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12일차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 경로: Aktse 지나 언덕에서 Pårte 지나 호수까지
- 걸은 거리: 19.0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07:40 ~ 19:00 (중간에 15시부터 17시까지 휴식)
- 난이도: 중
- 강평: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여행을 곱씹으며 한발한발 걷다. Pårte도 바람과 구름조차 쉬어가는 곳처럼 평화로운 곳이다. 모든 것에는 마감이 있다.
어제는 저녁도 먹지 않고 그냥 잤다.
너무 힘들고 피곤해 밥이고 뭐고 일단 누워서 쉬고 싶었고
이 언덕 주변에서 물을 구할 수가 없었다. 식수가 없었다.
어제 모기의 습격으로 쉬지 않고 뛰듯이 걷는 바람에 물을 보충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더 가다보면 물이 나올 수도 있는데 어디인지도 모를 그곳까지 가기엔 기운이 소진되었고 더 가기엔 이곳의 풍광이 너무도 멋졌다.
밥을 해먹기엔 물이 부족하지만 나에게 위안을 주는 차를 안마실 수는 없다.
남은 물을 탈탈 털어 끓여 차 한잔 마시고 하루를 준비한다.
가다보면 물이 있을 것이고 아침을 먹을 곳이 있겠지.
언덕 꼭대기여서 그런지, 아침이여서 그런지 이곳에는 모기가 없었다.
하루 걷기를 마치고 텐트에서 쉴 때마다 이토록 피곤하고 다리도 아픈데 내일 걸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내일 걸을 수 있음을 그동안 걸어와서 알지만 어리석게도 머리속에서는 똑같은 질문이 매일 떠오른다.
어제도 그토록 녹초가 되어서는, 하루 자고 일어난다고 걸을 힘이 생길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다시 기운은 샘솟고 멋진 풍광속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기분은 더 명랑하다.
환상적인 풍광속에서 한참을 멍 때리고 한참을 구경하고 한참을 사진을 찍다가 다시 오늘도 걷기 위해 짐을 추스린다.
한시간쯤 걸으니 여행객을 위한 shelter가 나타났고 그 주변에는 맑은 냇물이 흘러 물을 보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간다.
Shelter안에는 침상, 테이블, 난로 등이 있어 겨울에도 여행객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벽에는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나도 나의 흔적을 남긴다.
그러고보니 내일이면 최종 목적지인 Kvikkjokk에 도착 예정이다.
모든 것에는 마감이 있다더니 나의 걷기 여행도 끝나가는구나.
처음에 한국에서 출발전에도 출발을 한다는게 믿기지 않았는데, 내일이면 이 걷기가 끝난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갑자기 번뇌가 밀려온다. 🙁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을 더욱 더 철저히 즐기자는 생각이 든다.
식후에는 언제나 차나 커피로 마무리 한다.
차까지 끓여마시고 shelter를 나온다.
처음 Abisko에서 출발했을때보다 남쪽으로 많이 내려와서 그런건지, 열흘 이상 시간이 흘러 여름이 깊어져서 그런건지 (둘다겠지?) 처음에 비해 기후도,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걸으며 그동안의 나날들을 생각해보니 참 다양한 풍경, 느낌들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다 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모든 것에는 마감이 있다.
이렇게 능선따라 한참을 걸으니 평지는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된다.
숲으로…
저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채비를 단단히 한다.
모기 기피제를 얼굴, 목, 팔 등 드러난 피부에 단디(^^;) 바른다.
긴팔 등산자켓을 꺼내 입는다.
등산자케에 붙어있는 모자까지 푹 눌러쓴다. (스타워즈의 시스 같다.)
초콜렛을 주머니에 넣어 간단히 먹을 수 있게한다.
날도 더운데 긴팔 등산 자켓까지 입어 엄청 답답했지만 모기를 피할 수만 있다면야…
이 방법은 유효했다. 어제처럼 모기가 덤비기는 하지만 노출된 곳이 극히 적으니 오늘은 거의 물리지 않았다.
휘척휘척 숲길을 내려오다가 모기향 펴고 물가 옆에서 좀 쉬었다 간다.
Pårte에 도착하자 마침 주변을 산책 중이던 산장지기 (Warden) 부부를 만났다.
지친 나를 위해 시원한 냉수 한사발 가져다주곤 편히 쉬라고 하고 그분들도 그분들 숙소로 들어간다.
이곳도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비수기여서 그런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
배낭을 밖에 놓고 숙소 안에서 2시간 정도 쉬며 점심도 해먹고, 차도 끓여마셨다.
Pårte STF Hut은 강으로 둘러쌓여있다.
이곳을 걸어오는 내내 나와 함께 했던 그 강이 이곳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물은 너무도 잔잔하고 평화롭다.
이곳의 식수는 당연히 이 강물이다.
참 부러운 청정자연이다. (우리의 4대강은 녹차라떼인데… 🙁 )
약 2시간을 휴식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게 배려해준 이곳의 산장지기 (Warden)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두시간쯤 걸으니 넓은 호수와 함께 또 환상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이쯤되면 절로 느낌이 온다. 오늘은 여기다!!
호수가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피곤한데 내일 걸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더이상 갖지 않는다.
내일도 잘 걸을 수 있을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내일은 이번 걷기 여행의 마지막 걷는 여정이다.
모든 것에는 마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