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설악산 (2019년 9월 21일) 오색, 대청봉, 공룡능선, 마등령, 비선대, 설악동 완주

2019년 9월 20일 (토요일) 밤 출발 ~ 9월 21일 무박 산행

작년에 이어 생애 두번 째로 가는 설악산 대청봉 등산이다.

역시 작년에 이어 오색을 들머리로 삼았다.

작년은 회사에서 단체로 갔다면, 이번에는 어느 산악회에 개인적으로 끼어갔다.

오색의 등산로 입구가 열리는 새벽 3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4시간도 넘게 걸렸다면, 이번에는 2시간 30분만에 도착했다.

작년에는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공룡능선을 탔다.

작년에 하도 힘들고 고생을 해서 다시 설악산을 올 줄은 몰랐다. 아니, 마음 한 편에서는 몸을 만들어 다시 설악산 정상에 서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음은 있었으나 그게 이렇게 빠를 줄을 몰랐던 것 같다.

한라산도 가봤다. 지리산도 가봤다. 둘 다 내 스스로 갔다.

한라산, 지리산보다 훨씬 가깝고 친숙한 설악산은 이상하게 안 가게 되었다. 흔들바위, 울산바위, 권금성, 비선대, 비룡폭포 등은 몇번을 가보았으나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는 내 스스로 안 가게 되었다. 그러다 작년에 가고 너무 힘들어 혀를 내둘렀다.

작년에 힘들었던 것은 운동부족과 체중 증가 때문이다.

올해에 등산과 걷기를 꾸준히 하면서 체력이 많이 좋아졌고, 자기차량으로 설악산 무박산행을 하는 것은 수고가 많고, 돈도 많이 들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산악회 카페에서 금요일에 운영하는 설악산 무박 산행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신청했다.

(찾아보면 이런 산악회 카페에서 전국 각지로 운행하는 버스 서비스는 무척 많다. 값도 자기차량으로 가는 것이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편하다)

금요일 밤 11시 경에 출발해서 들머리에 새벽 2시 30분 경 내려주고, 날머리에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가 태워서 돌아오는 것이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것은 딱 교통만이다. 등산 인솔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등산하고, 각자 알아서 마감시간까지 버스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야한다. 시간 엄수는 철칙이어서 시간 내에 오지 않으면 미련없이 버스는 떠난다.

작년에 했던 설악산 등산은 준비물을 회사에서 다 챙겨주어서 맨몸으로 가서 물건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내가 다 준비해야했다. 야간산행이고 험한 설악산이어서 준비가 소홀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고심을 많이 해서 준비했다.

  • 물: 1L * 3 = 3L
    • 물이 무겁기는 한데, 평소에 물을 많이 마셔서 나는 3L는 항상 갖고 다닌다.
    • 대피소에서 구입할 수 있기는 한데, 대피소는 아침 7시부터 연다.
  • 김밥: 3줄
    • 야식, 아침, 점심으로 세끼를 산에서 먹어야한다.
    • 들머리에서 출발하기 전에 배를 좀 채우고, 등산하면서 기력이 떨어지면 먹는 식으로 김밥을 꾸준히 먹었다. 🙂
  • 햄버거 1개
    • 고기를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아서 근처 맘스터치에서 엄청 큰 햄버거를 샀는데, 이 버거는 결국 산을 다 내려와서 먹었다. 꿀맛!
  • 견과류, 초콜렛, 영양바 등
  • 등산 스틱
    • 설악산 같은 험한 산, 그리고 오래타는 산에서 등산스틱은 필수다.
    • 발에 부담을 덜어주고, 안전을 지켜준다.
  • 헤드랜턴
    • 야간산행에 필수이다. 이것 없으면 장님이 되는 격으로 야간산행 시 생존과도 연관이 있다. 잘 준비해야한다.
  •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 카메라, GPS 용도로 사용.
    • 배터리 소모가 많으므로 보조배터리는 필수.
    •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연결 케이블도 잘 챙겨야한다. (다음 산행인 지리산에서는 케이블 불량으로 배터리 충전이 안되어 곤혹스러웠다.)
  • 그 외
    • 장갑: 등산 시에 장갑은 필수로 생각된다. 한번 껴 버릇하면 그 다음부터는 없으면 허전해서 안된다. 혹시 모를 부상을 방지해주고, 체온 조절에도 좋다.
    • 모자: 역시 체온 조절에 도움
    • 버너, 코펠, 라면 등: 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드시는 분들도 많은데 나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져가지 않았다. 대피소에서 라면 드시는 분들 보고 어찌나 부럽던지… 결국 지리산 갈 때에는 가져갔다.

버스 출발은 복정역에서 밤 11시 50분에 한다.

집에서 짐을 챙겨 10시 50분 경에 나선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 설악산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 내 거울에서 인증샷!!
복정역이다. 이곳에서 산악회 별로 출발을 많이 한다.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산꾼들이 많이 모여있다. 폰이 야간에는 초점을 잘 못잡는다. 🙁

차에 타자 인솔자분이 전체 일정에 대해 간단히 안내를 해주신다.

들머리는 한계령, 오색 두 곳 중 선택을 할 수 있고, 날머리는 설악동, 백담사 입구 두 곳이다. 출발 시간 내에 해당 장소에 있지 않으면 버스는 기다려줄 수 없다고 시간 엄수를 당부하신다.

나는 오색에서 오르기 시작해서, 설악동으로 내려올 것이다.

다들 내일 등산을 위해 버스에서 잠을 청한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물을 빼고, 끼니를 채우는데, 나는 콜라를 사서 마셨다. 평소에 콜라를 즐겨마시지 않는데 등산을 하며 콜라가 좋아졌다. 일종의 뽕???

이후 버스는 달려서 한계령에서 몇몇분들을 내려주고, 오색에 다다랐다.

들머리인 오색 탐방지원센터. 등산로는 새벽 3시에 열린다.
작년에 설레임에 두근거렸던 오색 탐방지원센터에 다시 오니 가슴이 또 두근거린다.
많은 산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등산로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등산로는 새벽 3시에 열린다.

이곳에서 화장실에 가서 물을 빼고, 등산스틱을 꺼내 조립하고, 헤드랜턴을 꺼내 머리에 장착하고, 김밥을 꺼내 조금 먹어 기운을 보충하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묶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문은 정확히 새벽 3시에 열린다.

오색 들머리 초입의 새벽 풍경. 다들 헤드랜턴을 켜고 삼삼오오 모여 올라간다. 불이 비치는 곳을 제외하고는 칠흑같은 어둠 뿐이다.

그리 넓지 않은 길을 많은 인원이 올라가니 처음에는 앞사람 엉덩이만 바라보고 가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쉬었다 가시는 분, 물 마시는 분, 간식을 드시는 분이 생겨 차차로 길에 사람이 잘 안보이게 된다.

작년에 그토록 힘들던 코스였는데 이번에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30분 쯤 걸으니 내 앞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 내가 선두그룹인거야?

가다가 힘들면 김밥을 꺼내어 먹었다. 주변은 어둠과 숨소리와 등산객의 스틱 소리와 벌레 소리 뿐이다.
오색은 계속 저런 돌계단과 다리의 연속이다. 헤드랜턴의 불빛에만 의존하여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무섭지는 않다. 무서울 겨를도 없이 무아지경으로 걸어 올라간다.
점차 사람들이 주변에서 사라지고 길만 나온다. 내가 너무 빨리 걸었나보다.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보이는 것은 딱 저만큼이다. 헤드랜턴은 밝으면 좋은데, 밝은 것은 무겁다.
사진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있다. (그래서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이??? 쿨럭…) 새벽 3시에, 해발고도 420m인 오색에서 출발하여 새벽 4시 8분에, 해발고도 999m 지점을 통과한다.
작년에도 올랐던 길이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게 당연한게, 보이는 게 없기에 기억할 것이 없다. 힘들었던 것, 계단이 많았던 것, 계단이 높았던 것만 생각난다. 가끔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깜깜해서 물이 보이지는 않는다.

올라갈 수록 구름이 많아지는지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다. 일출이 몇시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7시도 넘어서 대청봉에 도착했고, 올해에는 몇시에 도착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구름이 많이 낀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방이 안개인데, 구름인 듯 하다. 일출 전에 도착해도 추위 때문에 일출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미지수고, 일출에 맞춰 도착해도 구름 때문에 해는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일출도, 구름도, 시간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내 숨소리만 들으며 묵묵히 걸었다.

요가를 배우며 코로 숨을 쉬는 우짜이 호흡법을 익혔다. 숨을 들이키려하지 말고, 끝까지 내뱉으면 들이키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게 되어있다. 등산을 하며 호흡은 가쁘고, 심장은 요동치지만 입을 크게 벌려 숨을 삼키려하면 더욱 힘이 든다. 그럴 때일수록 입은 다물고, 숨을 삼키기 보다 코로 숨을 내뱉으면 호흡은 자연스러워지고 심신이 안정되어 걷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숨쉬기 두번 까지가 힘들고,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된다.

작년에 올랐던 기억으로는 한 200m 정도 남았다는 정상 안내판을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 슬슬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몇시간이나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해가 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 앞에서 몇몇 분들의 헤드랜턴이 밝게 비친다. 내 앞의 일행 분들이 쉬고 계신가보다. 나도 저기까지 가서 쉬자 라며 한발 한발 걸었더니 그 곳은 그냥 쉼터가 아니라 대청봉 정상이었다. 대청봉 정상석이 불현듯 거기에 나타났다.

모르는 분들이지만 서로서로 축하하고, 인증샷을 찍어준다. 시간을 보니 아침 5시 30분이다. 2시간 30분만에 대청봉에 오른 것이다.
빨간색으로 써 있는 대청봉. 1708m 로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그 위용이 대단하다. 이 새벽에 대청봉이라니 아직도 꿈인가 하노라.
대청봉에서의 내 모습. 이 안경을 쓰고 찍은 마지막 모습이다. (안경을 잃어버렸다. 자세한 것은 후술…)

대청봉 정상에서의 희열과 뿌듯함을 더 오래 느끼고 싶지만, 심한 바람과 추위, 칠흑같은 어둠으로 인해 오래 머물 수가 없다. 뿌연 여명도 요원하다. 저 멀리 중청대피소 불빛이 보이고, 그쪽에서 올라오고, 그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의 랜턴 불빛만 어슴프레 보인다.

대청봉 정상석을 다시 한번 더 바라보고 중청대피소로 향한다.

중청 대피소로 내려가다 찍은 나뭇잎. 이게 성에가 낀 것인가? 서리가 내린 것인가?
대청봉 바로 아래에 있는 중청 대피소
중청 대피소에서 바라본 대청봉. 전혀 보이지 않는다.
중청 대피소 지하의 취사실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많은 분들이 그곳에서 라면을 끓여 드셔서 침이 절로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대피소를 나와 다시 배낭을 챙겨 맨다. 땀이 식어서 밖이 차갑게 느껴진다. 작년에 이곳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작년에는 천불동 계곡으로 갔는데, 올해에는 공룡능선을 목표로 해본다.
오늘의 목적지인 설악동 탐방지원센터까지는 10.4km 남았단다. 근데 이게 어느 코스 기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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