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전체 해외여행은 2014년 유럽 여행 이후로 3년만인 것 같다. (뭘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
짐은 어제 모두 챙겨놓았고, 살짝 씻기만 하고 옷만 챙겨입고 여행용 수트케이스를 끌고 가기만 하면 된다.
김포공항을 가는 버스는 첫차가 5시 5분이다.
새벽 4시 40분쯤 집을 나선다.
일본에서 사용할 포켓와이파이 (일종의 통신 egg이다. 일본 LTE 망에 연결하게 해주고, 휴대폰 등과는 Wi-Fi로 연결하게 해주는 이동식 access point)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공항에서 수령하고, 여행이 끝나면 공항에서 반납해야한다. 요금은 하루에 3,500원으로 경제적이었다.
원래 비행기 출발 예정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조금씩 이동해서 조만간 이륙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방송이 나온다. 부품 문제가 발견되어 수리를 해야하고 이륙까지는 1시간 이상 지연될 것 같다고…
갑자기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오고 일부는 조심스럽게 보상이라도 해줘야하는거 아니냐고 항의도 하고, 내 옆자리에 앉은 어떤 아저씨는 스마트폰으로 관련 사례들이 없는지 검색하면서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더라.
비행기는 다시 원래 놓여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한참을 수리를 했다.
사실 아내와 이번 여행에 기내식이 포함되는지 안되는지 갑론을박이 있었고, 승객들이 한참을 수근거리자 ‘식사를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라는 방송과 함께 스튜어디스들이 식사를 나누어주었다. 비행기는 활주로에 있는 상태에서…
하늘에서가 아닌 비행기 활주로에서 기내식 먹어본 사람들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에는 지연에 불만을 표시하더니 기내식을 나눠주자 그것 먹느라 지연은 다 잊어버린 것 같다.
근데 아직도 모르겠다, 이 기내식이 원래 포함이었는지 아니면 지연으로 인해 원래 예정에 없던 기내식을 서비스 한 것인지…
예정보다 1시간 30분 넘게 지체되어 이륙을 했다.
난바역에 도착했다.
난바역은 정말로 크고 복잡했다. 포켓 와이파이가 있어 인터넷이 되고 지도도 볼 수 있고, 손에는 인쇄되어있는 자세한 지도를 들고 있지만 여기가 어디고, 몇번 출구로 나가야하고, 어떻게 이동해야 우리의 출구로 갈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방향감각이 좀 없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바역은 너무 복잡했다.)
결국 우리는 난바파크 쪽으로 무작정 나와서 정신을 가다듬고 아내와 나는 스마트폰 지도에 의지하고, 아들은 포켓몬 지도에 의지하여 우리의 휴식처인 온야도 노노 난바 호텔로 향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2017년 2월 24일)은 한국에도 포켓몬 서비스가 되고 있지만 여행을 갔던 당시에는 한국에서는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만 포켓몬이 가능했고, 아들의 일본 여행의 포인트 중 하나는 포켓몬이었다. 🙂
아들은 이동 중에 포켓몬 지도를 네비게이션으로 응용했다. (오… 천재인데…??)
여러번 언급했지만 아무런 준비도, 별 정보도, 계획도 없이 일본에 온 것이다.
나나 지인들이 맛집으로 추천해준 곳이 몇군데 있기는 한데 거기를 일부러 찾아갈 정신도 기운도 없고, 먹다 지쳐 죽을 정도로 맛집이 많은 곳이 오사카라는데 인연 따라 맛집을 만나고 발굴해보지 뭐 라는 생각으로 왔다.
길을 가다가 맛있어 보이는 곳이 있으면 일단 먹자고 했다.
일본 오사카에 와서 처음으로 먹은 것은, 타코야끼.
오사카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것도, 타코야끼.
오징어, 문어 등 건어물을 좋아하는 아내는 타코야끼에 완전 빠졌다.
아무리 우리가 일본 오사카에 대해 아는 것도, 들은 것이 없어도 도톤보리는 들어봤다.
숙소에서 도톤보리는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다.
숙소에 짐을 놓고 일단 나갔다. 뭐라도 먹어야겠다.
본격적인 먹자 여행의 시작이었다.
3시가 넘어 너무 배가 고팠다.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곤 공항에서 빵 좀 사먹은 것과 활주로에서 먹은 기내식, 타코야끼 몇개가 전부이니 배고플 수 밖에…
일본에 왔으니 라멘을 먹어줘야지 하며 금룡 라멘 집으로 들어갔다.
딸랑구가 어디선가 들었는지, 100엔 초밥집을 가봐야한다고 해서 적당한 곳이 없나 찾던 중에 눈에 띄는 곳이 있어서 들어갔다.
결과는? 싼 곳은 싼 값을 한다! 였다.
품질이 확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쏘~~ 쏘~~~
아내와 둘이서 다시 도톤보리로 와서 맥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엄청나게 먹어서 배가 부르니 그리 배부르지 않은 메뉴로 골랐다.
아이들이 좀 크니 아내와 둘이서만 데이트도 하고 좋구만…
아내와 맥주 두잔씩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일정은 끝난게 아니었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 투숙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서비스가 두개가 남아있었다.
하나는 라멘 서비스고, 또 하나는 온천이다.
입가심으로 라멘을 먹고 잠시 쉬다가 온천을 갔다.
온천은 2층에 위치하고 있었고 남자는 호텔방 키만 있으면 되고, 여자는 1층에서 비밀번호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호텔 체크인할때 알려준다)
우리 가족은 즐거웠지만 피곤했던 하루 일정을 온천으로 마무리하고 편히 잠자리에 누워 일본에서의 첫날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