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6일차 (2/2)
2016년 6월 20일 (월요일)
- 경로: Sälka (STF Hut) -> Singi -> Kaitumjaure로 가는 어느 길 중간까지
- 걸은 거리: 16.3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10:00 ~ 17:45
- 난이도: 하
- 강평: Sälka에서 여름 속의 겨울을 맛 봄. 본격적인 홀로 여행의 시작.
눈이 하도 많이 내려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모레면 일년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인데 눈이라니…
Sweden에 와서 맑은 하늘을 본 것은 첫날 Stockholm에서 뿐인 것 같다.
한국에서 미세먼지로 파란 하늘은 커녕 하늘 자체도 제대로 보지 못해 스웨덴의 맑은 청정 하늘을 기대했었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고 있다.
Sälka를 출발한지 10분만에 눈길에서 또 아주 제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벌써 몇번째 넘어지는 것이냐.
나이먹고 이렇게 제대로, 자주 넘어지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길을 가는데 저멀리 앞에서 뭔가가 움직이는게 보인다.
사실 내가 본 것이 순록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때는 눈도 많이 내리고 또 너무 멀리에서 이동중이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여행 중에 3~4번은 이 동물을 더 본 것 같다.
오전 10시에 출발했으니 약 2시간 만에 오두막이 나왔다.
Kungsleden에는 코스 중간에 이런 오두막이 있는 곳이 있다.
위치도 절묘하게 식사시간에 맞는 중간 지점 쯤에 있어 날씨가 안 좋을 경우 밥 해먹기 딱 좋은 곳에 있다.
눈도 내리고 다리고 아프고 힘든데 오두막을 보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일착으로 들어갔고, 내가 출발한 후에 Sälka에서 출발한 멤버들이 하나둘씩 도착해 우리는 오두막에서 함께 점심을 지어먹었다.
이들은 이번 Kungsleden 여행 중에 나와 가장 인연이 깊었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여행 이후에 Facebook에서도 친구가 되어 계속 서로의 사는 모습도 보고, 안부도 묻곤 하고 있다.
나를 제외한 이들은 Singi에서 오른쪽으로 가서 Nikkaluokta로 가고, 나는 아래쪽으로 계속 내려간다.
이들과 오두막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해먹으면서 느낀게 이들은 참 쉬엄쉬엄 여유롭게 할 것 다 하면서 여행을 즐긴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아마 나 혼자 있었거나 한국 일행들과 함께 왔었다면 후다닥 밥 해먹고, 후다닥 차 마시고, 목적지에 보물이라도 숨겨놓은 양 부지런히 바로 배낭메고 출발했을 것이다.
이들은 이런저런 얘기 천천히 다 하면서, 식재료 꺼내면서도 또 이런저런 이야기 다 하면서, 무겁게 배낭메고 다니는 여행에서도 과일, 과자, 치즈, 빵, 파스타, 커피, 초콜렛 등 전식, 본식, 후식을 천천히 여유있게 다 챙겨먹는 것이다.
한 명은 가방에서 뭔가 과일을 꺼내서 칼로 껍질을 벗겨 두툼히 썰어 빵에 넣어서 먹는데 그 과일이 아보카도더라. 아보카도를 어디서 샀지? 설마 본국에서부터 가져온건가?
뭔가를 한참을 오랫동안 이야기 하면서 먹어서 이제 다 먹었나 싶으면 또 뭔가를 꺼내서 또 한참을 얘기하면서 즐겁고 여유롭게 먹고 마시더라.
외국은 우리가 흔히 즐겨먹는 인스턴트 봉지 커피가 한치 않은지, 아니면 이들의 취향이 인스턴트 커피에 있지 않았는지 커피도 원두 간 것을 가져와서 타 마시더군.
하긴 어제 Sälka에서 만난 영국인들은 그동안 익히 들은 영국인들의 홍차사랑을 몸소 보여주었지.
여유있는 삶…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잘 되지 않던 것을 느껴보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것도 이번 여행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일 것이다.
오두막에서 약 2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식사한 사람은 나중에 온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한명씩 배낭을 메고 출발한게 약 2시.
이제 Singi 로 향해 간다.
오두막을 나선지 약 1시간 반만에 Singi STF Hut에 도착했다.
오두막지기는 밖에 있다가 나를 반겨주고, 아이스 홍차를 안겨주며 편히 쉬라고 했다.
오두막지기의 환대는 고맙고 따스했지만 Singi에 대한 기억은 무채색이다.
일단 날씨가 아래 사진처럼 너무 흐렸고, 그동안 정들었던 사람들과의 작별인사를 한 장소였고 약 1시간 정도 실내에서 앉아있다가 나온 것뿐이라 따로 별 추억이나 기억이 없다.
아까 오두막에서 함께 식사했던 멤버들과도 이곳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그들은 동쪽으로 나는 남쪽으로 헤어졌다.
그동안도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길에 사람이 없다.
날씨도, 헤어짐도, 홀로됨도 쓸쓸한 기분만 배가시키고 있다.
그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일부러 더 씩씩하게 걸었다.
계속된 회색 하늘이 조금은 원망(?)스러워 지려는데 갑자기 하얀 구름이 보이며 파란 하늘이 구름사이로 나와서 너무도 반가웠다.
오늘도 가다가 적당한 곳이 보이면 아무데나 텐트를 치고 잘 생각이다.
어디가 좋을까?
좋은 곳의 기준은
- 물이 확보되어야한다.
- 땅이 평평해야하고, 질지 않고, 돌투성이가 아닌 흙이나 풀 위어야한다.
- 기존에 야영의 흔적이 있으면 나름 검증된 곳이어서 명당일 가능성이 높다.
- 경치가 좋으면 금상첨화이다.
가다보면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널려있어서 어디를 고를지 행복한 고민이 되기도 하고, 여행의 또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이제 눈, 비, 구름은 멀어져가는지 점점 더 하늘이 파래지고 구름은 하얘진다.
가다가 맑은 냇물이 흐르고 풍경이 좋은 곳을 만나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었다.
오늘 이곳도 명당이다.
오늘도 오전 10시부터 수고가 많았다.
몸에서 하도 냄새가 많이 나서 근처 냇물을 길어와 수건에 적셔 고양이 샤워(?)를 했다.
몸을 닦고 나니 머리도 감고 싶어 다시 냇물로 가서 얼음장 같은 냇물에 비누 없이 물만으로 머리를 감았다. 정신이 확 들더라.
주변에 사람도 없어 벗고 들어가서 씻어도 별 상관없겠지만 물이 너무 차가워서 그러지는 못했다.
오늘도 아이폰으로 하루 일기 쓰는 것을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매일매일 지극히 단순하지만 지극히 충실하고 알찬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나고 보고 싶다는 것이다.
오늘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내일은 Kaitumjaure를 지나 Teusajaure까지…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