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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오븐으로 군밤 만들기 (재도전)

지난 추석 명절때 본가 부모님께서 주신 올해 햇밤이다.

지난 번에 요즘 핫한 에어프라이기로 군밤 만들기에 무식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했었는데, 이번에는 더치오븐으로 다시 시도해본다.

에어프라이기가 문제가 아니라 밤에 칼집내는 것을 잘못한 게 실패의 주요 요인이다.

참고로 밤은 구울 때 반드시 칼집을 내야한다. 칼집을 내지 않으면 정말 수류탄 터지듯이 펑펑 밤이 터져서 혹시라도 사람이 다치거나 기물이 파손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밤 속알이 마구 터져나와서 주변을 어지럽힐 수가 있다. (지난 포스팅 참고)

전에는 칼집을 내기는 냈는데, 귀찮아서 대충 밤 꽁지 부분에 살짝만 냈는데 그렇게 하면 안되고, 밤대가리(?) 쪽을 길게 칼집을 내야한다. (아래 두번째 사진을 보면 어떻게 칼집을 내야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순서는 대략 아래와 같다.

  1. 밤을 깨끗이 씻는다.
  2. 밤을 잠시(약 10분 정도?) 물에 불려놓는다. (안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다음에는 불리지 않고 할 예정이다. 나는 몸소 체험을 통해 아는 무모한 경험주의자?)
  3. 더치오븐에서 강불로 15분, 약불로 15분 정도 익힌다. (시간도 절대적이지 않다. 재료의 양 등에 따라 다르다. 내 경험으로 30분이면 밤이 탈 정도는 아니니, 30분 후에 잘 익었나 확인하고 대처하면 된다.)
  4. 익었는지 확인한다. 익었으면 불을 끄면 되고, 안 익었으면 좀 더 익히면 된다.
  5. 익었으면 불을 끄고 남은 열로 뜸(?) 들기를 기다린다.
  6. 꺼내서 껍질을 재주껏(?) 벗겨 먹는다.

우리는 보통 까면서 먹기도 하고, 작은 숟가락으로 속만 파내서 모은 후에 꿀을 넣고 경단처럼 뭉쳐서 간식으로 만든다. 밤 자체가 단데 꿀까지 들어가니 이보다 맛있을 수가 없다. 꿀을 넣고 바로 먹을 때 보다 한참 후가 너무 달지 않고 정말 맛있다.

햇밤을 깨끗이 씻어서 10분 정도 물에 불린다.

불린 밤의 대가리(?) 부분을 관통하여 칼집을 낸다. 너무 폭이 좁게 하면 후에 까먹기가 불편하고, 잘못하면 너무 깊게 칼이 들어가 익은 후에 두동강이 난다. 적절한 수준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더치오븐에 망을 놓는다. 더치오븐은 만능 요리기구로 못하는 요리가 없다. 사실 별로 할 것도 없이 재료넣고 푹 익히면 맛있는 요리가 된다. 참고로 더치오븐은 무쇠로 되어있어 열을 잘 담고 있고, 열이 잘 식지 않으며 뚜껑도 무겁고 뚜껑과 본체 사이에 틈이 없어서 일반 냄비 보다 무수 요리(물 없이 하는 요리)가 가능하다.

칼집을 낸 밤을 더치오븐에 담는다

더치오븐 뚜껑을 덮고 불을 켠다. 저 더치오븐 뚜껑은 스킬렛(일종의 후라이팬)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고기를 구어도 일반 후라이팬보다 훨씬 맛있게 구워진다. (온도가 높고 쉽게 식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30분 타이머를 건다. (귀찮아서 시리를 시켜서 타이머 설정을 했다.)

30분 후에 더치오븐 뚜껑을 연다. 칼집을 충분히 내서 안에서 터진 밤은 없으나 너무 깊게 칼집을 내서 대부분 쩍쩍 벌어졌다.

밤이 벌어져서 속살이 보인다. 패트맨 게임의 괴물 같다. 저 껍질만 쏙쏙가서 동그란 군밤을 앙! 하고 먹는게 목적인데 잘 안되었다. 칼집이 너무 깊게 들어간 것도 이유일 것이고, 수분이 너무 많아서 잘 벗겨지지 않는게 아닌가 싶어서 다음에는 물에 안불리고 할 예정이다.

익은 밤을 큰 그릇에 담는다

잘 익은 군밤. 이처럼 밤알이 통째로 나온 것은 5개가 채 되지 않는다. 다음에 재도전!!

밤 속을 숟가락으로 파낸다. 이게 가장 큰 일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물에 오래 불려서 그런건지 껍질이 싹 벗겨지지 않아서 작은 숟가락으로 일일이 속을 빼야했다. 이렇게 속을 다 파내서 모으면 꿀을 적당량 넣고 비벼서 손으로 동그랗게 먹기 좋은 크기로 뭉치면 아주 맛있고 먹기 좋은 간식이 된다. 이 간식은 아이들보다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

완성! 이보다 맛있는 간식은 없다.

밤을 넉넉하게 많이 주셔서 앞으로 이렇게 두번은 더 해먹을 게 있다. 다음에는 더욱 완성형이 되기를…

깊어가는 가을밤에 식탁 주변을 오다가다 눈에 띄면 하나씩 입에 넣으면 이보다 맛있을 수는 없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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