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11일차 (2/2)
2016년 6월 25일 (토요일)
- 경로: Sitojaure에서 Aktse 지나 언덕까지
- 걸은 거리: 21.7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09:40 ~ 20:00 (중간에 13시부터 16시30분까지 휴식)
- 난이도: 중상
- 강평: Sitojaure와 Aktse는 평화로움 그 자체. Kungsleden 여름 모기는 상상을 초월함.
보트는 오전에 한번, 오후 5시에 한번 있다고 한다. (오전 시간은 기억이 안남)
Aktse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이니 4시간동안 할 일이 없다.
STF Member는 STF 시설의 당일 이용 시 별도 요금이 없다. (비회원은 50 SEK을 내야한다.)
주방에서 커피를 끓여마시고, 밥을 해서 먹고 햇살 좋은 테이블에 앉아 어찌보면 명상이고 어찌보면 멍때리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
이번 여행동안 텐트에서만 자서 STF 숙소가 어떤지 잘 모른다.
대부분 4~6인용 dormitory로 되어있는 것 같은데 얼핏 보면 그리 넓지 않아 좀 답답할 듯 하다.
어떤 곳은 안에 화목난로가 있는 곳도 있고 대부분 공동 주방 겸 휴게실과 붙어있다.
힘들고 먼 길을 걷고나서 어디든 누울 수만 있으면 다 좋겠지만 나는 나만의 텐트가 너무도 아늑하고 편안해서 좋다. 🙂
휴게실에서 점심 지어 먹고, 차도 마시고, Hut 근처를 나들이도 하고, 낮잠도 자고, 책도 보고 멍도 때리며 오후를 아주 여유롭게 보냈다.
4시에 산장지기(Warden)가 와서 4시 30분에 배 타러 가자고 한다. 손님이 없으니 좀 일찍 가는건가?
요금은 역시 200 SEK (=30,000원)으로 싸지 않다.
오늘 하루동안 보트 요금으로 400 SEK (=60,000원) 이라니… 수중에 현찰이 거의 바닥이 났는데 이제 배를 탈일이 없으니 괜찮을 것 같다.
버스 등 대중교통은 신용카드가 되는데 배는 현찰박치기다. 완전 오지여서 전기도 없는 곳인데 신용카드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현찰만 내야한다고 해서 가격 정책이 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는 없다. 가격은 정가가 정해져있다. 영수증도 끊어준다.
너무도 평화로웠던 Aktse를 떠나 배를 타러 가는데 한 15분 쯤 걸어 내려가야한다.
Warden과 헤어져 또 혼자 길을 가는데 초반부터 숲길이 이어진다.
이 지도를 잘 보자, 강을 건너서 바로 초록색이다. 숲이다.
한참을 숲을 이루고 있고, 꽤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야 숲을 벗어날 수 있다.
‘숲’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신선, 상쾌, 피톤치드…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좋은 것은 동물, 곤충들에게도 좋다.
그리고 Kungsleden에는 호수가 많다. 물이 많다. 그래서인지 모기도 많다.
며칠 전만해도 눈속에 파묻힐 뻔했는데 이제는 주변풍경도, 기온도 여름이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주변을 보면 아직 눈이 보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여행준비를 하면서 뿌리거나 바르는 모기기피제, 모기향, 머리에 쓰는 모기망이 꼭 필요하다고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강조하는 것을 보았다.
바르는 모기기피제, 모기향은 가져왔고, 모기망은 준비하지 않았다. 모기향은 잘때 텐트 주변에 피고 잔 적이 있었지만 그동안 기온 때문이었는지 모기는 별로 없었고, 따라서 모기기피제는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숲을 보자마자 느낌이 싸~~ 하여 발걸음을 멈추고 모기기피제를 꺼내 얼굴, 목, 팔에 듬뿍 발랐다.
당시 내 복장은 바지는 긴바지, 상의는 반팔이고, 손에는 장갑을 끼고 있었다.
나름 완전무장을 하고 숲을 향해 출발을 했다.
결과는…
2시간 30분동안 쉬지 않고 걸었다. 🙁
살면서 그토록 많은 모기는 본 적이 없다.
잠시라도 멈추면 얼굴, 온몸에 달라 붙는다.
내 몸의 냄새가 취향에 맞는지 계속 따라온다.
숨은 가쁜데 입을 벌려 숨을 쉴 수도 없다. 사실 숨쉬는 입으로 들어와 손쓸 틈도 없이 식도로 넘어가버린 놈도 있다. 🙁
모기기피제는 효과가 있지만 유효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반팔로 피부가 드러난 팔뚝은 나중에 보니 난자당했다.
옷을 입은 곳도 약하게나마 바늘이 뚫고 들어왔는지 나중에 보니 울긋불긋 부풀어올랐다.
아까 Aktse에서 점심 잘 먹고, 낮잠도 자서 기력을 보충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스웨덴 모기는 한국의 피우는 모기향에 약하다고 하던데 배낭에서 그걸 꺼내 불을 붙이고 그걸 들고다닐 자신이 없어 어서 빨리 이 숲을 벗어나자고 열심히 걷기만 했다.
Kungsleden 열흘 넘게 여행하면서 가장 여유없게 정신없이, 정말 날 듯이 걸었던 코스였다.
그래서 이 구간은 제대로 된 사진도 없다.
사진을 찍은 것은 걷기 시작한 지 2시간 30분 후에 어느정도 언덕에 올라 숲을 벗어나서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기온이 좀 내려가고 바람이 불자 모기가 조금씩 사라졌다.
당시 찍은 동영상에서 나의 절규를 들을 수 있다. 🙁
언덕에 앉아 모기향을 피우고 한참을 앉아 쉬었다.
정말이지 스웨덴 모기는 한국의 모기향이 익숙치 않나보다. 모기향을 피우니 모기가 덤비지를 못한다.
시간이 7시가 훨씬 넘었지만 아직 야영을 할 곳을 찾지 못했다.
숨을 추스리고 다시 계속 언덕을 오른다.
주변 풍경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뚫고 지나온 저 숲이 보인다.
그리 높지 않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고요한 숲이지만 내게는 아마존 밀림으로 보인다.
결국 기진맥진한 상태로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 환상적인 풍광속에 텐트를 지었다.
너무도 피곤하여 차만 한잔 마시고 저녁도 거른채 그냥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