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2017] 푸짐한 인심 태흥1리 어촌계 회집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말이 있단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아무래도 천천히 가게 된다. 🙂
전날 비행기도 타고, 차로 이동도 하고, 낯선 곳에서 여행의 설레임도 겹쳐 피곤들 했을 것이다.
아침에 곤히 자는데 깨우지 않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점이 패키지 여행과 비교할 수 없는 자유여행의 맛인 것이다.
아이들도 전에 완전 강행군이었던 유럽에서의 패키지 여행 이후로 패키지 여행이라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나도 패키지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실용적인 가격으로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보다 많은 도시를 방문할 지는 몰라도 후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비싼 돈 내고 온 여행에서 하나라도 더 보고, 한시라도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으나 여행지에서 푹 쉬며 느긋하게 머무는 것도 여행의 제맛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정확히 10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식사부터!
이번에도 역시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는 아내가 정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태흥1리 어촌계 회집.
언제부터인가 여행에 있어 우연이라할지, 인연이라할지 준비없는 만남을 좋아하게 되었다.
전에 거제도 여행을 하고 올라오다가 식사시간이 지나 무작정 들어갔던 어느 어촌마을의 식당에서 먹었던 그 소박하면서 푸짐하고 맛깔있던 멸치쌈밥을 잊을 수가 없다.
누군가가 제주 등에서도 SNS에 올라오는 유명 맛집보다는 그냥 별 이름없는 동네 밥집에서가 훨씬 경제적이고, 푸짐하고 맛있는 진정한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 집도 그리 안알려진 집은 아니지만 그리 유명한 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명 동네밥집에 더 가까울 것이다.
가격은 어제 먹었던 공천포 식당보다 조금 더 비쌌다.
시간도 아침 식사 시간이 훨씬 지나서 다들 많이 배고팠는지 한명 당 한 메뉴씩 시킨다.
여러가지 메뉴를 맛보고 싶은 욕심에 4 식구가 4가지 식사를 시킨다.
나는 성게비빔밥, 아내는 고등어구이, 아들은 옥돔구이, 딸랑구는 성게미역국.
주문을 하자 반찬이 놓여졌다. 이곳도 역시 반찬이 아주 정갈하고 맛깔났다.
시장해서 식사가 나오기 전에 반찬부터 싹싹 먹어 치웠다.
생선가스와 고구마 튀김을 더 달라고 하니 해놓은 것이 떨어졌다고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뜨끈뜨끈하게 새로 튀겨서 가져다주었다. 그 새로 튀긴 튀김의 고소함이라니…
잠시 후 식사가 나왔다.
시장해서 다들 정신없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
새벽형인 나는 사실 새벽에 일어나 벌써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해서 더 시장하고 노곤하기까지 했는데 식사를 하니 졸리기까지 했다. 🙂
위의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식당 앞에는 쉼터(태흥1리 쉼터)가 있어 잔디밭과 그 주변의 개민들레가 파란 하늘, 바다와 함께 초록, 노랑, 파랑의 색 향연을 보여주었다.
쉼터 안에는 몇개의 정자가 있어 어떤 가족은 도시락을 싸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어떤 가족들은 바다 앞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이때가 6월 3일 토요일 점심 무렵이다.
황금연휴이고 우리처럼 어제 제주로 들어온 여행객들과 토요일 아침 일찍 온 여행객들도 많을 텐데 이곳은 너무도 한적했다.
중국인이 많이 빠져나가 제주가 한산하다는 뉴스는 접했지만 그들은 유명 관광지 위주로 다닐 것이고 이곳까지 오지는 않을 것이니 이곳은 국내 여행객들도 그리 많이 오지 않는 곳이라는 말일 것이다.
혼잡스러운 여행이 될까 살짝 우려했었는데 이곳은 너무도 한산하고 평온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음 여행지로 출발한다.
도로에 차가 없고 날씨도 너무 좋고 바람도 시원하여 딸랑구가 차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내가 꿈꾸던 여행다운 자유로움과 평화로움, 그리고 이 싱그러움이 너무도 좋다.
이제 우리는 사려니숲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