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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경북 청송 주왕산 주봉 (2022년 7월 9일)

예전에 수영도 오래 하고, 요가도 배우고, 작년(’21년)에는 골프도 입문해서 지금까지 강습도 받고 있지만 나의 운동은 등산과 걷기인 것 같다.

그동안 통 운동을 안했었는데, 다시 운동하기로 마음 먹고 꾸준히 걷기와 등산을 하는데 지난 주 덕유산 등산이 너무도 힘들었지만 체력의 저하와 운동부족을 절감했고, 산이 주는, 등산이 주는 그 상쾌함과 뿌듯함, 성취감의 중독성이 슬금슬금 올라와서 다시 주말 등산 예약을 했다.

이번에는 경상북도 청송의 주왕산이다.

역시 포탈 카페의 등산 동호회를 이용한다.

집결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죽전 임시 정류장이다.

여행을 할 때면 항상 인증샷을 찍는 거울이다. 그동안 나의 여행을 많이 지켜보았지.

 

차량은 정확히 7시 20분에 죽전에 와서 바로 출발한다. 죽전은 등산을 가는 사람들도 인산인해다.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지난번 덕유산에서는 체력도 부족했지만 식사도 좀 부족했다. 김밥과 라면이면 등산 용 식사로 좀 부족하기는 하지만, 가방 안에는 먹을 것이 많으니 먹고 싶은 것으로 먹는다.

 

주왕산 상의 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약 10시 50분부터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이 지도는 동호회에서 참고용으로 준 것이다. 대전사를 들머리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서 다시 대전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코스이다. 차를 세웠던 ‘상의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서 오후 5시 30분에 서울로 떠난다.

 

주차장에서 대전사까지는 음식점이 양쪽에 즐비해있다. 걸어가는데 어떤 가게에서 얼음물을 주셔서 요긴히 잘 마셨다. (감사합니다.)

 

주왕산은 처음인데, 들머리로 가는 동안 주왕산을 상징하는 기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바깥으로 보는 간판에 ‘달기약수’, ‘달기폭포’ 등이 보여서 폭군으로 유명한 중국 은나라의 주왕에서 온 명칭인가 막연히 생각했고, 전설적 중국의 왕과 우리나라가 무슨 상관이길래 이런 이름이 붙었나 의아했었는데 찾아보니 중국과는 연관이 없다.

<주왕산전설>은 현재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전승되고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다음과 같다. 옛날 당(唐)나라 덕종(德宗) 때 주도(周鍍)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왕’이라 자칭하며 장사 백여 명을 거느리고 장안을 치려다 도리어 패하여 요동을 지나 천신만고 끝에 지금의 주왕산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당나라에서는 신라왕에게 주도를 잡으라고 부탁했다. 신라왕은 마일성(馬一聲)의 다섯 형제를 시켜 그곳에 가서 주왕이라는 자를 죽이라고 명하였으며, 다섯 형제는 우여곡절 끝에 주왕을 잡아 죽였다. 그날 밤 주왕의 서자 대전도군(大典導君)이 주왕의 주검을 찾아 굴을 파서 감추었다. 형제는 그것을 알고 그 굴에 안치된 주왕의 시신을 꺼내어 굴 위에다 쇠갈고리로 주왕과 그 부하를 찍어 올려 세웠다.

또 다른 유형은 다음과 같다. 신라의 왕자 김주원(金周元)이 이곳에 와서 공부하였다고 하여 ‘주방산(周房山)’, 고려의 군사를 막느라 쌓은 성이 ‘주방산성(周房山城)’이라 일컫는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 인용 (링크)

 

들머리는 대전사인데, 역시 문화재 보호를 빌미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4,500원… 헐…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불만이 있으면 절에다 따지지 말라는 간판도 있고, 사람을 고용해서 아주 기업형으로 수금하고 운영하고 있더라. 참내… (종교가 썩었다.)

기쁜 마음으로 등산을 왔는데 이렇게 탐욕스럽고 속세에 찌든 종교를 보면 혀를 차게 되고 마음이 불편하다.

게다가 대웅전이 보이는 절 (아래 사진 참고) 마당에 들어가니 법당에서 스님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는데 그게 불경이 아니라 시주한 분들의 소원을 읊조리는 것이었다.

가령, ‘서울 사당동에 사시는 김아무개님 이번에 부장 승진하게 해주시고, 서초동에 사시는 박아무개님 사업 번창하게 해주시고…, 부산에 사시는 최아무개님 이번에 입시 붙게 해주십시오…’ 같은 식이다.

입맛이 쓰다.

 

세속적인 읊조림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던, 돈 맛을 톡톡히 아는 대전사 경내. 뒤쪽으로 기암이 보이는 명당자리이기는 하다.

 

6개 봉우리로 되어있어 손가락 개수와는 다르지만, 서유기에 나오는 부처님 손가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떻게 저렇게 묘하게 불쑥 솟아날 수가 있는지, 신기하다.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는 ‘주봉’이다. 지난 번 덕유산에서는 여기저기를 다 거켜야 핵심 봉우리인 ‘향적봉’에 다다를 수 있어서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은 메인 봉우리인 ‘주봉’이 첫번째 목적지이고, 거리도 2.1km라니 지난주와는 너무도 다른 패턴에 어리둥절하다.

 

주봉으로 가는 길이다. 글씨가 멋들어진다.

 

초반에는 계단으로 되어있고, 주봉까지 2.1km 밖에 안되고, 중간중간 전망대가 있어서 그닥 힘들지 않고, 오래걸리지도 않고, 지루하지 않은 산행이었다.

 

절에서 20분쯤 걸으면 첫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오늘은 정말 힘들지 않다.

 

첫번째 전망대에서의 풍경

 

두번째 전망대에서의 파노라마 촬영인데 이렇게 보면 잘 모르겠다. 쩝. 실제로 보면 참 멋있는데…ᆯ

 

주왕산은 가을 단풍철에 오면 정말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단풍철에 내장산, 설악산, 북한산과 함께 가장 많이 방문하는 산이 여기 주왕산이라고 한다.

 

세번째 전망대에서의 풍경. 사실 오늘 코스는 전망이 아주 좋은 그런 코스는 아니다. 마지막 용추폭포 전까지는 이 기암 외에는 크게 볼 것이 없이 숲속을 거닐 뿐이다.

 

휘적휘적 걷다보니 벌써 주봉이다. 절에서부터 약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되었다. 사실 ‘주봉’은 여기 주왕산의 최정상은 아니나 다른 코스는 더 힘든 코스이고 시간이 오래걸려서 그런지 오늘 코스가 대중적인 것 같다. (그러면 지난번 덕유산은 왜??? 아마도 곤돌라가 있어서???) 주봉 정상에서도 전망은 전혀 없고, 그냥 덩그러니 ‘정상석’만 세워져있어 어리둥절했다.

 

정상석 부근에 앉는 곳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그곳에서 간식이나 점심을 드셨는데, 정상에서 1분만 내려가면 넓은 평상이 있어서 나는 거기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땀을 많이 흘려서 밥 생각도 별로 나지 않았고, 등산 시에는 탄수화물 보다는 단백질이 도움이 많이 됨을 경험으로 알기에 이번에는 큰 멸치를 가져와서 그걸 우걱우걱 먹어서 식사 외에 영양 보충을 했다.

이제는 바로 하산길인데 지난 주 덕유대와 너무도 다른 난이도에 어리둥절하다. 국립공원은 아니고 마치 도립공원에 온 것처럼 뭔가 좀 낯설다. 아무래도 여기 주왕산은 가을에 다시 와야겠다.

계단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계곡길이 나온다.

우리나라 아래쪽(경상도, 전라도)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는지 계곡에 물이 없다. 한참 여름인데 약간은 가을 느낌도 난다. 가을에 오면 정말 예쁜 정취가 진할 것 같은 주왕산 계곡이다.

 

마른 계곡을 계속 걷는다. 숲이 좋아서 그닥 힘들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이름도 묘한 ‘후리메기삼거리’에서 대전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가다보면 세 종류의 폭포가 있다고 미리 안내를 들었다. 첫번째는 용연폭포이다.

 

계곡에 물이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주왕산은 그리 큰 산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물이 이렇게 없지. 여러모로 어리둥절한 주왕산 산행이었다.

 

자연보호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을 때 수액 등을 얻기 위해 나무에 상처를 입힌 흔적이란다. 나무가 크면서 그 흔적도 같이 커지고 회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계단을 통해서 내려왔다. 이제는 용연폭포로 간다. 폭포에는 물이 많으려나? 사진 상으로 본 용연폭포는 설악산 폭포 못지 않게 멋있었는데…

 

용연폭포 안내도

 

용연폭포도 역시 물이 없다. 어린사내아이 오줌 줄기처럼 물이 졸졸졸 흐른다. 이래서는 폭포라 할 수 있겠나…

 

용연폭포는 2단 폭포인데, 아래쪽에도 물이 없다. 물이 많지 않고 흐르지 않고 고여있어서 물이 탁하다. 잉…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이제는 절구폭포를 보러간다.

 

절구폭포 안내도

 

졸졸졸 절구폭포…

 

절구폭포 앞에서 소원을 담은 돌탑을 쌓고 왔다.

 

 

계속 대전사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기암으로 이루어진 용추협곡이 나오는데 여기가 꽤 절경이다.

용추협곡의 시작

 

용추협곡

 

용추협곡 안내도

 

용추폭포. 역시 물이 없다. 안타깝다.

 

 

이제 평탄한 길을 계속 걸어가면 들머리였던 대전사가 나온다.

가다보면 만물상 등 기암이 나오는데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사실 주왕산 이후에 오대산 노인봉에 올랐다가 ‘소금강산’으로 내려왔는데, 그곳의 계곡과 풍경이 정말 절경이어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여기 주왕산과 비교가 안된다.)

 

대전사에서 잠시 쉬다가 버스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길에 펼쳐진 식당가를 지나다가, 식사는 하지 않고 버섯 파는 가게가 있길래 시식을 하니 너무 맛있는 것이다. 주왕산 정기를 받은 버섯이겠거니 생각하고 백화고와 표고버섯을 듬뿍 사왔다.

그리고, 이 곳에 오기 전에 지인분에게 청송 주왕산에 간다고 하니 이 곳이 사과가 유명한데 사과막걸리를 꼭 맛보라고 하기에 편의점에서 조금 사왔다.

사과막걸리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던데, 달달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호다!

 

갈증이 나서 편의점에서 맥주와 사이다를 사서 남은 멸치, 견과류와 함께 찐하게 한잔 하고,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사히 타고 올라왔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주왕산 등산을 잘 마쳤는데, 뭔가 아쉽다.

이대로는 등산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데, 다음 산은 어디로 해야할까?

아직 정하지는 않았고, 마음 내키는데로 정해서 가려고 한다.

주왕산은 가을에 다시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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