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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등산기 (희방사역 – 연화봉 – 비로봉) – 2017년 2월 19일

소백산 희방사역

2월 18일 소백산 등산기 보기


9시간에 걸친 산행에 몸은 휴식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본래 생각은 밤에 일어나 쏟아지는 별을 두 눈에 담고자 했으나 한번 누워버린 몸과 정신은 아침까지 깨어나지 못했다.

6시 30분은 되어서 일어나 혹시 아직 별이 보일려나 하고 방만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 시간은 별이 아니라 해를 맞이할 시간이었다.

소백산 대피소에서 맞이하는 일출

소백산 대피소에서 맞이하는 일출

 

영주에 있는 집과 가로등의 불빛은 여위어가고 여명이 밝아온다.

집과 가로등의 불빛은 여위어가고 여명이 밝아온다.

 

별은 볼 수 없었지만, 아직 달은 중천에서 비치고 있었다.

별은 볼 수 없었지만, 아직 달은 중천에서 비치고 있었다.

 

소백산 대피소 계단과 난간. 일찍 짐을 추려 떠나는 분들이 계셨다.

소백산 대피소 계단과 난간. 일찍 짐을 추려 떠나는 분들이 계셨다.

 

어제 있었고, 오늘 다시 향해 갈 연화봉과 천문대가 보인다. 산 줄기의 북쪽과 남쪽의 경계가 명확하다.

어제 있었고, 오늘 다시 향해 갈 연화봉과 천문대가 보인다. 산 줄기의 북쪽과 남쪽의 경계가 명확하다.

 

드디어 해가 올라왔다. 오랜만에 보는 일출이다.

드디어 해가 올라왔다. 오랜만에 보는 일출이다.

 

해가 뜨자 주변 풍경은 금새 바뀌었다. 감추고 있던 본래의 색을 드러낸다.

 

소백산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강우레이더기지. 그 아래에는 두 군데의 취사장이 있다.

소백산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강우레이더기지. 그 아래에는 두 군데의 취사장이 있다.

 

일출과 함께 떠나는 분들…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서 마무리되는 백두대간이다. 가본 곳이 별로 없다. 하나의 버킷 리스트가 작성되었다.

 

취사장에서 식사를 하다가 시원한 밖에서 먹고 싶어 가지고 나온 번데기와 막걸리. 아침부터 술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데 차가운 공기속에서 먹는 막걸리 맛이 끝내줬다. 🙂

 

취사장에서 나와서 보는 대피소의 정원(?) 모습. 겨울이라 황량한데 봄이 되면 저곳에 꽃이 무성할 것이다. 저 뒤의 정자에 앉아 사방을 내려다보며 도시락을 까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소백산 제 2연화봉 대피소 모습

 

어제 비로봉까지 다녀왔으니, 오늘은 연화봉까지만 가서 다시 바로 희방사로 내려갈 예정이다.

예약한 청량리행 기차가 4시 넘어서라 시간이 넉넉하다.

몇몇 분들은 새벽 혹은 아침 산행을 서둘러 가지만 나는 일부러 느긋느긋, 느릿느릿 식사하고, 짐 정리하고 여유를 부린다.

대피소는 11시까지 퇴실이다.

10시 넘어서 슬슬 짐을 챙겨 나갈 준비를 한다.

짐을 챙기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온병이 보이지 않는다. 🙁

어제 점심 때 사발면을 먹을때 이용했었고 어제 저녁에 이곳에 짐을 풀 때에도 봤던 것 같은데 없다.

내가 어디서 분실을 했는지, 어둠속에서 짐이 헛갈려서 다른 분 짐으로 잘 못 들어갔는지 결국 그 보온병은 찾지 못했다. 힝…

지난 청계산 등산 때 찍었던 보온병 모습.

 

어제 등산을 시작할 때에 비해 배낭 무게가 많이 줄었다.

보통 당일치기 등산을 할 때면 물 1리터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물론 계절에 따라 필요양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백산처럼 좀 더 긴 코스면 1리터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어제는 1리터짜리 수통 두개에 물을 가득 채워 왔다.

거기에 사발면을 먹기 위해 보온병에 끓인 물을 담아왔다. 용량은 대략 0.5 리터일 것이다.

그리고 산에서 먹는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해 750밀리리터 장수 막걸리 한병. 🙂

이 무게만 해도 4kg이 넘을 것 같다. 🙂

막걸리는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으로 다 마셨고,

보온병에 담긴 물은 어제 점심 때 사발면 용으로 다 썼고, 이제는 보온병까지 없어졌고

물은 2리터를 어제 다 마셨고, 오늘은 한 800밀리리터 정도만 담았으니 어제에 비해 무게가 확 줄었다.

배낭이 가벼워 전혀 힘들지 않다.

누군가 그랬다던데, 배낭의 무게가 욕심의 무게와 비례한다고…

내 욕심이 과했구나…

 

어제 힘들게 올랐던 계단을 내려간다. 언제 다시 올지 아쉬움이 크다.

 

천문대가 있는 저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눈길이지만 아이젠을 신어서 미끄럽지 않고 뽀드득 거리는 느낌이 좋다.

 

올해는 눈길에 대한 기억이 많다. 등산 덕분이다.

 

다시 느끼지만 걸음의 힘은 경시할 수 없다. 한발한발 걷다보니 이 먼곳까지 어느새 도착했다. 날씨는 어제만큼 화창하지는 않고 구름이 많이 껴있다.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연화봉 정상석을 다시 찍어본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정상에 사람이 별로 없다. 호젓하다.

 

다시 한번 더 제 1 연화봉과 비로봉을 한 눈에 담아본다.

 

해당 월에 서면 그림자가 시간을 가리키는 해시계이다. 1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정확하다.

 

산악인의 선서. 내가 산악인이라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끊임없는 여행자이고 싶다. 누군가의 책처럼… ‘지구별 여행자…’

 

어제 올랐던 희방사쪽 계단으로 내려간다.

 

나무를 볼때마다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쪽 벽이어서 그런지 어제의 북벽 설경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가끔 눈도 보이지만 확실히 봄이 오고 있음을,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희방사에 들렀다. 어제 뒤틀렸던 나의 마음도 풀고 가야겠다.

 

어제는 적지 않았던 산객들이 오늘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기차 출발까지 시간이 많아 발걸음이 여유롭다. 봄 기운도 느껴져 몸도 마음도 훈훈하다.

 

산행이 끝나고 산업의 편리가 나타났다. 우측에 나있는 산책로로 들어간다. 아스팔트 길과 흙길은 걸어보면 발의 피로도와 걸음의 즐거움에 큰 차이가 있다.

 

어제 올랐던 자연관찰로로 나오게 된다.

 

희방 3주차장을 지나 오솔길로 내려간다.

과수원이 있었는데 어떤 나무인지 모르겠다.

 

즐비한 장독대를 보니 반갑다.

 

오후 3시가 안되어 희방사역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지 않아서 시장하다. 근처에 식당을 찾는데 식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가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발견한 식당에 들어간다.

 

식사 시간대가 아니어서 식사 되냐고 여쭈니 당연히 된다고 어서 들어오라고 반겨주셨다.

식당에 손님은 나 혼자였다.

여기 어떤 메뉴 있나요? 라고 여쭈니 ‘청국장 맛있게 끓여드릴까요?’ 라고 제안을 해주셔서 기분 좋게 대답을 했다. ‘네~~~’

새로운 낯선 곳에 가서 그곳의 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반찬이 세팅이 되었다. 나물, 코다리 조림, 젓갈, 깻잎 등 맛깔난 반찬들이다.

 

청국장이 왔다. 짜지 않고 구수하며 칼칼하니 아주 입맛에 맞았다.

 

돌솥밥이 나왔다.

 

허기도 지고, 밥과 반찬도 맛있고, 정신없이 정말 맛있게 먹었다.

 

너무 싹싹 비웠나? ㅋㅋㅋ. 난 참 잘먹는다. 🙂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귀여운 강아지들이 장난을 건다. 형제인가보다. 커플룩으로 입었네… 순박한 모습이 너무 귀엽다.

 

청국장을 먹은 김에 아까 보았던 장독대가 있던 곳에서 된장을 구입할 수 있을까 싶어 가보았다.

가기 전에 전화도 시도해보았는데 받지를 않는다.

가서 계시냐고 불러도 보았는데 대답이 없다.

문도 닫혀있다.

결국 된장은 못사고 사진만 몇방 찍고 나왔다.

소백산 된장을 못산게 아쉽다.

벽의 그림이 재미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이 길로 올라가면 희방사로 가는 등산로가 나오고, 저 앞이 소백산 전통 된장이고, 그 옆이 식당이다.

 

이제 기차를 타고 올라갈 시간이 거의 되었다.

희방사 역에도 나밖에 없다.

올라갈 분들은 이미 다 올라갔나 보다.

기차가 오기까지 텅빈 역 주변을 둘러보며 그곳의 모습을 담는다.

여행이 마쳐질 때의 그 어떤 느낌이 있다.

뿌듯함과 아쉬움과 그리움과… 뭐라 말할 수 없는 여러 느낌이 섞여있다.

그 느낌이 여행의 맛인 것 같다.

 

기차는 정확히 정시에 희방사역에 도착했고, 탑승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

약 2시간 40분 걸려 청량리역에 도착했고,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고 집으로 향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박 2일 소백산 산행이었다.

여행이 주는 이 다채로운 맛 때문에 여행을 멈출 수 없다.

다음에는 어디를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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