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만보] 2019년 9월 3일 (화요일)
아침에 중앙공원 언덕길을 걸으면 매일 뵙는 분들이 있다. 인사를 하지는 않고, 속으로 오늘도 또 나오셨구나 라며 지나친다.
하루에 세번 정도 왕복을 하기 때문에 보통 2번 정도는 마주친다.
인상 깊은 분이 두분 계신데
한분은 좀 덩치가 있는 중년 남성 분으로 매일 회색 면티에 이어폰을 귀에 꼽고 산책을 하시는데 땀을 많이 흘리는지 매번 회색 면티가 땀으로 둥그렇게 젖어있고, 얼굴이 시뻘개져서 힘들게 걸으신다. 이렇게 매일 산책하시는 걸로 봐서 이 분도 엄청난 체중 감량이 있지 않을까 싶다.
또 한분은 중년의 여성 분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피부를 다 가렸다. 머리에는 챙 모자를 쓰고, 얼굴에는 마스크를 썼으며 한 여름에도 긴팔, 긴바지 등산복을 입고 아주 조용히 소분소분 걸으신다. 반팔일 경우에는 손에 팔토시를 해서 피부를 철저히 가린다. 얼핏 봐도 몸에 군살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아주 마른 체형의 소유자인데 피부 트러블이 있어서 그런지, 유명인(?) 이어서 자신을 감추기 위해 그러는 건지 좀 궁금하다. 이 분도 매일, 비슷한 시간에 계속 이곳을 도셔서 한 두번 정도 마주친다.
이 분들 외에도 어느 분인지 보지는 못했지만 한 7시 20분 경에 크게, 반복적으로 야호~~ 를 외치는 분이 있어 지나가는 분들이 욕을 하기도 한다. 그 시간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 쪽을 향해 크게 야호라니~~ 크~~. 요즘 야호~ 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안좋다고 하여 주변에서 하는 사람을 거의 못봤는데 이곳에 야호맨이 있다. 🙂
본인이 지은 토끼 이름(회색이, 하양이 등)을 부르며 매일 토끼 식량을 챙겨주는 어느 아주머니는 산책이 목적이 아니라 토끼밥 주는게 목적이다.
아침이 아닌 새벽(한 4시~5시 쯤?)에 동네 뒷산으로 매일 산책을 가시는 나의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면 그 새벽 시간에도 자발적 커뮤니티가 생성되어 많은 네트웍과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어느 집에 누가 어쨌대~~, 아베가 나쁜 놈이래~~ 조국은 어떻대~~ 등)
뭐든 꾸준히 하면 그 안에 보물이 생기고,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하는 산책에서도 여러 인간군상과 삶이 보여 흥미롭다.
다른 분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보이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