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대한 추억, 그리고… (3)
대학 1학년때에는 학교 기숙사에 있었다. 기숙사는 지금 생각하면 천국이었다. 많은 정보 공유, 미팅, 소개팅, 이벤트, 축제, 파티…
어느날, 기숙사 옆방에서 친구들끼리 만화책을 보고 있길래 뭐냐고 물으니 이것 아직 안봤냐고 같이 보잔다. 제목은 ‘슬램덩크’.
그렇게 20세기 후반을 강타했던 농구만화는 내게도 다가왔다.
성장하는 이야기, 최강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을 천재로 믿고 노력과 결합한 무한한 잠재력, 일생의 라이벌을 통한 자극, 라이벌을 능가하는 天外天의 존재, 불협화음으로 보이지만 무한 신뢰의 동료들, 옆에 있지만 나를 바라보지 않는 이상형,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땀과 눈물, 그리고 감동이 펼쳐져있었다.
초반 그림은 살짝 어색한 듯 보이지만 점차 극도로 감각적인 필체가 펼쳐진다. 작품을 연재하면서 작가 스스로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를 밟아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와 같은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속에서 수 많은 명언과 명장면을 남기며 수많은 사람들의 소름을 돋게하고 감동을 선사했다.
이 만화를 봤던 사람 중에 피가 끓지 않았던 사람이 어느 누가 있을까?
특히 마지막 산왕전에서는 동중정의 기법으로 대사도 없이 스틸 사진들을 연이어 보는 듯하다.
쏟아지는 땀조차 매달려있고, 시간 자체가 멈춘 듯이 호흡도 멎고 몰입하게 만든다.
왼손은 거들뿐.
마지막 서태웅, 강백호 둘의 격한 마주침은 스포츠 만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벅참이었다. (언제 봐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내가 20대 초반 대학생 때 봤던 만화를 30대 후반에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아이들도 보라고 전집을 구입해서 집의 책장에 꽂아두었다. 아이들도 아빠가 느꼈던 것 같은 그 느낌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만화가 나온지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 만화를 곳곳에서 본다.
얼마전에도 패러디 한 장면이 전국을 강타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후의 이야기를 기대한다고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만족한다.
원작의 감동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슬램덩크에서 받은 감동은 수영과 야구를 빙자한 다른 감성 만화에서 이어서 받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