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제주 렌터카 여행 (2018년 3월) – 1일차

2018년 3월 12일 월요일 (1일차)

오전에 급하게 예약한 비행기는 13:35 출발이다.

수내역 앞에서 출발하는 공항가는 버스는 항상 10~15분 정도 늦는다. 하지만 공항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임으로 가득하고, 그 기다림조차 즐거움이기에 버스가 늦어도 불만은 없다.

머리속에서 자꾸 제주에 도착하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볼 것인가를 찾아보고 궁리하고자 하나 의식적으로 저지했다.

이번 여행은 그냥 마음가는데로 자유롭게, 유유자적, 많이도 말고 조금만 보고 즐기고자 했다. (과연 그렇게 되었는지는…)

출발 인증샷! 목적은 두가지! 인증과 출발 시간 확인을 위하여… 🙂

 

버스에 이어 비행기 출발도 지연되었지만 그리 급하지 않다. 점심을 제대로 안먹어서 공항 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요거트로 점심을 대신했고, 편의점에서의 이 경험으로 제주에서도 식사가 마땅치 않았을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요거트로 식사를 대신했다.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심하여 비행기에서도 풍경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제주 공항에 내려서도 한라산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공항 게이트를 나와서 찍은 사진에서는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데 이는 사진빨인 것 같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한방! 하늘이 파랗게 보이지만 미세먼지로 공기는 맑지 않았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한방! 하늘이 파랗게 보이지만 미세먼지로 공기는 맑지 않았다.

 

렌터카 업체의 셔틀버스를 타고 렌터카를 수령하기 위해 갔다. 꼬불꼬불 한참을 가서 키와 차를 수령했는데, 손님이 꽤 많아서 그런지 별 설명도 안해주고 차량의 상태 사진만 잘 찍으라는 당부를 하고 키를 건네준다. 나는 전기차가 처음이라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쩝. 충전하려면 회원카드나 인증방법이 필요할 것 같아 다시 문의하니 회원카드 비밀번호만 알려준다. 이때 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후에 자주 하게 된다. 전기차에 대한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후에 기술하겠다.

이번에 나와 3박 4일을 함께 한 SM3 ZE 전기차.
이번에 나와 3박 4일을 함께 한 SM3 ZE 전기차.

 

차가 설어 익숙해지기 위해 작년 7월에 배낭을 메고 걸었던 코스를 따라 돌아보았다. 차로 가니 이렇게 가깝고 금방 가는 거리였다니… 작년 호흡과 주변 냄새, 색깔, 풍경,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제주 공항 위쪽의 해변. 개인적으로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코스이다.
제주 공항 위쪽의 해변. 개인적으로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코스이다.

 

이호테우 해변의 트로이 목마 등대
이호테우 해변의 트로이 목마 등대

 

이호테우 해변. 작년에 비를 피했던 정자밑에서 시원한 바다를 구경한다.

 

여전한 곽지과물 해변

 

곽지과물 해변은 제주도의 유명한 해변이라 이곳 주차장에는 전기충전기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나의 착각이었고 앱으로 검색해보니 가까운 충전기는 애월 농협에 있다고 나왔다.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검색을 하지 않고 왠만하면 이곳에 있지 않을까 짐작했던 것이고, 본래 계획은 충전을 걸어놓고 여유롭게 곽지과물 해변을 산책하는 것이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눌치재 주인장들과는 대략 6시경 애월 근방에서 보기로 했고 그 이후 일정이 어떻게 될지를 몰라 전기차 충전이 시급했다. 곽지과물은 사진 한방만 찍고서 다시 차를 타고 충전소가 있는 애월농협으로 왔던 길을 거슬러갔다. 여기에서도 착오가 있었던 게 앱에서는 근처 충전소가 애월농협이라고 나와 차량의 네비게이션에 애월농협으로 검색을 하니 충전소가 있지 않은 정말 농협으로 안내했고, 충전기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주차장에 있었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은 익숙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행착오를 겪게하여 여행에 착오를 가져오게 할 수도 있어 미리 대비가 필요하다.

애월 농협 하나로 마트 주차장에 왔는데 이 넓은 주차장 어디에 충전기가 있는지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따로 안내가 있지도 않아 주차장을 빙빙 돌면서 찾았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으나 들어오면서 놓치기 쉬운 곳에 있어 지나친 것이었다. 충전기는 마침 점유되어있지 않아 주차라인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고 나와서 충전을 하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는게 하나도 없어 막막하다.

일단 충전기는 대략 아래처럼 생겼다.

제주도에서 많이 이용했던 전기차 충전기

 

르노삼성 SM3 ZE 차량은 AC 3상이다. 종류는 표기가 되어있어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충전기는 저 네모 철제안에 들어있는데 당연히(?) 저 문을 그냥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고민하다가 저 화면 부분을 보니 충전을 하려면 터치를 하라고 써 있었다. 회원, 카드 중 선택을 하라고 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카드를 택했다. 회원카드를 접촉하거나 회원번호를 입력하란다. 아까 렌터카 업체에서 받은 회원카드를 저 부분에 접촉하니 반응이 없다. 지긋이 눌러도 보고, 뒷면으로 대어보기도 하고, 비비기도 해보지만 반응이 없다. 할 수 없이 카드 번호를 입력한다. 번호는 16자리로 길었고, 글자가 작고 길고 잘 안보여 결국 인증 실패났다. 다시 숫자를 잘 확인하고 입력하니 이제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란다. 아까 렌터카에서 비밀번호는 회원번호의 마지막 숫자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어렵게 입력하니 ‘틱’하며 저 철문이 열렸다.

무거운 충전 케이블을 질질 끌고 차량으로 가는데 차량의 충전단자문을 어떻게 열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차량의 충전단자는 차량 오른쪽에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열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아까 렌터카 업체에서 이런 것은 알려줘야하는거 아닌지 살짝 짜증이 났다. 혹시 차량 안에서 어떤 스위치를 눌러야 열리나? 아니면 충전단자문을 살짝 누르면 열리는건가? 무거운 충전 케이블을 들고 고민을 하다가 혹시나 해서 문 고리에 손가락을 넣어 당기니 그냥 열어졌다. 허탈했다.

문을 열면 플라스틱 커버가 있어 그걸 젖히면 충전기를 삽입할 수 있다. 잠시 차 등에 불이 점멸하더니 충전기 액정에 충전 중이라고 표시가 된다.

휴~~ 별 것 아닌 것인데 고생했다. 이제 한 30분 정도 충전을 하면 대충 만남 시간에 맞을 것 같으니 그동안 애월 농협 하나로마트 구경도 하고 장이나 보자고 마트로 들어갔다.

충전을 마치고 마트에 들어가는 내 모습. 제주의 그림자는 유독 길다.

 

마트에서 산 것은 대부분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의 욕심으로 인한 것들이었다. 해변 등에서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고 싶어 맥주 6캔을 샀다. 해변이나 숙소에서 여유롭고 낭만적(?)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싶어서 라면도 한 팩을 샀다. 식후에 차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집에서 차와 커피도 챙겨왔다. 이를 위해 물을 샀고, 캠핑용 가스를 샀다. 물은 제주 삼다수가 아주 싸고 생각보다 라면이나 차를 많이 먹고 마시지 않을까 싶어 물도 2L 짜리 3통이나 사고, 맥주 안주도 샀다. 이 라면과 커피 혹은 차를 위해 집에서부터 MSR Stove 버너도 가져왔고, 라이터, 시에라 컵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들은 거의 쓰거나 마실 일이 없었고, 어찌보면 샀기에 아까워서 억지로(?) 마셨고, 끓여 먹었다. 정말 다 나의 욕심이었다고 새삼 깨달았다.

물은 숙소나 식당에 얼마든지 있었다. 물통 하나만 있으면 그냥 따라서 마시면 될 것이었다. 물 3통 중에 1통만 1/2를 마셨다.

맥주는 마시기는 했는데 필요할 때 근처 편의점 등에서 한 캔씩 사서 마시면 될 것이었다. 벌크로 산 맥주는 미지근해졌고 맛이 떨어졌고, 결국 다 마시지도 못했다.

라면은 굳이 먹지 않아도 되었는데 샀으니 둘째날 저녁과 마지막날 아침에 끓여먹었다. 차는 라면을 먹을 때에만 식후에 끓여 마셨다.

작년에 왔을 때에도 느꼈지만 제주에는 편의점이 잘 되어있다. 물론 제주 편의점은 육지처럼 24시간 하지 않는 곳이 많지만 미리 구입해두면 된다. 우리나라 최대의 섬 제주를 너무 오지로 생각했나보다.

텐트 여행이라면 버너와 물, 식재료, 커피/차가 필수인데 텐트가 없다면 나머지도 철저히 옵션인 것 같다.

어쨌든 당시에는 기대에 부풀어 마트에서 장을 보곤 차로 돌아왔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차는 아직도 충전 중이었으나 약속 시간이 거의 되어 이제 충전을 마감하고 이동해야한다.

열심히 충전 중인 나의 애마 SM3 ZE 전기차. 노을이 지려한다.

 

아까 눌치재 쥔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애월 낙조 보러 가실래요?’

만나기로 한 곳은 제주 한담 산책로(이름이 장한철 산책로로 바뀌었다.)가 있는 ‘제주담다’라는 카페 앞이었다. 애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아주 조금 떨어진 곳이다.

충전기의 화면을 통해 충전을 중지하고, 위 사진에 있는 충전기를 뽑고 출발을 하면 된다. 이제 조금 있으면 노을이 절정에 달하고, 오늘의 해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저 충전기는 차에서 뽑히지 않는다. 🙁

당연히 그냥 쑥 당기면 빠져나올 줄 알았다. 나오지 않는다.

좌우로 살짝 비틀며 뽑아보기도 했다. 전혀 꿈쩍도 않는다.

혹시 탈착 스위치가 옆에 붙어있어 누르며 뽑아야하나 싶어 쭈그리고 앉아 살펴도 보았다. 전혀 없었다.

아~~ 이놈의 렌터카 업체는 이런 것도 안가르쳐주고 그냥 자동차 키만 주면 어쩌라는거야~~ 라며 렌터카 원망, 아니 욕을 했다.

꽤 힘을 주어 당겨보기도 했다. 소용이 없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이를 어쩌나했다.

눌치재 쥔장들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볼까? 아냐~~ 아직 시간이 있으니 스스로 해결하자. 왠지 쪽팔린다… 🙂

하다하다 안되어서 아까 렌터카 업체가 알려준 전화번호, 사고가 나면 연락하라고 한 번호로 연락을 해보았다. 안 받는다. 짜증이 치민다. 이 번호로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란 말이야???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한 지혜의 말씀이 생각나서 잠시 차에서 물러서서 심호흡을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검색을 했다. ‘SM3 ZE 충전기 뽑는 법’

나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은 분의 글도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도 했다.

역시 모를때의 고뇌는 깊지만 찰나의 깨달음에 사라지는 번뇌는 허탈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모 블로그 글에서 차량 키(Fob key)의 스위치를 눌러 충전 케이블을 탈착하고 라는 글귀를 보고 바로 주머니 속의 차량키를 꺼내서 살펴보았다.

전기 플러그처럼 생긴 버튼이 충전 중지 버튼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충전기를 뽑을 수 있다. 알고보니 허탈하다.

 

싯타르타는 샛별을 보았고, 아르키메데스는 욕탕 밖으로 물이 넘침을 인식했다.

나는 환희에 차서(?) 충전케이블을 빼서 다시 충전 단자에 넣고 만남의 장소로 이동을 했다.

 

 

제주 애월 한담 제주담다 카페

 

약속장소로 가니 눌치재 쥔장들은 이미 와 있었고 약 8개월만에 반갑게 만나 함께 한담해변의 장한철 산책로를 걸으며 애월의 노을을 만끽했다.

2017년 여름에 찍은 한담마을 장한철 산책로

 

먼지가 어느정도 있을때 노을은 더 아름답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본 노을 중에 최고의 노을을 이날 제주에서 보았다. 보통 바다 위에 구름이 놓여있어 해가 바다와 맞닿는 부분을 제대로 보기는 흔치 않은데 아주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왜 해가 동쪽에서 뜨고, 왜 해가 서쪽에서 지는지 현대인으로서 배워 익히 알고 있지만 달걀 노른자 같이 붉고 동그란 해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을 때에는 온몸에 전율이 돌며 신비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현대인도 이럴진데 고대의 인류들이 느꼈던 자연에 대한 그 경외감은 어떠했을까…?

제주 애월에서의 일몰

 

일출이나 일몰을 볼때마다 새삼스러운 것은 해의 움직임이 매우 신속하다는 것이다. 가라 앉기 시작하던 해는 정말 순식간에 바다 밑으로 사라졌고 주위는 금세 어두워진채 저 멀리 집어등을 밝힌 배들만 보였다.

 

서로의 사진을 확인하는 눌치재 쥔장 커플. 아직도 소년, 소녀 같소…

 

우리는 여유롭게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노을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제주의 저녁을 즐겼다. 산책로 끝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니 어느새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있었고, 산책로에는 우리만 호젓하게 걷고 있었다. 출출함을 느껴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쥔장의 추천으로 차를 타고 다시 도두봉 근처로 갔다.

 

제주 한스K55 흑돼지장작구이

 

반가운 후배들과 모처럼 만나 담소와 함께 식사를 하느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이곳의 메뉴는 고기, 부대찌게 (+라면사리), 파이로 우리는 퓨전 코스처럼 두루 먹었다. 술도 한잔씩 걸쳐 분위기는 얼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주는 육지와 달리 밤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 별로, 아니 거의 없다. 대부분의 식당은 7시면 문을 닫고, 이곳도 우리를 마지막 손님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2차를 하고 싶었지만 근처 식당은 다 문을 닫았거나 닫으려하고 있었다. 날은 추워지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주변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로 2차를 대신하며 담소를 이어가고 여운을 마무리하였다.

눌치재 쥔장들은 대리운전을 불러 들어가고, 나는 작년에도 잘 이용했던 도두해수파크 찜질방으로 가기로 했다.

술에 많이 취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술을 마셨으니 운전을 할 수는 없고 찜질방까지 걸어가거나 술이 완전히 깨고 차를 끌고 가야했는데 날도 추워 걸어가기가 귀찮아 차에서 한숨 자고 가기로 했다.

사실, 조만간 정처없이 전국여행을 차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차에서 밤을 보내는 것도 연습할 겸 잘됐다 싶었다. 근데 차에서 자는게 생각보다 참 많이 불편하다.

포근한 침대에서 발 쭉 뻗고 편하게 잠을 자는게 얼마나 축복이고 행복한 것인지 새삼 느꼈다. 불편하고 추운 차 안에서 어쨌든 자다깨다가를 반복하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찜질방으로 간게 새벽 3시였다.

 

뜨끈한 탕에 들어가 언 몸을 녹이고 두다리 쭉 뻗고 자리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

내일(자정 넘었으니 오늘)은 무얼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한라산에나 오를까… 하고 곤히 잠이 들었다.

이렇게 제주 여행 첫날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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