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9일차 (2/2)
2016년 6월 23일 (목요일)
- 경로: Vakkotavare에서 Saltoluokta까지
- 걸은 거리: 5.4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N/A
- 난이도: 극하
- 강평: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즐기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함. Vakkotavare의 여유로움과 Saltoluokta의 넉넉함은 여행 후반부에 큰 힘이 되었다.
위 지도에서 보듯이 Vakkotavare에서 Saltoluokta까지는 도로(road)와 강으로 되어있고 그 거리는 약 30km이다.
강을 건너기 위해 Kebnats까지 93번 버스를 이용하고 그곳에서 배를 타고 Langas 호수를 건너면 Saltoluokta STF Mountain Station이 있다.
Vakkotavare에서 버스는 오후 2시 40분에 있고, Kebnats에서 배는 4시 30분에 떠난다.
(이런 대중교통의 운행시간과 운행주기는 시즌에 따라 다르니 미리 확인해야한다.)
사실 어제 버스를 놓치고서는 그 길을 걸어갈까,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차가 있으면 히치하이킹을 해볼까 라고 무모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너무 무리하지 말고 여유있게, 자연스럽게 천천히 가자는 생각에 Vakkotavare에서 하루 푹 쉰 것이다.
정확히 2시 40분에 온 93번 버스를 탔다. (77 SEK = 약 11,500원)
스웨덴에서 대중교통은 택시, 지하철 빼고는 다 이용해봤다.
기차, 배, 버스, 비행기…
이중에서 비행기 빼고 기차, 배, 버스에 애완동물이 타는 것은 따로 제한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말티즈나 치와와 같은 작은 애완동물 아니면 대중교통 이용에 명확한 제한이 있거나 눈치를 보지 않나?
이곳은 버스도, 기차도, 배도 사람과 동물이 같이 탄다.
별도 요금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별 말이 없다. 아주 자연스럽다. 동물과 사람이 아주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듯 싶다.
Vakkotavare까지 함께 온 스웨덴 여행자도 강아지 한마리와 함께 트레킹 중이다.
93번 버스를 타고 놀란 점은 2가지 였다.
하나는 USB 충전 단자가 위에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버스내에서 Wi-Fi가 된다는 것이었다.
6월 16일, 즉 일주일 전에 Abisko Turistation STF Mountain Station에서 가족들과 연락한 이후 처음으로 연결이 되었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iPhone Facetime을 통해 가족들과 통화하고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물었다.
일주일만에 보는 가족들 모습… 정말 반가웠다.
아내는 좀 힘들어하는 모습이어서 많이 미안했고, 아이들은 모처럼 보는 아빠의 모습에 정말 순수하게 반가워했다. 🙂
내 여행 잘하고, 많은 경험하고, 생각 많이하고, 생각 다 덜어내고 무사히 잘 돌아갈께…
버스는 약 20분 정도 가더니 중간에 있는 Stora 휴게소에 1시간동안 정차했다.
그 시간동안 휴게소 내 매점에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고, 주변을 가볍게 돌아보기도 하고, 벤치에 누워 낮잠도 자며 시간을 보냈다.
Stora 휴게소에서 1시간을 쉬고 다시 10분을 더 가서 Saltoluokta로 가는 Kebnats 선착장에 도착했다.
참 느긋느긋한 스웨덴 사람들이다.
운행은 30분 (20분 + 10분) 이고, 쉬는 시간은 1시간.
매사에 급하고 빠른 우리가 배울 점이기도 한 것 같다. (당장 적응이 안되는 것은 사실이다.)
강을 건너는데는 한 10분쯤 걸리고, 요금은 배 안에서 직접 걷는다.
STF Member는 100 SEK (=15,000원) 이고, 비회원은 더 비싼 것 같다. (아마 200 SEK)
Saltoluokta는 Mountain Station으로 매우 좋은 시설과 맛있기로 유명한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어 나같은 배낭 트레커 뿐만이 아닌 가족 단위 휴양도 많이 하는 것 같다.
Satoluokta STF Mountain Station은 선착장에서 걸어서 5분 위치에 있고, 널찍한 공간에 여유롭게 시설이 배치되어있었다.
안에는 식당, 매점, 놀이터, 사우나, 휴게실 등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있어 참으로 오랜만에 문명을 만난 느낌이다.
어느 유치원에서 단체로 놀러왔는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다.
환상적인 날씨와 풍경, 공기, 자연속에서 이렇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참 부러운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행 내내 계속 느낀 이들의 공통점은 ‘여유’였다. 우리에게는 별로 없는 ‘여유’
나부터도 여유를 갖기 위해 계속 의식적으로 생각과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가… 저 앞에 뭐가 있다고 그리도 급하게 가려하는지…
이들의 자연스러운 여유와 넉넉함이 참 부러웠다.
휴양차 놀러온 가족들이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며 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곳의 주방에는 전기 스토브, 전기 오븐 등도 다 구비되어있어 원한다면 칠면조 BBQ도 해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Saltoluokta STF Mountain Station이 시설, 경치, 레스토랑 음식 맛 등이 최고라고 들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직접 와서 접해 보니 정말 너무도 좋았다.
넓은 공간, 탁 트인 전망, 환상적인 풍경, 사람들의 친절함과 여유로움, 좋은 시설과 편안함, 쾌적함 등 모든게 최고였다.
그동안 문명에서 떨어져 자연속에서 아주 자연적인 삶을 살다가 문명을 접하니 그것대로 괜찮더라.
Wi-Fi 도 빠른 속도로 잘 되고, 충전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물도 강이나 냇물을 길어와 쓰는게 아니라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나오고, 샤워실에서도 온수가 펑펑 나온다.
전에 Sälka STF Hut에서 그런 것처럼 여기 Saltoluokta 이후로는 또 적당한 매점을 갖춘 곳이 없어 이곳에서 남은 기간동안의 식량을 사야했다.
매점은 아주 잘되어있었고 거하게 쇼핑을 했다.
스웨덴 사람들은 outdoor에서 이런 그릇을 많이 이용하나보다. 나는 시에라컵이 있어서 사지는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이것으로 음식도 덜어먹고, 커피도 끓여마시고 가다가 물도 떠 마시더라.
American Express 카드는 안된다. 가져간 카드가 비자카드와 American Express 카드였는데 이건 쓰지를 못했다.
장을 보고, 저녁 식사를 하고서 사우나를 했다.
전에 Sälka의 사우나는 완전 자연식으로 직접 자작나무를 떼서 온도를 높이고 냇물을 길어와 부어서 증기를 만들고, 몸이 덥혀지만 냇물로 뛰어들거나 길어온 냇물을 몸에 끼얹어야했는데 이곳의 사우나는 전기를 이용하고 물도 바로 밖에 수도꼭지만 열면 물이 나와서 그걸 떠오면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게 Sälka는 사우나실이 하나여서 남녀가 시간을 분할해서 이용하고, 나중에는 남녀공용 시간이 있는 방식이었는데, 이곳은 사우나실이 두개여서 애초에 남녀가 분리되어있다. 🙂
사우나를 하며 수분 보충 겸 마시는 맥주맛은 정말 끝내준다. (참고로 이 시간에 사우나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모르는 남녀가 같이 사우나를 하기도 하는 스웨덴, 북유럽이다.
사우나실에 창이 커다랗게 뚫려있고 이를 통해 바깥의 환상적인 풍경이 보인다.
마침 그 바로 앞에 내 텐트가 놓여있다. 내 텐트에서는 시선의 높이 차이로 인해 사우나 안이 보이지 않으나 사우나실 가까이 가면 그 안이 훤히 보인다.
사우나를 위해 노출하는 것은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인 것 같다.
어제, 오늘 몸과 마음 모두 아주 평화롭고 편안하게 잘 쉰 것 같다.
내일은 여기 레스토랑에서 모닝 부페로 식사를 하고 다시 걷기를 재개한다.
샤워하고 나와서 이곳의 평화로운 풍경을 영상에 담았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백야속에서 다시 편안히 꿈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