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11일차 (1/2)
2016년 6월 25일 (토요일)
- 경로: Sitojaure에서 Aktse 지나 언덕까지
- 걸은 거리: 21.7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09:40 ~ 20:00 (중간에 13시부터 16시30분까지 휴식)
- 난이도: 중상
- 강평: Sitojaure와 Aktse는 평화로움 그 자체.
어제 일찍 자서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새벽 4시 50분)
스웨덴의 새벽 호수 풍경을 담는다.
스웨덴 하늘에도 달이 떴다.
Sitojaure에서 Aktse까지는 강이 4km, 육로가 13km이다.
13km만 걷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어 오늘은 Aktse를 지나 좀 더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텐트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즉, 오늘은 두번이나 배를 타야한다.
여기는 배로 건너야하는 거리가 4km 라 직접 노젓는 보트는 엄두도 내지 않았고, 더구나 이쪽 강변에는 배가 한대만 있어서 갔다왔다 다시 가는 12km 노젓기는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
근데 어제 밤에 나 자고있던 중에 왔던 어느 남녀는 실제로 12km 노젓기를 한 모양이다.
아침에 보니 배가 바뀌어있다.
왼쪽은 어제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대단하다. (Kungsleden 보트에 대한 규칙은 여기 참고)
나는 어제 이곳의 산장지기(Warden)에게 모터보트 신청을 했고 오전 9시에 배 주인이 강을 건너와서 나를 태워주기로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200 SEK (=30,000원) 으로 꽤 비싸다.
Sitojaure STF Hut의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메뉴는 outdoor용 파스타. 엄청 비싼거다. 85 SEK (= 약 13,000원)
봉투를 열면, 우리나라 라면처럼 분말스프가 있어 그것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잠시 후에 먹으면 된다.
나는 내가 파스타를 이렇게 잘 먹을 줄 몰랐다.
몇번 말했지만 잘 먹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해서 이 느끼한 파스타를 김치, 단무지, 피클, 콜라가 없어도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 (왠지 불쌍타… 흐흑…)
여행을 마치고서도 이 파스타 하나가 남았다. 그걸 한국에 가져와서 스웨덴의 맛이라고 가족들에게 선보였는데 냄새만 맡고서 아무도 손도 대지 않았다.
사실 객관적으로 평가했을때 완전 제대로 느끼하다.
하지만 나는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맛있다. 정말이다. 🙂
앞으로 가야할 곳의 고도 정보를 담은 지도가 붙어있다.
오늘 Sitojaure에서 호수를 건너서도 까마득한 급경사를 올라야하는구나.
오후에 Atkse에서 호수를 건너서도 한번 더 급경사를 올라야하고…
아침 메뉴로 칼로리 높은 파스타를 고른 건 잘 한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서 9시에 보트 타는 곳으로 가니 이미 배가 와있다.
보트 타는 곳은 STF Hut 바로 옆에 있다.
여러번 말하지만 스웨덴 분들은 급한게 없다.
9시에 배 출발한다고 해서 정확히 왔는데 이 분과 STF 산장지기는 모처럼 만나서 반가운지 한참을 만담을 나누고 계신다. (불만이라는게 아니라 그 느긋함을 배우고 싶다는 의미이다.)
나는 보트에 앉아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을 때리고 있었다.
배는 9시 20분에 출발했다. 🙂
출발해서도 배가 지나야할 노선을 표시한 부표가 움직여 제 위치에 있지 않은 것을 하나하나 재정비하면서 갔다. 하하하.
우리는 보트에서, 어떻게하여 여기까지 왔는지, 이름이 뭔지, 오로라를 본 적 있는지, 물고기는 많이 잡히는지, 겨울에는 뭘 하는지, 스웨덴은 강, 호수, 냇물 등을 그냥 마시는게 신기하다는 등 다양한 얘기를 했고 그분은 이곳에서의 생활을 instagram에 올리고 있다고 하여 SNS 주소를 공유했다.
우리는 서로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 보니 내 모습도 그분의 instagram에도 올라와있더라. 🙂
그분의 instagram 주소는 https://www.instagram.com/pallekuhmunen/ 이다
부표 정비가 끝나고는 신나게 호수를 달렸다.
정말 시원하고 상쾌하더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분과의 대화, 그분의 모습, 행동 등이 너무 순박하고 순수해보여 마음이 흐뭇했다.
호수 저편에 도착하여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그분이 지은 포즈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오염된 Pacman처럼 생긴 저 언덕 옆으로 지나가야한다. 까마득히 높아보인다.
그분과 헤어지고 얼마 안가 작은 개울이 나와서 수통에 물을 채우려고 개울의 비스듬한 바위 위에 섰다가 순식간에 미끄러져 완전히 물로 넘어졌다. 카메라도 목에 메고 휴대폰 (산지 반년밖에 안된 최신형 아이폰)도 주머니에 있는 채로…
이번에도 정말 X됐다 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그동안 그토록 많이 넘어졌어도 아직까지 다치거나 고장난 것 없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 행운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나 휴대폰은 고장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진만은 멀쩡하기를 바랬다. 그동안 찍은 사진들이 다 날아가면 이번 여행의 추억은 기억에만 의지해야하는데… 음…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여기에 글로 쓰니 뭔가 매우 순차적으로 천천히 진행된 것 같지만 그 순간 내 두뇌와 근육은 순식간에 자발적으로 스스로 동작했고, 나는 순간적으로 튕기듯이 벌떡 일어나서 몸, 카메라, 휴대폰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도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몸도, 카메라도, 휴대폰도, 그 안에 담겨있던 사진들도 멀쩡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후에 Kungsleden을 가시는 분들은 미끄러움에 각별히 주의하셔야 한다. 마음 놓고 있으면 순식간에 자기도 모르게, 대비할 틈도 없이 넘어질 수 있는 곳이 Kungsleden이다.
기쁜 마음으로 달게 물을 마시고 다시 배낭을 메고 오늘의 길을 걷는다.
아까 고도지도에서 본 깔딱고개를 넘어 주변 풍경을 돌아본다.
오늘도 어제처럼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과 저 멀리 보이는 강에 취해 힘든지 모르고 휘적휘적 걷는다.
하늘과 구름과 호수가 말할 수 없는 풍광을 펼쳐놓는다. 걷는 내내 이런 풍경이었다.
Aktse에는 Skierfe 라는 또다른 절경이 있어 Aktse 도착 전에 우회로가 있다. 가고 싶었지만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여 Aktse는 skip한다. Kungsleden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
내리막길이 나오고 숲길을 한참을 걸으니 불현듯 Aktse STF Hut이 나타난다.
13km 를 걸어왔다.
Aktse도 너무너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손님도 없고, 주인도 어디있는지 잘 안보이고… 하하하.
Aktse 호수를 건너는 배는 오후 5시에 운행한단다. 지금이 1시인데…
뭐 급할 것 있나, 점심 해먹고 이곳에서 낮잠도 자고 멍도 때리고 느긋하게 쉬고 있자.
Aktse는 유독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