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0. 서론
스웨덴 쿵스레덴 배낭 여행기 (Abisko ~ Kvikkjokk)
꿈을 꾸었다.
꿈을 꾼 것 같다. 행복한 보름의 꿈을…
현실의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눈을 감으면 하나씩 떠오른다.
얼룩소처럼 검은색 흰색이 뒤섞여 뚜렷한 대비를 보이던 여름 눈산의 모습.
불쑥 나타나 시원함과 상쾌함을 선사해주었던 맑고 풍부했던 강과 냇물.
초반엔 찌푸린 회색이었다가 중반 이후로 눈부신 쪽빛과 흰색의 대비를 보여준 맑은 하늘과 구름…
그 하늘을 꼭 닮은 넓고 파란 호수
우리를 안내하던 나무판자 쪽길과 붉은 표시…
그동안 만났던 여러 여행자들, STF (Svenska Turistföreningen = Swedish Tourist Association) 숙소 운영자들…
이 모두 꿈속의 모습들 같다…
스웨덴 쿵스레덴(Kungsleden), 일명 왕의 길 (Royal Trail)이라 한다.
스웨덴은 북유럽에 속한 국가로 우리나라에서 직항도 없고 대기시간 제외하고 비행시간 최소 13시간은 잡아야하는 먼나라이다. 거기다 쿵스레덴은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1,300킬로미터 떨어진 스웨덴 북쪽 끝 오지에 있는 곳이다. (참고로 서울, 부산 사이는 400km가 조금 넘는다.) 거기까지 왜, 어떻게 하여 가게 되었는가?
STF 숙소의 관리자들이 드물게보는 동양인, 그것도 한국의 나홀로 트래커인 내게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이 ‘여길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어?” 였다.
위 지도를 보면 북유럽에 속한 스웨덴의 위치를 대략 알 수 있다. 모스크바 보다도 위쪽에 있다. 사람이 사는 가장 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색으로 표시한 것이 스톡홀름에서 Abisko Turist Station까지 가는 기차노선이다.
조금 더 자세히 보자. 스웨덴은 노르웨이(왼쪽), 핀란드(오른쪽) 사이에 있다. Stockholm에서 Abisko까지 기차로 약 1,300km, 시간은 정차 포함하여 18시간 걸린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저 부분이 대략 내가 12일동안 걸은 구간이다. Abisko Turist Station에서 Kvikkjokk 까지 약 200km. 이렇게 보니 얼마 안 길어보인다.
어렸을때부터 걷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20대에 갔던 호주 배낭여행 때도 참 많이 걸었었고 마지막날에는 시간이 남으니 공항까지 걸어가겠다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묵었던 퍼스의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수십킬로미터 떨어져있었다.)
제주도 올레길을 일부 걸어도 보았고 제대로 걸어 볼 계획도 잡고 있었다.
지리산 종주도 몇번 했었고 다시 화대종주를 계획하며 국립공원 대피소 예약 사이트를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울릉도 걷기여행을 꿈꾸며 울릉도 안내지도와 정보를 사이트에서 신청하여 받아보기도 했다.
이 모두 국내에서 내가 꿈꾸고 있고 계획하고 있는 멋진 걷기여행 코스들이다. 이외에도 최근 몇년간 일은 걷기 열풍으로 전국에는 수많은 둘레길, 걷기좋은길들이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희미하지만 또렷이 요구하는 갈망이 하나 느껴졌고 그 갈망은 이곳들에서 채워지기는 어려워보였다. 그 갈망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몰랐고 어떻게 해야 채워질 수 있을지는 더욱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해외의 유명 트레일 코스에 대해 듣게 되었고 번호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소위 세계 3대 트레일, 4대 트레일, 10대 트레일에 대해 들었다.
그중에서 나를 잡아 끈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시에라 너바다 산맥에 있는 존뮤어트레일 (John Muir Trail),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일 등이었다.
일순위는 단연 존뮤어 트레일이었다.
거침없는 대자연, 때묻지 않은 순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연내에서 향유하는 야생의 삶 등 모든게 너무 멋지고 좋아보였다.
집 근처의 판교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니 존뮤어 트레일 여행기가 있어 대여해 읽기도 하고, 존뮤어트레일 사이트(http://johnmuirtrail.org)에 들어가 관련 정보도 수집하는 여행앓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존뮤어 트레일은 난이도가 특상으로 예상되었다. 아무나 트레킹을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인원 한정이 있어서 미리 날짜를 선정하여 신청하고 당첨이 되어야한다. 야생동물이 많고 특히 곰에 대한 대비 등을 해야한다고 한다. 하루나 이틀마다 숙소나 매점 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지점에 미리 식재료 등을 배달시켜야하고 그 중간지점까지는 어찌되었든 가지고 간 짐 만으로 살아야한다고 했다.
현재로써는 혼자 갈 가능성이 높은데 존뮤어트레일은 혼자서, 기간내에 준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워보였고 그보다는 예행연습 겸 살짝 문턱이 낮은 곳을 고르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영을 하기보다는 순례자 숙소의 도미토리에서 기거하는 방식이라 야생과 거리가 좀 있고, 밀포드 트레일은 길이가 54km 이고 야영은 아예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 어디를 가야하나… 이 세상에 좋은 곳은 참 많을 텐데 너무도 부족한 정보와 지식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판교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여행기를 보던 중 김효선씨의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란 책을 보게 되었다.
스웨덴… 한국에서 그리 익숙하지 않은 북유럽의 국가.
쿵스레덴… ‘왕의 길’이라는 뭔가 엄청난 포스가 느껴졌다.
책을 보니 쿵스레덴의 매력이 하나둘씩 느껴졌고 그 매력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으며 그 후로는 내 눈에는 쿵스레덴만 보였다.
다른 한국의 쿵스레덴 여행기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읽어보니, 기간은 7월 말이나 8월 초, 코스는 Abisko에서 Nikkaluokta 까지, 동료들과 함께 걷거나 피엘라벤 클래식 (Fjallraven classic) 행사를 통해 다녀온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나는 가능한 기간은 6월 중순부터 6월말까지이고, 가고 싶은 코스는 Abisko 에서 Hemavan 까지 Full course 이고, 갈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우려되는 사항은, 6월 중순부터는 춥지 않을까, Full course 는 너무 길고 기간내에 불가능하다. 혼자인데 너무 외롭거나 위험하지는 않을까 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6월 중순부터의 일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비수기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가격도 성수기보다 비싸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모기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에서는 모기가 많았다. 한 여름에는 모기가 끔찍할 것이라 예상된다.)
Abisko에서 Hemavan 까지의 440km full course는 매일 20km 씩 잡아도 20일은 잡아야하는데 일정을 그렇게 낼 수가 없어서 Abisko에서 Kvikkjokk까지의 약 절반까지로 잡았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가 혼자 여행이고, 가다보면 일행도 생기고 숙소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치안 등 안전은 더할 나위가 없어 한번도 신변의 위협이나 불안을 겪어본 적은 없었다.
내가 거친 코스는 아래와 같다.
인천 국제공항 (6/15 0:55) -> 비행기 (KLM) -> 네덜란드 Schiphol 공항 -> 환승 -> 스웨덴 Stockholm Arlanda 공항 (6/15 08:50) -> 도보 5분 -> Arlanda C Station -> 기차 -> Stockholm C Station -> 도보 15분 -> Gamla stan (도보관광) -> 기차 -> Aranda C Station -> 기차 -> Abisko Turist Station (6/16) -> Kungsleden -> Kvikkjokk STF Mountain Station (6/27) -> 버스 (6/28) -> Murjek Station -> 야간기차 -> Arlanda C Station (6/29) -> 도보 5분 -> Arlanda 공항 -> 비행기 (KLM) -> 네덜란드 Schiphol 공항 -> 환승 -> 인천 국제공항 (6/30)
비행기는 http://skyscanner.com 을 통해서 KLM 네델란드 항공편 2016년 6월 15일 0시 55분 인천 출발, 2016년 6월 29일 17시 35분 스웨덴 출발을 예매했다.
Arlanda C 에서 Abisko Turist Station 까지의 기차는 http://sj.se 를 통해서 2016년 6월 15일 16시 41분 출발하여 6월 16일 11:00 Abisko Turist Station 도착하는 기차의 침대칸을 예약했다.
비행기 예매는 http://skyscanner.com 을 통해 원하는 일정과 출발지 도착지를 선택해놓으면 매일 변화하는 요금을 메일로 알려줘 최적의 가격으로 선택하기 쉽게 되어있다.
국내 여행사를 통해서도 싸고 좋은 표를 살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skyscanner에서 뽑은 최저가였던 KLM 항공사 (네덜란드 항공)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회원가입하고 표를 구입했다. KLM은 처음이용하는데 한국어 서비스도 잘 되어있고 모바일 App도 잘 개발되어있어 전혀 불편함없이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KLM 항공은 인상적이었던게 check-in 안내나 탑승권을 facebook messenger를 통해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Facebook이 정말 global network이 되려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차 예매는 http://sj.se 에서 편하게 힐 수 있는데 web Browser 에서는 영어 버전으로 볼 수 있지만 모바일 App 버전에서는 영어를 지원하지 않아 살짝 불편한 감이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Murjek에서 Arlanda C까지 돌아오는 기차는 여행 중에 STF Mountain Station에서 모바일 App을 통해 예매했는데 번역 App으로 단어를 번역하며 이용했다.)
Stockholm 에서 Abisko 까지 스웨덴 국내선 항공을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나는 6월의 백야를 만끽하며 총 18시간의 침대칸 기차 여행이라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낭만을 위해 굳이 기차여행을 고집했었고 나름 낭만과 귀한 경험을 접했다고 생각한다.
2016년 5월 23일 드디어 비행기 예매와 기차 예매를 했다.
비행기는 일정 취소나 변경을 하면 수수료가 수십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제 소위 못먹어도 ‘고’ (go) 인 상태였다.
막상 일을 저지르고 나니 마음은 더 편해졌고 이제 세부적인 준비를 하면 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휴양림 등으로 백패킹을 다녀오곤 했기 때문에 배낭, 침낭, 버너, 코펠 등 기본적인 준비물은 갖추고 있었다.
다만 바닥 매트리스가 마땅치 않아서 이번에 새로 Thermarest 사의 공기 매트리스를 사서 가져갔는데 부피도 작고, 수면시 불편함도 없이 잘 잘 수 있어서 아주 유용했다.
침낭은 봄가을 용을 가져갈 지 겨울용을 가져갈 지 고민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겨울용을 가져간 것이 잘 한 선택이었다.
Tjäktja와 Sälka 에서는 갑작스레 눈이 많이 내렸고 종종 기온이 내려갈 때가 있어서 봄가을용 침낭으로는 밤에 무척 추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살짝 부피도 더 크고 무게도 더 나가지만 따스한 겨울용 침낭을 가져가길 잘 했다.
스웨덴에 대한 간단 정보
위치: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동부, 노르웨이와 핀란드 사이에 위치
면적: 449,964 제곱킬로미터 (대한민국 100,210 제곱킬로미터. 즉 대한민국의 4.5배 넓이)
인구: 약 980만명 (2015년 기준) (대한민국 5060만명. 즉 대한민국의 1/5배)
언어: 스웨덴어. 하지만 대부분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
기후: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위도에 비해 온화함. 여름에는 백야, 겨울에는 흑주, 오로라 현상 발생
정치체제: 입헌군주제 하의 의원내각제
수도: 스톡홀름
화폐단위: 스웨덴 크로나 (KR, SEK)
국가 도메인: .se
이런 환상적인 여행을 허락해주고 집에서 격려하고 염려해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인사를 전한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럼 이제 날짜별로 여행을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