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청계산 산행 (2017년 4월 15일)
사실 오늘 산에 갈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문득 진달래가 끝 무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에 갔던 청계산의 진달래 능선이 떠올라서 아침 일찍 가방에 물과 간식을 주섬주섬 담아 길을 나섰다.
집을 나섰을 때 모자를 안 썼음을 인식했으나 이놈의 귀찮음병으로 인해 다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산행을 했다. 산길을 걸으며 모자를 안 쓰고 온 것을 계속해서 후회했다.
나중에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20도도 넘는 무더위였고, 공기는 뿌옇지만 햇살을 따가와서 일사병에 걸리는 줄 알았다. 산에 꽃은 있지만 아직 녹음이 우거지지 않아 햇살을 막아줄 것이 없어 하루 종일 일광욕을 온 몸으로 하며 산행을 했다.
청계산 원터골 표지석 옆의 굴다리를 지나 많은 아웃도어점과 식당을 지나면 등산로 초입이 바로 있다. 오늘 토요일을 맞이하여 직장, 학교에서 단체 등산을 많이 하나보다. 사람들이 가슴에 명찰을 차고 많이 모여있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서 이렇게 부지런하게 일찍 온 거지만 오전 8시에 단체로 이렇게 모여서 등산을 하다니…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기도 하겠지만 아마 많은 수가 퉁퉁거리며 등산을 했을거다. 토요일에 늦잠도 못자게 이게 뭐냐고… ㅋㅋㅋ.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산에 다니는게 여러모로 좋으니 오늘은 기쁘게 등산했기를 바랍니다. 🙂
지난 주에 왔으면 진달래가 절정이었을 것 같다. 오늘은 이미 꽃이 많이 시들었지만 그대로 아직은 진달래가 지천에 있었고 가끔 뇌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섹시한 진달래가 눈에 보여 두고두고 보려고 확대하여 앵글에 담았다. 🙂
진달래 능선을 타고 계속 걸으면 매봉과 옥녀봉 갈림길이 나오는데 전처럼 이번에도 옥녀봉으로 먼저 간다. 오늘도 옥녀봉 갔다가 다시 매봉을 거쳐 이수봉 지나 옛골로 하산 할 예정이다.
오전이라 공기는 선선하고, 은근한 언덕길과 포근한 흙길로 오전 산행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다만 전망 포인트에서 본 공기가 너무도 안좋아 숨을 막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점만 빼고는…
옥녀봉의 벤치에 앉아 땀도 식히고 물도 마시며 기운을 보충한다. 중년의 부부, 젊은 연인, 신혼 부부, 아까 본 회사 단체 등산객들이 하나둘씩 올라와 이곳에 모인다. 나도 다음에는 가족 동반으로 와야겠다. 나 말고 다들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함께 오기가 쉽지가 않다.
충분히 쉬고서, 왔던 길을 좀 돌아가 이제는 매봉으로 간다.
매바위에서 100미터만 더 가면 매봉이 나온다. 정상에는 정상적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사람, 풍경 사진을 찍는 사람, 벤치에 앉아서 땀을 닦는 사람, 자리에서 식사와 반주를 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왁자지껄하다.
매봉에 있는 많은 분들이 다시 왔던 길도 돌아가 내려가는 것 같다. 나는 계속 직진하여 이수봉 쪽으로 간다. 산에서 먹는 과일과 견과류, 물이 참 꿀 맛이다. 어제 아내가 사놓은 핫도그도 하나 싸왔는데 정말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 산에 와서 즐기는 것 중에 풍경, 공기 (오늘 공기는 영 안좋지만…), 녹음 등도 있지만 먹거리도 빠뜨릴 수 없다. 곳곳에서 막걸리 냄새가 나서 나도 다음에는 막걸리를 싸올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 주변에는 맛집들이 많다. 그 집들이 맛집이기도 할 것이고, 등산 후에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무조건 맛있다. 청계산에 가면 자주 들르는 식당에서 단촐하게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돌아왔다.
애플워치를 구입하고나선 운동이나 활동을 하면 항상 결과를 유심히 살펴본다.
애플워치를 차고만 있으면 알아서 트래킹을 해주니 편리하다.
1일 운동량 목표가 880 칼로리인데 평소에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목표를 마음대로 수정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 등산을 가면 몇배를 초월해서 달성한다.
공기가 안좋고 햇살은 뜨거운데 모자를 쓰지 않아서 조금 더위를 먹었나보다. (미련했다.)
전에 1월에 동일 코스로 등산했을때에는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오늘은 집에 와서 씻고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밤 11시에는 쌩쌩해서 이렇게 등산기를 쓰고 있다.
등산은 즐겁다.
다음에는 어디를 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