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돌아온 서도철 형사의 복귀작 베테랑2 소식에 극장가는 이미 뜨겁게 달궈진 분위기였죠. 전작이 워낙 1,300만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기에 이번 속편에 거는 관객들의 기대치는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결과물은 시원한 타격감을 기대했던 마음을 조금은 차갑게 식히는 기분이 들었네요.

베테랑2 전작의 명성을 잇기엔 부족했던 통쾌함
많은 분들이 류승완 감독의 액션을 사랑하는 이유는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창의적인 장면들 때문일 거예요. 전작인 1편에서 조태오를 응징하며 명동 한복판을 질주하던 그 짜릿함은 여전히 생생하죠. 그런데 이번 속편에서는 그런 카타르시스가 많이 희석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와닿은 점은 전작의 장점이었던 유머와 팀워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이었어요. 서도철 형사와 그 팀원들이 보여주던 찰떡궁합의 재미보다는 주인공 개인의 고뇌와 가족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더라고요. 물론 형사라는 직업의 고충을 다룬 점은 이해하지만 관객이 이 시리즈에 기대했던 것은 조금 더 시원하고 경쾌한 리듬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식상한 사적 복수와 사이버 레커 소재의 한계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 역시 너무 익숙한 맛이라 아쉬움이 컸습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없이 우려먹은 사적 복수와 온라인 자경단이라는 키워드를 그대로 가져왔거든요.
- 온라인상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사이버 레커의 해악
- 법이 심판하지 못한 가해자를 직접 처단하는 정의 구현
- 현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자극적인 설정들
이런 요소들은 이미 대중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진 나머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엔 역부족이었어요. 특히 밀양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은 시의성은 있을지 몰라도 영화적 창의성 측면에서는 게으른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재가 닳고 닳다 보니 다음 전개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흘러갔습니다.

액션 장인이 보여준 어두운 밤의 난투극과 아쉬움
류승완 감독 하면 역시 액션인데 이번에는 그 연출 방식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전작의 액션이 밝은 대낮에 선명하게 펼쳐졌다면 이번에는 유독 야간이나 실내처럼 어두운 배경에서의 액션이 많더라고요.
- 빗속 옥상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난투극
- 남산 인근에서 펼쳐지는 파쿠르 추격전
- 후반부 터널 안에서의 최종 결전
분명 기술적으로는 훌륭하고 정교하게 짜인 격투술을 보여주지만 시각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구간이 많아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이런 어두운 톤의 연출이 오히려 독이 된 기분이었어요. 전작의 명동 카체이싱 같은 한 방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네요.
베테랑2 빌런의 서사 부재가 가져온 치명적인 약점
속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빌런의 매력이죠. 조태오라는 역대급 악역을 탄생시킨 시리즈이기에 이번에도 빌런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 속 빌런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서사가 너무 빈약하더라고요.
분명 압도적인 무술 실력과 서늘한 눈빛은 인상적이었지만 그게 전부였다는 점이 뼈아팠습니다. 악당이 풍기는 아우라는 강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동기나 사연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다 보니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긴장감도 금방 식어버렸어요. 마치 물을 너무 많이 탄 라면처럼 빌런의 존재감이 묽어진 느낌이라 몰입도가 끝까지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팀플레이 대신 가족의 고민을 선택한 베테랑2
서도철 형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가족 서사를 늘린 점도 호불호 포인트일 것 같네요. 전작에서는 팀원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번에는 서도철 혼자 짊어져야 하는 짐이 너무 무거워 보였습니다.
장윤주 배우를 비롯한 강력반 팀원들이 사실상 병풍처럼 느껴질 정도로 비중이 낮아진 점은 시리즈 팬으로서 참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형사들의 고단함과 아버지로서의 고뇌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결국 나쁜 놈들을 통쾌하게 잡아넣는 액션물이라는 점을 간과한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가족 드라마에 치중하다 보니 극의 텐션이 중간중간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영화를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관람하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2가 아주 못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기본 이상의 만듦새는 보장하며 배우들의 연기 구멍도 찾아보기 힘들죠. 만약 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면 몇 가지 마음가짐을 가지고 가는 게 좋습니다.
- 전작의 유쾌한 유머는 잠시 잊고 진지한 수사물로 접근하기
- 빌런의 정체에 집착하기보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집중하기
- 사이버 레커 등 현실적인 이슈가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살펴보기
특히 개봉 시점이 추석 연휴와 맞물려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도 흥행에 한몫할 것 같네요. 평일보다 비싼 주말 요금이 적용되는 금요일 개봉 전략을 쓴 것만 봐도 제작사의 흥행 의지가 엿보입니다.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고 본다면 류승완식 액션의 정교함 정도는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화려한 겉모습 뒤에 남겨진 아쉬운 감상 정리
가오는 확실히 잡았지만 그 속에 담긴 알맹이가 조금은 부족했던 베테랑2였습니다. 시의적절한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그것을 요리하는 방식이 너무나 전형적이었고 관객이 원했던 시원한 한 방보다는 씁쓸한 교훈에 더 집중한 모습이었네요. 전작의 영광을 재현하기엔 액션과 서사 모두에서 2% 부족한 갈증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서도철 형사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는다면 연휴 기간을 채워줄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속편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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