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갈림길은 Singi에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Singi 아래쪽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STF Hut의 개장 시기도 Singi를 기준으로 북쪽은 좀 더 이르고, 그 아래쪽은 더 늦다. Singi 아래쪽은 본격 성수기에 문을 연다는 말이다.
Kaitumjaure를 포함 대부분의 Singi 아래쪽 STF Hut은 2016년 6월 23일 개시이다.
도착했던 6월 21일에 Kaitumjaure는 올해 개시전이었고, hut의 문은 닫혀있고, 나 외에 아무도 없이 비가 촉촉히 내리며 매우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비도 내려 운치있는 Kaitumjaure
Kungsleden Kaitumja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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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 앉아 물을 끓여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해먹었다.넉넉하지 않지만 매우 운치있고 편안했던 처마 밑 모퉁이점심은 콩 통조림
저 가운데 모서리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해 먹었다.
여유있게 따스한 커피도 한잔 끓여 마시고, 점심도 해먹고, 자리에 앉아 피로를 풀었다.
당시 썼던 노트를 보니 이렇게 써있다.
여기 앉아있으니 새는 노래하고, 구름은 유유히 지나가고 빗방울 소리 운치있고, 다 평화롭구나. 좋다좋아…
Singi에서 Kaitumjaure까지 13km, 다시 Teusajaure까지 9km
이곳 Kaitumjaure에서 하루 묵고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렀고 (낮 1시), 비도 와서 텐트를 칠 적당한 장소도 잘 보이지 않았고, Teusajaure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9km) 오늘은 Teusajaure까지 가기로 했다.
물론 오늘도 Teusajaure까지 꼭 다 갈 필요는 없고 가다가 적당한 때가 되고 적당한 곳이 보이면 그곳에서 하루 묵을 생각이었다. 적당한 때가 되고, 적당한 곳이 보이면…. 보이면….
유유히 흐르는 KaitumjaureKaitumjaure에서 출발해 얼마 안있어 이런 숲길이 나온다.여행 내내 엄청 많이 본 어느 동물의 변. 이게 순록의 똥인가??? 이렇게 생긴 초콜렛도 있는데… ㅋㅋㅋ숲을 지나면 급류가 나타난다.비가 와서 그런지 수량이 많다.보기만 해도 시원하다.Kungsleden에서 흔한 철제다리 건너기.다리를 건너 물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Kaitumjaure 급류, 작은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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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보면 작지만 위용이 단단한 작은 폭포(?)가 하나 나타난다.
Kungsleden 작은 폭포Kaitumjaure에서 Teusajaure로 가는 길은 이런 돌길이 많다. 돌길은 더욱 힘이 든다.개울, 산, 구름, 돌
동물의 출입을 막기 위한 철조망이 있는데 이 나무문을 열고 통과하여 가야한다. 통과 후에는 문을 다시 닫아놓아야한다.돌길이다… Kungsleden에는 이런 돌들이 참 많다.
아까 시원하게 흐르던 냇물이 이제 저 멀리 작게 보인다. 냇물의 방향과 나의 방향이 서로 다른가보다.
이제부터는 끊임없는 은근한 오르막이다.
오르막 오르막
이 위의 사진을 보자. 걷는 사람의 시선으로 찍은 사진이다. 이런 길을 보면 이 길과 하늘이 맞닿은 지점이 오르막의 정상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저 지점까지 가면 이제 평지거나 내리막길이라 예상하고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은근한 오르막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저 위치에 가도 또 비슷하게 보다 위쪽에 길과 하늘이 맞닿는 지점이 있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지옥의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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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오름길
오르다 오르다 지쳐서 드디어 이 고기를 개봉했다.
Lufttorkad Skinka. 번역기를 돌려보니 ‘공기에서 말린 햄’이란 뜻이다.
45 SEK 이면 한국돈으로 약 6,700원 정도.
또다시 확실히 알았다. 힘들때 약간이라도 고기가 몸에 들어가면 쨍하고 기운이 난다.
그리고 고기는 에너지 연소가 오래 지속된다.
이 공기에서 말린 햄 덕분에 Teusajaure까지 갈 수 있었다.
왠만하면 중간에서 커피도 끓여마시고 밥도 해먹고 가겠지만, 이곳은 높이가 높은 산 길이라 식수를 보충할 수 없었다.
물은 수통안에 있는 마실 물 밖에 없어서 그냥 이렇게 간식만 먹으면서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어제 Sälka에서 출발해서도 순록을 만났는데 이곳에서 더욱 많은 순록을 보았다.
어디서 본 바로는 여름이면 순록들은 더 추운 곳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북쪽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만난 것인지…
Kungsleden에서 만난 순록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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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ngsleden에서 만난 순록 무리들
순록 무리들
Kungsleden 순록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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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은 순록이 신기한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왠만하면 적당한 곳에 텐트치고 하루 머물텐데 여기는 산이어서 그런지 물이 없었다.
그리고 평지도 아니고, 바닥이 흙이나 풀로 되어있지 않고 큰 돌, 바위로 구성되어있어 텐트 칠 곳이 마땅치 않다.
어느날 왕이 반지 세공사를 불러 “날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도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반지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빈 공간에 새겨 넣을 글귀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현명하기로 소문난 왕자에게 간곡히 도움을 청한다.
그때 왕자가 알려준 글귀가 바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글귀를 적어 넣어 왕에게 바치자 크게 흡족해 하고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정말 길고 고되고 다리도 아프고 기운이 없어도 한발한발 걷다보면 이 과정도 언젠간 지나가리라… 라고 믿고 계속 되뇌이며 걸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말 이 또한 지나갔고, 안 끝날 것 같던 하루하루의 여행이 끝나 이제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힘들게 길을 걸으며 이곳에 무엇이 있다고 나홀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스스로 물어도 보고…
어찌보면 답은 이미 알고 있기도 하고, 어쩌면 답을 몰라서 답을 찾으려고, 혹은 답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하여 이곳을 온 것이리라.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도 없고, 도와줄 이도 없다.
나를 이끌고 지탱하는 것은 내 몸과 정신, 그리고 내 물품들뿐이다.
그렇게 비척비척, 휘척휘척, 터덜터덜 한발한발 걷다보니 어느순간 평지가 나왔고
그토록 흐리던 잿빛 하늘 사이로 푸른 하늘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오름길은 평지로, 평지는 조금씩 내리막으로 변했다.
Teusajaure 끝에는 폭포가 있다더니 갑자기 물이 한곳으로 모여 흘러내린다.
누구나 알고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을.
위로 오르던 경사로는 평지가 되었고 어느순간 내리막길로 바뀌었다.
물을 따라 걷다보니, 폭포가 나타났고 드디어 Teusajaure에 도착했다.
Kaitumjaure로 그렇고 이곳도 뒤쪽에 산이 있고, 앞에 물이 있는 명당으로 보인다. (배산임수)
명당이라함은 왠지 모를 푸근함과 아늑함이 절로 느껴져서 하는 말이다.
Teusajaure 폭포잔잔한 Teusajaure이렇게 나의 보금자리를 폈다. 멋지지 않은가…?폭포 근처로 물을 뜨러와서 찍은 나의 보금자리. Teusajaure 최고 명당이었다고 자부한다.텐트를 친 곳에서 살짝 떨어져있는 폭포
Kungsleden Teusajaure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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