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한마디의 힘? 식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속설
식물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사랑해”, “예쁘다”, “잘 자라렴” 같은 말을 식물에게 건네며 한 번쯤은 이런 기대를 품어보셨을 것입니다. 식물도 말귀를 알아듣고, 칭찬하면 무럭무럭 자란다는 이야기가 꽤 오랫동안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TV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칭찬한 식물은 더 싱싱해지고, 나쁜 말을 들은 식물은 시들었다”는 실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MG세대를 포함해 식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젊은 식집사들 사이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시작과 유행, 그리고 과학적 검증의 벽
그러나 과연 이 속설, 진실일까요? “물도 말을 알아듣는다”, “양파에 칭찬을 해주면 예쁘게 자란다”와 같은 류의 이야기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오래전에 유행했던, 소위 ‘감성 과학’ 혹은 유사과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실제로 2018년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서 ‘식물 왕따 실험’이라 하여 한쪽 식물에는 칭찬, 다른 쪽에는 욕을 들려주는 광고 캠페인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과학 커뮤니티에서는 실험 설계와 변수 통제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해요”와 같은 긍정적 언어를 들려준 식물이 더 잘 자랐다는 결과가 공유될 때, 정말로 언어 그 자체의 의미가 영향을 미쳤던 걸까요? 실상은 “말을 걸어준다”는 행위 자체가 미치는 환경적 변화, 즉 말을 하는 사람이 식물에 더 관심을 갖고 미세한 습도, 빛, 물 주기, 심지어 가까이에서 호흡을 할 때 내뱉는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가 주요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식물의 ‘감정’과 ‘의미’ 구별하기
여기서 중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식물도 생명이니 감정을 느끼고, 인간의 언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그럴듯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 기준에서 식물은 뇌나 신경계가 없어, 인간처럼 칭찬의 의미나 말의 감정을 인식하거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 주제와 관련된 여러 실험 결과를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말을 해준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결과만큼이나 “별 차이가 없다” 혹은 “우연의 결과나 실험자의 태도·관리 차이 때문”이라는 결론도 많습니다. 즉, 식물이 의미를 알고 반응했다기보다, 실험자의 애정과 관리가 결과에 더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지요.
“그럼 소리나 진동은?” – 물리적 요인과 식물의 반응
여기에서 또 하나 과학적으로 주목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식물은 뇌가 없어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리의 진동이나 특정 주파수에는 어느 정도 반응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음악(클래식 vs 헤비메탈)을 들려줬더니 어느 쪽이 더 잘 자랐다는 둥 다양한 실험이 있지만, 결과 역시 일관성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끔은 강렬한 음악을 들려준 쪽이 더 잘 자랐다는 결과도 있지요.
다만,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동, 빛,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여러 물리적·환경적 요소가 얽혀있기 때문에, “칭찬의 말이 식물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는 단정은 무리가 있습니다. 즉, 입에서 나오는 말의 ‘의미’(칭찬이냐 욕설이냐)보다는 주변 환경 변화(진동, 습도, 이산화탄소 변화 등)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잘못 알려진 ‘상식’의 현실과 그 유래
이처럼, 식물도 칭찬을 알아듣고 더 잘 자란다는 상식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진 데에는 심리학의 피그말리온 효과, “기대와 관심이 변화의 마법을 일으킨다”는 믿음, 그리고 인간 자신이 처한 환경과 감정을 식물에게도 투영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우리의 언어나 감정 표현이 ‘기적의 비료’는 아닐지라도, 관심과 돌봄이 식물 성장의 중요한 비결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요. 식물은 칭찬을 그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그 말을 건네는 우리의 따뜻한 손길, 신경 쓰는 마음, 그리고 자주 다가가는 작은 실천이 식물의 생장에 유익한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상식을 다시 생각하며 – 오늘의 작은 실천
결국, “식물에게 칭찬하면 더 잘 자란다”는 말은 과학적 진실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정성, 애정,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상식의 힘은 종종 과학 이외의 영역, 즉 우리의 실천과 태도에서 싹트기도 하지요.
오늘 식물을 바라보며, 그저 칭찬 한마디를 넘어서 직접 물을 주고, 잎을 닦고, 햇볕도 적절히 맞춰주는 사소한 행동들을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정성이야말로 ‘기적 같은 성장’을 부르는 진짜 상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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