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우일보] 2022년 7월 22일 (걷기 38일차) – 분당불곡산
하루하루가 후딱후딱 지나가서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며칠의 기억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하찮아보여도 기록을 하는게 여러모로 좋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또 잘 안되네.
역시 또 새벽에 눈떠서 이것저것 할 것 하고 이른 아침 단촐히 챙겨서 집을 나선다.
바지는 트레이닝 복, 상의는 등산복 혹은 러닝복
왼쪽 주머니에는 휴대폰, 오른쪽 주머니에는 에어팟 케이스를 넣거나 말거나…
안경은 쓸때도 있고, 안 쓸때도 있고, 모자는 꼭 쓰고, 마스크는 꼈다가 집 나서면 바로 벗고…
왼쪽 손목에는 애플워치를 차고 운동앱을 구동시키고, 귀에는 에어팟을 꽂고 플레이리스트 중에서 골라서 플레이를 누른다.
들머리까지는 집에서 대략 13분 정도가 걸리는데 도착할 때쯤이면 몸이 후끈해짐을 느낀다.
산길에 접어들어 흙길을 밟으면 공기가 온도가 달라짐을 느끼는데 그때 마침 눈 앞에 작은 밤송이가 보여 사진을 찍었다.
요때쯤에 밤송이가 이정도 크기가 되는구나. 비 내렸을 때 떨어진 것인지…
밤송이를 보니 문득 가을이 떠올랐다. 가을이 되려면 아직 좀 더 있어야하는데, 이렇게 덥다가 8월 말이면 어느새 서늘함이 느껴지고 후딱 가을이 오겠지.
요즘 그동안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사진은 확실히 가을 사진이 멋있다. 풍경 자체가 알록달록 색깔이 너무도 예뻐서 가을에는 실내에만 갇혀있는게 여러모로 손해보는 행동이다. 사시사철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가을에는 무조건 집 밖으로 틈 날 때마다 나가고 움직이고 사진을 찍어야한다.
사실 아침에 불곡산을 오를 때마다 쉽게 생각한 적은 없고, 묘한 것은 오늘은 컨디션도 그렇고 조금 힘들 것 같은데 라는 생각과 마음으로 걷기를 시작하는데 걷다보면 결국은 오른다는 것이다. 이 말에 중요한 포인트가 심겨져있는 것 같고, 그래서 선인들이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어제도 그렇게 올랐고, 오늘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시작하면 오르게 되더라. 내 스스로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무덤이 하나 있어서 그 무덤까지가 조금 힘들고, 무덤 지나서 바로 나오는 깔딱고개가 가장 힘들다. 깔딱고개를 지나면 수많은 계단이 나오는데 가파르지는 않지만 깔딱고개를 지나고 얼마 안 지난 시점이라 조금 힘들 수 있는데 여기만 지나면 그 다음에는 정상까지 힘든 구간이 없다.
이렇게 세번의 고비를 잘 넘기는 것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다. 별 것 아니지만 불곡산을 오르면서 매일 나를 담금질한다. 이것도 못하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라며 매일매일 나를 갈고 닦는다.
사실 힘들기도 한데 그 힘듦 뒤에 오는 무언가 뿌듯함 때문에 계속 반복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걸 중독이라고도 하고…
이날은 너무도 똑같은 걷기 패턴인 것 같아서 내려오다가 중앙공원 언덕길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막상 쓰고보니 다시 또 오르고 싶으나 해가 저물어 내일 아침을 또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