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구천동 계곡 가족 나들이
오전에 나홀로 계곡 산책이 너무 좋았어서 느즈막한 아침 식사 후에 가족들과 다시 그 길을 나섰다.
2010년 여름에 걸었던 그 길인데 당연히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쉬엄쉬엄 10분쯤 걸으니 인월담이 나왔다. 우리 가족은 인월담 앞의 넓은 바위에 앉아 쉬다가 물속에서 오래 참기 시합도 하였다. 물이 워낙 차가워 1분도 못 버틸 것 같았는데 나를 제외한 가족 모두 3분 이상을 버텨서 결국 내가 내기에 졌다. (나는 3분을 못버틴다에 걸고, 아내와 아이들은 버틴다에 걸었다.)
내기에 졌지만 기쁜 마음으로 저녁을 쏘기로 했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었는지는 다음 기회에… 🙂
인월담에서 한참을 여유있게 쉬다가 다시 계곡 따라 길을 걸었다.
조금 걷다보면 ‘소원 성취의 문’이 나온다. 두 바위 사이로 한 사람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있는 곳이 소원 성취의 문이다.
옛날 금실이 좋았던 부부가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남편은 전쟁으로 먼길을 떠나게 되었고, 그 후로 부인은 소원의 탑에서 남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 소식이 없던 남편은 몇년 후에 부인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단다. 이 문을 지나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우리 가족 모두 한명씩 이 문을 지나며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겠다. 어렸을적에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말해주더니 이제는 많이들 커서 그럴 나이는 지났다. 🙂
계곡로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잘 정비가 되어있어 걷기에 아주 편했다. 계곡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갈수록 계곡의 풍경은 점점 더 멋있어졌다. 자연탐방로로 걸을 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곳이 어디인지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탐방로로 걸으면 곳곳에 표지판과 함께 설화 등을 기록한 설명이 있다. 하지만 일반탐방로는 시멘트 길로써 딱딱한 그 길을 걷다가 명소를 보면 내려와서 보는 것보다는 설명이 없더라도 처음부터 자연을 접하며 걷는게 더 좋다. 그곳의 이름을 모르면 뭐 어떤가… 그냥 보고 걷는 것만으로 좋다.
인월담에서 또 10분쯤 걸으면 19경인 비파담이 나온다. 이곳을 접하고 가족 모두 절로 아~~ 좋다~~, 아~~ 멋있다~~ 라는 감탄을 내뱉었다.
19경 비파담에서 또 5분쯤 올라가 아마도 20경 다연대에서 또 쉬었다.
나는 인월담에서 물에 발 담그기를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아빠도 발을 물에 담그고 오래 버티기 하라고 해서 3분 버티기에 도전! 했는데 결과는 실패다. 🙁
처음 10초 동안에는 음.. 생각보다 별로 차지 않네, 할만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1초만에 생각이 확 바뀌고 정말 살이 떨어져나갈 듯이 사무치게 발이 차가워지고 온 몸이 차가워지다가 머리까지 아파왔다. 결국 1분 수초만에 포기하고 발을 뺄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깔깔대고 웃어대는지… 쩝… 가끔은 이렇게 아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아빠는 천하무적 슈퍼맨인데, 슈퍼맨도 약할 때가 있다는 의외성에 아이들은 즐거워하는 것 같다.
아내 사진은 검열삭제… (아내가 본인만의 사진은 올리지 말아달라고 해서리… 쩝…)
최종 목적지인 백련사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쉬엄쉬엄 천천히 즐기며 추억을 만든 행복했던 무주구천동 계곡 나들이였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또 평생 잊지 못할 가족의 진한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산책은 즐겁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