귀국해서 이 엽서를 다시 보면 묘한 기분이 들것같다고 생각하며 우표를 사서 노란 우체통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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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sko Turistation 경치를 담은 엽서.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당부를 담아 보냈다. 한국으로 잘 배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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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은 이 테이블에 앉아 가족들에게 보낸 엽서를 썼다. 우체통에 넣기 전에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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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우체통은 노란색이다.

 

인터넷이 되니 메신저나 SNS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이제 5~6일간 전혀 연락이 안될테니 걱정하지 말고 연락할 수 있는데로 연락하겠다고 전하고 이제 정말 여행의 시작을 위한 배낭을 들춰메었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에서는 최초 출발지나 마지막 종착지에서 배낭을 저울에 달아 무게를 확인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내가 못본 것인지 없던 것인지 Abisko Turistation에서 배낭 무게를 달지 못했다. (아마 급하게 나오느라 내가 못봤을 것이다.) 따라서 내 배낭의 무게가 얼마인지는 정확하게 알지를 못했다. (후에 걷기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숙소인 Kvikkjokk Mountain Station에서 잰 바에 의하면 22kg 이 넘었다. 물, 식량 등이 빠진 것이라 그것보다 1~2kg 더 무거웠을 것 같다.) 한국에서 가져온 짐 외에 추가로 Abisko Turistation에서 식재료와 연료등을 더 넣어 무게가 좀 더 늘었을텐데 이 여름에 그 무게를 매고 걷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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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F Abisko Turistation Mountain Station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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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저 두 봉우리를 향해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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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sko STF Mountain Station에서 보이는 풍경.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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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는 Abiskojaure 이다. 14km 떨어져있다.

 

Abisko Turistation STF Mountain Station을 나와 굴다리를 지나 Kungsleden 표시판을 따라 가니 인터넷과 책에서 본 익숙한 관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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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은 것처럼 길에는 붉은색 알림표시가 나 있었다.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높다란 기둥에 세워진 X 표시와 또 하나는 돌이나 나무 등에 찍혀있는 둥근 마크이다. 기둥의 X표시와 둥근 페인트는 비슷한 위치에 있기도 하고 서로 다른 곳에 있기도 하다. X 표시는 겨울용이고, 둥근 표시는 여름용이다. 즉 겨울에는 X표시가 있는 높이만큼 눈이 쌓인다는 것이고 그때에는 둥근 표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름인 6월에는 둥근 표시를 따라 가야한다. Kungsleden 여행 내내 나는 딱 한번 빼고 둥근 표시만을 따라 다녔고, 그 표시는 짧게는 수 미터에서 길게는 수십 미터마다 나타나서 그 단 한번을 제외하고 길 때문에 곤란했던 적은 없었다. 그 한번도 표시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그 표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무지로 인해 다른 곳으로 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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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sko Turistation Kungsleden 초입에 있는 겨울용 X 표시. 겨울에는 저 높이만큼 눈이 쌓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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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용 표시이다. 이렇게 쌍으로 표시하여 문(door)를 표시하기도 한다. 이 사이로 지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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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모든 것이 눈에 덮히고 길에는 붉은 X표시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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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 나무 등에 표시를 해 놓았다.

 

붉은 표지 외에도 그동안 찾아본 인터넷이나 책에서 본 Kungsleden의 상징(?)이라면 긴 나무판으로 이어진 환경친화길이었다. 그 길을 보고 직접 그 위를 걷자 내가 정말로 Kungsleden을 걷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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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은 동네 숲길처럼 평범하고 무난했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아님 아까 Abisko Turistation에서 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그곳에서 보았던 다른 여행객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으나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었다. 일흔은 넘어 보이는 어떤 할머니께서 배낭을 메시고 길을 걸어가시는 모습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본가와 처가의 부모님 모두 거동이 그리 편하지는 않으셔서 그 분들께서 이런 곳을 배낭을 메고 걸으시는 것은 상상을 할 수가 없어 그 분의 모습이 마냥 부러웠고 나도 몰래 카메라를 들어 그 분의 뒷 모습을 앵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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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걸으니 인터넷에서 익히 보았던 냇물의 장관이 나타났고 나는 한켠에 배낭을 풀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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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본 여행기에서는 Kungsleden 트레킹 중에 개울이나 계곡, 호수물을 별도의 정수 과정 없이 그냥 마셔도 된다고 했는데 사실 반신반의했었다. 출발하기 전에 간이 정수기를 살지, 약국에서 파는 정수약을 살지 계속 고민했었는데 결국 번거로움을 이유로 사지 않았고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시원스레 흐르는 시내물이 나오고 땀도 많이 흘려서 배낭을 내려놓고 가져온 수통을 열어 물을 담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 속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이물질이나 부유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작은 이물질이나 미생물 등 우려가 있었으나 물은 너무도 차가웠고 적어도 눈으로 보기에 완전 깨끗했다. 직접 마셔보니 캬~~ 너무도 시원하고 물이 달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여행하는 내내 나는 이렇게 계곡물, 냇물, 호수물을 정수 없이 마셨고 한번도 탈이 나거나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참으로 부러운 스웨덴의 청정자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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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흐르는 시내물을 받아 마셨다. 정말 깨끗하고 시원하고 달았다.

 

참고로 Abisko Turistation에 있는 Shop (Butik) 에서 조그마한 바가지(?)을 팔길래 이건 뭐지? 하고 지나쳤는데 다른 여행객들을 보니 나처럼 수통보다는 그 바가지(?)를 몸이나 배낭에 달고 걷다가 배낭을 내려놓을 필요없이 손쉽게 그 바가지를 꺼내서 물을 수시로 떠 마셨는데 그게 훨씬 편리한 방법이었다. 한국에서는 지리산, 한라산에서도 물을 떠 마실 수 없어 쓸 수 없는 방법이지만 스웨덴에서는 그게 훨씬 좋은 방법 같다. 물론 물 마실 때 배낭 내려놓고 그 김에 쉬어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 바가지 같다는 것은 물 마시는 용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뜨거운 커피나 차 등도 타 마시고 식사를 담아 먹기도 하는 만능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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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장난감 같은 물그릇도 있다. 옷이나 배낭에 저걸 걸고 다니다가 물이 나오면 쉽게 떠마시는 용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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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같다던 수통, 아니 만능기구이다. 물도 떠 마시고, 차도 마시고, 식사도 여기에 덜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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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니 명상의 글이 새겨져있는 돌이 나타났고 그곳은 높은 곳에 위치해 전망이 좋아서 다른 커플 여행객도 편히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명상의 글은 가다보면 한참만에 한번씩 나왔는데 초반에는 글이 나올때마다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꼭꼭 찾아가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지쳐서 그냥 스킵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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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여행은 안으로의 여행이다.” 내면의 발견을 말하는 것 같다.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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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메고 다녔다. 라벨을 떼지도 않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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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은 곳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듯한 어느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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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풍경. 저 두 봉우리는 하루종일 나와 함께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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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이 아쉽기는 했지만 이 또한 스웨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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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용 Kungsleden 알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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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에 비탈길이 유실되어 돌로 가지말라는 표시를 한 것이다. 옆으로 돌아가면 결국 저 앞쪽으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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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풍경들이지만 걸음걸음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 다가오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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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길은 수리를 요하기도 한다. 이보다 상태가 안좋은 길도 많이 있었는데 수리는 꾸준히 계속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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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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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앉아 쉬어갔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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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공감… 자연을 사랑으로 돌보고 다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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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의 휴식처… 날씨가 안좋을때면 정말 고마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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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ngsleden의 붉은 안내표시를 따라 가는데 tältlägret 3km 라는 안내판을 보았다. 인터넷에서도 본 것 같은 기억이 난다. 가져온 번역 App으로 번역을 시도하는데 이 번역 App은 인터넷이 되어야하는 것이라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tältlägret 을 검색한 기록이 남아있어 결과를 보니 tält가 숙박, 텐트라는 뜻이었다. Tältlägret은 텐트장소, 즉 야영지라는 뜻이 된다. 즉, 야영지가 3km 남았다는 뜻이었다. 나는 아무 의심없이 그 쪽으로 걸어갔다. 오늘의 목적지인 Abiskojaure까지가 14km 거리였음을 알고 있었으나 나는 나의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에 빈 몸으로 걸으면 약 시속 5~6km 속도가 난 것을 생각하고 14km면 길어야 약 3~4시간 걸릴 것으로 생각했었다. 배낭도 있으니 4~5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 그때까지 걸은 것으로 3km 앞에 있는 야영지 (Tältlägret)가 오늘의 목적지인 Abiskojaure로 생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Tältlägret도 고유 지명이고 Abiskojaure와는 전혀 다른 곳이며 이 곳으로 가는 길은 Kungsleden 붉은 표지도 없는 다른 길이었으나 나는 아무 의심없이 부지런히 그 길을 따라 걸어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완전 평지가 아니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가는 길은 시속 2~3km 정도로 잡아야하는 것 같다. 내게 이 속도는 여행내내 변함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어이가 없기도 하다. 붉은색 표지도 없고, 그동안 걷던 길과는 갑자기 방식이 바뀌어 숲속, 산으로 올라가는데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이 길이 Kungsleden이라고 믿고 계속 걸어간 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찌보면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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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안내표시도 없는데 아무 의심없이 이런 길을 걸어갔다. 다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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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뒤편으로 절경이 펼쳐져있다. 저 호수가 Abisko Turistation 위쪽의 큰 호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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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에 있는 내가 소원을 빌며 올린 돌. 지금도 잘 올려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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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km 남았단다.. 반갑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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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은 3km 남았다고 했고 어느정도 가다보니 1.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였다. 길은 점점 고도를 높여가고 시간은 흘러가고 하늘은 구름이 끼고 조금씩 빗방울도 떨어져 마음은 살짝 불안감이 들기는 했는데 나는 어쨌든 1.5km를 더 가서 목적지에 갈 생각밖에 없었다. 가다가 높은 언덕이 보였고 하늘은 비가 흠뻑 내릴 듯이 어두워져서 시간은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이곳에서 하루 묵어가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근처에 폭포가 있고 물이 흐르고 있어 물도 풍부하고 전망도 아주 좋은 최고의 명당이었다. 누군가 전에 이곳에서 야영을 했었는지 자리도 제대로 구축되어있었다. 캠프파이어 자리도 마련되어있다. 참고로 Sweden은 어느 곳에나 야영이 가능하지만 사람 보는 눈이 다 비슷하고, 한번 야영한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명당이어서 야영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 다시 야영하기가 쉽다. 그리고 자연의 측면에서도 야영했던 곳에서 지속적으로 야영하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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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누군가가 터를 마련해놓았고, 캠프파이어 자리도 구축되어있었다. 이 외에는 다른 더러운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안왔던 듯이 있다 가는 것이 캠퍼의 기본소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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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왼편에 배낭이 보인다. 저곳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했다. 경치가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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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지 않은가? 나 스스로도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잔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꿈에 그리던 그런 멋진 풍경, 자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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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떠오고 텐트를 치고 힘든 몸을 텐트 안에 뉘이고 주변을 돌아보니 이만한 명당이 없다. 저 너머 강인지 바다인지, 호수인지가 보이고 뒤편에는 산이 놓여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명당이 아닌가. 저 너머 물이 있는 곳이 아마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계에 있는 큰 호수인 것 같다.

이렇게 피곤하고 비도 살짝 내리는 이런 야영에서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라면 아니겠는가… 나는 이 명당에서 밥도 해서 라면도 끓여서 정말 맛있게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이 멋진 풍경을 안보는게 아쉬워 텐트의 방충망만 치고 바깥 문은 열어두었다. 기온은 차갑지 않고 포근했다.

자면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역시 긴 하루였다.

 

To be continued (3일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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