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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과 홍차 – 2017년 4월 6일

한잔의 홍차와 한곡의 음악과 함께 하는 나만의 신선놀음.

한잔의 홍차를 마시고, 한곡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 내키는데로 써내려가는 나만의 에세이.

음악 풍평도 아니고, 홍차 시음도 아닌 그냥 그때 마신 홍차와 그때 들은 음악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써내리는 향기어린 개인적인 독백을 이어가본다.

대홍포

오늘의 홍차 – 대홍포 (좀 뜬금없기는 하다. 🙂 )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 K.V 550

고전음악을 좋아한다. 바흐, 슈베르트, 베토벤, 헨델, 차이콥스키, 브람스 그리고… 모차르트.

내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로 모차르트 전곡을 감상하고 그 감상평을 기록하는 것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감상평이라기 보다는 그냥 나의 감상기가 될 것이다. 내가 평을 내릴 입장도, 능력도 안되고 설사 능력이 된다고 해도 그러고 싶지도 않다.

전에 20대 때에 하이텔 등의 PC 통신을 하면서 음악 동호회에 음악 감상기를 올리기도 하고,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모차르트 위주로 운영하기도 했었다.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이야기이다.

그때 썼던 글들을 이곳에 다시 올릴 생각은 없고,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와는 다를 것이므로 같은 음악을 들어도 느낌은 다를 것이다.

당시는 주로 테입이나 LP인 아날로그로 들었었고, 지금은 순수하게 디지털 매체를 통해 듣고 있다는 것도 큰 차이일 것이다.

오늘의 음악을 무엇으로 할까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당시로 돌아가 처음으로 구입했던 LP 판에 수록된 곡을 골랐다.

Karl Bohm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의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K.550 g단조.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때 자세히 이것저것 따지고 하기 보다는 일단 접하고 보는 스타일이다.

음반 매장에 가서 이 음반 저 음반 집어서 뒷면의 설명을 읽고 고른게 이 음반이었다.

이 음반으로 고전음악을 처음 접했던 것은 아니고 비발디 사계나 베토벤 합창 교향곡 등은 테입으로 많이 들었었고, 이 음반은 처음으로 구입한 LP였다.

합창 교향곡의 1/2도 안되는 길이. (합창 교향곡은 70분 가량 되고, 40번 교향곡은 30분이 채 안된다.)

합창 교향곡처럼 노래도 나오지 않는 교향곡. (교향곡은 원래 합창이 없는거야. 베토벤 합창 교향곡이 별종인거지…)

당시에는 이런 것도 모르고 무작정 골랐고 그냥 들었고 별 감흥이 없었다.

명곡은 여러번 들어봐야 그 느낌이 조금이나마 다가올 수 있는 법이랄까.

구입한 LP가 신기해 이 음반만 계속해서 듣던 어느날 1악장의 그 첫 흐느낌이 불현듯 내 품 안에 파고들어왔고 점차로 각 악장들도 내 가슴속에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모차르트를 가리켜 음악의 신동, 천재라고 하지만 그냥 단순히 신동, 천재라 하기에도 이해불가이다. 모차르트는 사람 심리에 달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런 음악을 들어도 마음이 안움직여? 이건 어때?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고 짐작도 되지 않지만 저 마음 깊은 곳에서 태고적부터 요구하는 근원적인 아름다움이 이런 것 아니야? 어때, 여기가 가렵지 않아? 라는 식으로 사람 마음을 콕콕 찌른다. 이런 콕콕 찌름도 모차르트 음악의 극히 일부분으로 그 다양한 맛과 멋과 아름다움 중 일부라도 맛을 들이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고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듣기가 심히 불편할 수도 있다.

1악장 첫 부분의, 그 잘 들리지도 않는 그 흐느낌을 느껴보라. 긴 서주도 필요없이, 큰 소리도 필요없이, 반복도 필요없이, 단 몇 음표만으로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 같다. 대부분 1악장의 1주제를 대표 주제로 생각하지만 그 대표 주제가 나오기 전의 그 흐느낌은 이 교향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십가지의 연주를 들어봤지만 처음 이 부분을 항상 귀를 쫑긋 세워서 초 집중을 하여 듣는다. 이 부분을 얼마나 잘 하느냐를 가지고 이 곡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주된 감상 포인트 중의 하나가 되었다.

1악장의 흐느낌과 질주, 2악장의 그 비통함, 3악장의 울면서 춤추는 듯한 미뉴에트와 4악장의 미친 듯한 폭풍 질주는 천재가 작정하고 곡을 쓰면 어찌 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때이니 용돈 모아 한달에 간신히 한장 정도 LP를 구입했으니 그 구입의 신중함이 대단했고, 구입하면 무한 반복하여 곡을 듣곤 했다.

이제는 그때와 달리 취미에도 어느정도 쪼들리지 않고 넉넉하게 투자하지만 애지중지 LP 하나 만으로 수십번 반복해서 들었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마침 youtube에 해당 연주가 있어 공유한다.

  • 1악장: Molto Allegro
  • 2악장: Andante
  • 3악장: Menuetto (Allegretto)
  • 4악장: Allegro Ass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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