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7일차 (2/2)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 경로: Kaitumjaure 못미친 어느 길에서 Teusajaure까지
- 걸은 거리: 23.7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08:40 ~ 17:50
- 난이도: 상
- 강평: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Kaitumjaure와 Teusajaure. 하지만 Teusajaure까지 가는 길은 끝없는 은근한 오르막이다.
Kungsleden의 코스 중 가장 인기있고 무난한 코스는 Abisko에서 Nikkaluokta까지의 약 110km 코스이다.
매년 8월에 열리는 피엘라벤 클래식 (Fjallraven Classic) 행사는 Nikkaluokta 에서 출발하여 Abisko 에서 마무리된다.
그 갈림길은 Singi에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Singi 아래쪽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STF Hut의 개장 시기도 Singi를 기준으로 북쪽은 좀 더 이르고, 그 아래쪽은 더 늦다. Singi 아래쪽은 본격 성수기에 문을 연다는 말이다.
Kaitumjaure를 포함 대부분의 Singi 아래쪽 STF Hut은 2016년 6월 23일 개시이다.
도착했던 6월 21일에 Kaitumjaure는 올해 개시전이었고, hut의 문은 닫혀있고, 나 외에 아무도 없이 비가 촉촉히 내리며 매우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여유있게 따스한 커피도 한잔 끓여 마시고, 점심도 해먹고, 자리에 앉아 피로를 풀었다.
당시 썼던 노트를 보니 이렇게 써있다.
여기 앉아있으니 새는 노래하고, 구름은 유유히 지나가고 빗방울 소리 운치있고, 다 평화롭구나. 좋다좋아…
이곳 Kaitumjaure에서 하루 묵고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렀고 (낮 1시), 비도 와서 텐트를 칠 적당한 장소도 잘 보이지 않았고, Teusajaure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9km) 오늘은 Teusajaure까지 가기로 했다.
물론 오늘도 Teusajaure까지 꼭 다 갈 필요는 없고 가다가 적당한 때가 되고 적당한 곳이 보이면 그곳에서 하루 묵을 생각이었다. 적당한 때가 되고, 적당한 곳이 보이면…. 보이면….
아까 시원하게 흐르던 냇물이 이제 저 멀리 작게 보인다. 냇물의 방향과 나의 방향이 서로 다른가보다.
이제부터는 끊임없는 은근한 오르막이다.
이 위의 사진을 보자. 걷는 사람의 시선으로 찍은 사진이다. 이런 길을 보면 이 길과 하늘이 맞닿은 지점이 오르막의 정상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저 지점까지 가면 이제 평지거나 내리막길이라 예상하고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은근한 오르막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저 위치에 가도 또 비슷하게 보다 위쪽에 길과 하늘이 맞닿는 지점이 있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Lufttorkad Skinka. 번역기를 돌려보니 ‘공기에서 말린 햄’이란 뜻이다.
45 SEK 이면 한국돈으로 약 6,700원 정도.
또다시 확실히 알았다. 힘들때 약간이라도 고기가 몸에 들어가면 쨍하고 기운이 난다.
그리고 고기는 에너지 연소가 오래 지속된다.
이 공기에서 말린 햄 덕분에 Teusajaure까지 갈 수 있었다.
왠만하면 중간에서 커피도 끓여마시고 밥도 해먹고 가겠지만, 이곳은 높이가 높은 산 길이라 식수를 보충할 수 없었다.
물은 수통안에 있는 마실 물 밖에 없어서 그냥 이렇게 간식만 먹으면서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어제 Sälka에서 출발해서도 순록을 만났는데 이곳에서 더욱 많은 순록을 보았다.
어디서 본 바로는 여름이면 순록들은 더 추운 곳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북쪽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만난 것인지…
왠만하면 적당한 곳에 텐트치고 하루 머물텐데 여기는 산이어서 그런지 물이 없었다.
그리고 평지도 아니고, 바닥이 흙이나 풀로 되어있지 않고 큰 돌, 바위로 구성되어있어 텐트 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오늘은 이를 악물고 Teusajaure까지 가기로 했다.
Kungsleden을 걸으며 새삼 감탄하고 몸소 체득한 교훈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Wiki를 찾아보면 유대 경전 주석지인 미드라시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어느날 왕이 반지 세공사를 불러 “날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도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반지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빈 공간에 새겨 넣을 글귀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현명하기로 소문난 왕자에게 간곡히 도움을 청한다.
그때 왕자가 알려준 글귀가 바로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글귀를 적어 넣어 왕에게 바치자 크게 흡족해 하고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정말 길고 고되고 다리도 아프고 기운이 없어도 한발한발 걷다보면 이 과정도 언젠간 지나가리라… 라고 믿고 계속 되뇌이며 걸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말 이 또한 지나갔고, 안 끝날 것 같던 하루하루의 여행이 끝나 이제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힘들게 길을 걸으며 이곳에 무엇이 있다고 나홀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스스로 물어도 보고…
어찌보면 답은 이미 알고 있기도 하고, 어쩌면 답을 몰라서 답을 찾으려고, 혹은 답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하여 이곳을 온 것이리라.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도 없고, 도와줄 이도 없다.
나를 이끌고 지탱하는 것은 내 몸과 정신, 그리고 내 물품들뿐이다.
그렇게 비척비척, 휘척휘척, 터덜터덜 한발한발 걷다보니 어느순간 평지가 나왔고
그토록 흐리던 잿빛 하늘 사이로 푸른 하늘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누구나 알고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을.
위로 오르던 경사로는 평지가 되었고 어느순간 내리막길로 바뀌었다.
물을 따라 걷다보니, 폭포가 나타났고 드디어 Teusajaure에 도착했다.
Kaitumjaure로 그렇고 이곳도 뒤쪽에 산이 있고, 앞에 물이 있는 명당으로 보인다. (배산임수)
명당이라함은 왠지 모를 푸근함과 아늑함이 절로 느껴져서 하는 말이다.
언제나처럼 CarryLock 수낭으로 이 폭포의 물을 담아왔다.
눈이 녹아 산에서 흘러내리는 이 물은 언제나 맑고 시원하고 달았다.
파란 쪽빛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오늘 걸은 거리가 무려 23km.
오늘 하루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힘들었던 것에 비해 먹는게 너무 조촐하고 소박하다.
하지만 정말 꿀맛이다.
식사 마치고 커피까지 한잔 하고 몸속의 물 빼내고 양치까지 마무리!
취침 준비 끝!
참! 오전에 없어진 것을 알아챈 나의 안경은 텐트 안에도 없더라. 🙁
그 안경은 결국 잃어버리고 말았다.
스웨덴에 안온 듯 흔적없이 가려했는데 나의 물품 하나를 영원히 이곳에 놓고 가는구나.
인천공항에서 출발 전에 찍은 사진이다. 약 2년동안 내 눈이 되어준 안경 안녕~~
정재성! 너도 오늘도 참 수고 많았다.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