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여행기 – 넷째날 (2017년 1월 9일. 귀국)
몇번의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여행 중에 너무 욕심을 내면 여행이 피곤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를 하면 편하다. (사실 여행 뿐만이 아닌 모든 게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여행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는 료칸 (일본식 여관)에 묵으면서 일본 전통 온천을 하는 것이었다. (혼탕 말고… ㅋㅋㅋ)
사실 마지막날에도 료칸을 가서 당일 온천욕으로 여행의 피곤을 씻을까 라는 생각이 났지만 아이들은 별로 찬성하지 않았고 오사카 근처에는 괜찮은 온천이 없어 전철을 타고 또 한참을 가야했기에 생각을 접었다.
일본 정통 료칸은 숙식이 함께 제공되면서 값도 후덜덜하니 후에 아내와 단둘이서만 와서 즐겨야겠다. (아이들아~~ 너희는 나중에 결혼하고 너희의 배우자와 함께 와서 즐기려무나~~)
아이들도 오늘이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이고 그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던 여행이 끝난다고 하니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하루종일이 남아있단다!
오늘은 오사카성이다!!
료칸 온천을 포기하니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귀국하는 날이기도 하니 너무 빨빨대고 돌아다니지 말고 여유있게 보내자는 생각이 컸다. 돌아다니며 보고 구경하는 것에 지친 아이들은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제 잠 자기전에 편의점 일본 라면을 맛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바램을 들어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과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사왔다. 호텔 조식 부페를 먹으러 가려하는데 아이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정 안되면 아이들은 라면을 먹일 생각하고 아이들은 좀 더 자게 두고 나와 아내만 내려와 호텔 조식 부페를 먹었다.
호텔 이용기 등을 통해 이 호텔의 아침 부페가 매우 맛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나와 아내는 여행가서 즐기는 것이 여럿 있지만 그중 호텔 조식 부페는 빼놓을 수 없는 기대거리이고 큰 즐거움이다. 호텔 조식 부페가 없다면 다른 재미거리나 식도락이 아무리 크더라도 여행의 추억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나와 아내가 거하게 맛있게 식사를 하고, 이 음식을 아이들도 놓치면 안된다는 엄마의 성화에 자는 아이들을 깨워 부페가 정말 맛있다고, 면 요리도 있다고 꼬득이고 설득하여 아이들도 부페에 집어넣었다. 좀 더 자고 싶다던 아이들도 막상 먹고 와서는 정말 맛있었다고 엄지척을 하여 엄마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었다.
아까 편의점에서 사 온 먹거리는 간식으로 먹기 위해 가방에 넣고, 짐을 싸서 그동안 3박을 했던 방을 나와 체크아웃을 한다. 여행 짐은 호텔에서 맡아주어 우리는 간편한 짐으로 하루 관광을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오사카 성이다. 지도에서 확인한 바로도 그렇고 어제 아내와 저녁에 다녀온 바로도 그리 멀지 않다. 어제 내린 비도 그쳐 공기도 더 맑고 날씨도 나쁘지 않다. 아침도 온 식구가 부페로 빵빵하게 잘 먹었으니 걷자! 우리는 오사카성까지 걸어간다. 🙂
숙소에서 오사카성까지는 대략 4km 정도로 1시간 정도 걸으면 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지하철로 가자고 칭얼댔지만 잠시 후엔 장난도 치고, 끝말잇기도 하고, 주변 구경도 하면서 잘 걸어갔다. 🙂 걸으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일본의 건물, 도로, 사람, 가게, 하늘 등을 보며 우리는 걸어서 오사카성까지 갔다.
1시간쯤 걸어 오사카성에 도착했다. 어제 어두웠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
오사카 성은 이중 해자로 되어있고, 성벽이 높고 가팔라 침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오사카 성이 어떤 역사와 사연을 갖고 있는지 잠시 살펴보자.
오다 노부나가 사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잡고 여기에 성곽을 건설하여 자신의 거점으로 삼았다. 히데요시가 건설한 오사카 성은 지금 남아있는 오사카성과는 다른 것으로, 훨씬 규모가 큰 성이었다. 대규모의 이중 해자가 성을 보호하고 있었다. 히데요시 사망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잡은 후에도 오사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도요토미 가에 충성하는 세력의 본거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도요토미와 도쿠가와가 격돌한 1615년의 오사카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하면서 오사카 성의 건물들은 도쿠가와 측의 화포 공격 등으로 모두 소실되었고 성의 바깥 해자는 완전히 매립되었다. 자세한 것은 오사카 전투 참고.
지금의 오사카 성은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실체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엘리베이터까지 들어가 있다. 외관은 화려하지만 실은 4층까지는 도쿠가와 시대 ,5층은 도요토미 시대의 천수각으로 혼합하여 복원해 고증오류가 심하다. 내부의 전시공간은 유물 내용도 다소 부실하고 사진촬영도 금지되어 있어 차라리 주변에 있는 오사카 역사 박물관이나 옛 오사카 시립 박물관[6]을 방문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오사카 성은 외성에만 들어가서
군것질만 하고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유물 설명은 거의 대부분이 영어가 병기되어 있고, 한글 설명이 있는 유물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한국인 정서에 거슬릴 만한 유물이나[7] 도록은 영문판은 있는데 한국어판이 없다(…). 오사카 전투에 관한 전시물도 꽤 있는데, 특히 마쓰다이라 다다나오 부대가 사나다 유키무라의 부대를 향해 돌격하는 장면을 묘사한 병풍과 그것을 재현한 미니어쳐 작품이 유명하다.
앞에 인용한 것처럼 오사카성은 소실과 복원이 많이 이루어져 옛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다. 다만 그 해자, 성벽 등을 보고 그 규모에 놀랐을 뿐이다. 입구에 있는 성벽부터 엄청나게 큰 바위가 성벽을 이루고 있었고 이런 식으로 된 벽이 몇군데 있었다.
우리 가족이 경복궁에 갈때마다 날씨도 안좋았고 생각보다 규모도 작고 볼게 없어서 실망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조선이 융성했을 때에는 현재보다 훨씬 웅장하고 건물들이 가득했을텐데 일제 침탈과 전쟁으로 인해 많이 소실되고 현재는 복원물들도 많고, 아직도 복원이나 보수 공사를 많이 하고 있었다. 오사카 성에 가서 본 느낌도 비슷했다. 별로 볼 게 없었다. 천수각 하나 뿐이고 그 옆에는 현대식 건물이 지어져있고 그 외에는 주전부리를 파는 매점, 식당들로 채워져있었다. 살짝 지대가 높아 주변 경치를 보기가 좋다는 것 말고는 성 자체에서 볼 것은 거의 없었다. 오사카성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해서 오사카의 대표적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은 대단해보였다. 봄에 주변 벚꽃 풍경은 아름다울 것 같다. 오사카 성은 역사적 문화재라기 보다는 공원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천수각 입장은 성인은 600엔 (약 6,000원), 중학생 이하는 무료이다. 나와 집사람은 안 올라가고 아이들만 무료로 들여보냈다. 평소에는 남매간에 투닥거려도 부모와 떨어져 둘만 있으니 남매간에 서로 챙기더란다. 기특하네…
성내를 한바퀴 돌며 여유롭게 데이트를 즐기고 나니 아이들이 내려와서 반갑게 안긴다. 안에는 별로 볼 것도 없고 창밖으로 엄마아빠를 찾아서 둘이 데이트하는거 다 지켜보았노라고 한다. 짜식들….
다같이 오사카 성 바깥으로 돌아 성 주변을 돌아보며 지하철역으로 간다.
지하철로 난바역에 내려 종로 명동거리와 비슷한 곳에서 주전부리를 한다. (참 잘 먹는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족은 오사카에 먹으러 왔다.)
난바에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다시 도톤보리로 왔다. 이제 여행을 마무리 할 시점이 오고 있다. 가족 모두 묘한 기분들이 드는가보다. 아마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 나도 어떤 여행이든 여행 막바지에 느껴지는 그 묘한 기분이 좋기도 하고, 매우 싫기도 하다. 어쩌면 그 기분 때문에 여행을 가고, 다시 또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여행만이 주는 묘한 맛이기 때문에…
지난 삼일간 매일 와서 우리의 구경과 식사를 책임져주었던 도톤보리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타꼬야끼와 라멘을 먹고 가자고 의견이 통일되어 우리는 다시 라멘집으로 들어갔다. 금룡 라멘은 먹어봤으니 또다른 양대산맥 이치란 라멘집으로 갔다. (이치란 별관. 맞은 편에는 어제 먹었던 금룡라멘집이 있다.)
이치란 라멘은 옵션이 복잡해서 뭔가 취향껏 이것저것 선택하고 주문할 수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각자 네가지 메뉴를 취향껏 시켰다.
확실히 입맛은 취향인가보다. 아내는 첫날 먹었던 금룡라멘이 가장 맛있었다고 하고, 나는 어제 먹은 금룡라멘, 아이들은 여기 이치란 라멘이 가장 맛있단다. 이러니 우리 가족은 어디 한군데를 가지 못하고 다 가서 먹어야한다. 어마어마하게 잘 먹는 우리 가족…
사진을 찍지는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타꼬야끼도 먹었다. 정말 우리가족 위대하다.
타꼬야끼를 마지막으로, 즐거웠던 도톤보리를 뒤로 하고 숙소로 와서 맡겨던 짐을 찾아 공항으로 떠난다.
공항에서 체크인하고, 면세점에서 가족, 친척, 지인들에게 줄 간단한 선물들을 사선 바로 로비로 들어갔다. 일본 공항 면세점이 어떤지 좀 더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것은 좀 아쉽다. 전자제품 등도 싸게 팔지 않을까 싶었는데…
갈때와 달리 올때에는 연착 없이 정시에 출발했고, 정시에 도착했다. 밤중에 보는 한국 풍경은 도시의 환한 불빛이 화려하다는 것과 (역시 야근와 야자의 천국), 십자가 불빛이 너무도 많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떠났던 모처럼의 가족여행은 이렇게 즐거운 한보따리 추억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여행은 언제나 좋다.
다음 가족여행은 어디로 갈까?
어디고, 언제고 나는 좋다네~~.
무작정 떠난 가족 오사카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