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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우일보] 2022년 6월 24일 (10일차)

아침에 불곡산을 걸었다.

불곡산 정상까지는 가지 않고 중간에 내려왔는데 아직은 체력이 안되고 시간도 부족하고, 사실 이는 핑계로 아직은 괜히 몸사리는 것일거다.

어쨌든 정상까지 가는 길에 쉴 곳이 아주 많은데 보통 초반에

  1. 공원과 동국대학교 분당한방병원이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서 살짝 쉬고
  2. 앞에 무덤이 있는 벤치에서 두번째로 쉬고
  3. 깔딱 고개를 넘어서 나오는 벤치에서 세번째로 쉰다.

여기가 첫번째 쉼터이다.

매일 1만보

여기가 세번째 쉼터 전 깔딱고개 앞

오늘은 처음으로 깔딱고개를 넘어 세번째 쉼터에서 잠시 쉬다가 내려왔다.

걷기 초반에는 첫번째까지만 갔다가 내려왔었고, 며칠동안은 두번째까지만 갔다가 내려왔다가 오늘 조금 더 간 것이다.

아마도 내일은 주말이고 하니 불곡산 정상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오전 산책을 잘 하고, 저녁에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는데 중앙공원 주차장과 맞닿은 인도에 어떤 아저씨가 대자로 누워있는 것이다. 다리는 주차장으로 나와있고, 상체는 인도에 누워져있고, 아주 위험한 상황이고, 사실 그 분이 만취하여 자고 있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 쓰러져서 위험한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와 아내는 산책하다가 그 분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차마 그분을 건드리거나 말을 걸 용기는 못냈고, 바로 112에 신고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112에 신고를 하는게 맞는지, 119에 신고를 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곳인지는 잘 몰랐고 바로 생각난 112에 신고를 했다.)

간단히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니 근처 지구대에서 바로 출동한다고 SMS가 왔다.

지구대에서 오기까지 그 분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녁에 산책하는 몇몇 분들이 그 분 옆을 지나치는데 나는 살짝 놀랐다.

그 쓰러져있는 그 분을 보고 깜짝 놀라서 옆으로 피해서 지나치고는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그냥 자기 갈길을 가는 것이다. 모두 6~7분을 보았는데 딱 한분만 옆에 있는 우리에게 어디 신고라도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물어보고 가셨고 나머지 분들은 초반에만 놀라고 아무 관심 없다는 듯이 그냥 지나쳐갔다.

하… 세상 살벌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도 그분을 직접 살펴볼 용기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위험하니 신고하고 지구대에서 올때까지 대기하고 있는데 어쩜 이리도 냉정하고 무관심하단 말인가…

한편으로는 우리가 오지랍이 넓었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마음에서 그건 아니라고 답을 해주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후에 지구대에서 왔고, 지구대분들은 우리에게 묻거나 확인하는 것 없이 바로 그분에게 가서 말 걸고 일으키는 것을 보곤 우리도 원래 하려는 산책을 했다.

아마도 술취해 자고 있던 것 같은데 세 부류의 사람들 모두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1. 술취해 자고 있던 어떤 아저씨
  2. 옆을 지나가며 전혀 내 알바 아니라는 동네 주민들
  3. 신고한 우리들에게 묻지도 확인도 하지 않고, 왠지 귀찮다는 듯이 그 술취한 분에게 가서 말걸고 일으키던 지구대 분들

아내와 함께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어두운 중앙공원을 가볍게 돌고 돌아왔다.

역시 걷는 건 산길, 흙길이 가장 좋다.

오늘로 걷기 10일차인데, 아침에 걸을 때가 하루 중 가장 활기차고 가장 아이디어가 넘치고 기분 좋은 순간인 것 같다.

아직 안 걸었으면 걸읍시다.

몸이 아프면 걸읍시다.

마음이 괴로워도 걸읍시다.

못 걷겠어도 걸읍시다.

걸으면 나아집니다.

일보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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