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 2017년 4월 16일
벌써 3주기가 되었구나.
나는 기억한다. 3년 전 그날을…
달력을 찾아보니 수요일이다.
그날도 나는 카메라를 들고 율동공원으로 산책을 갔었다.
날이 매우 화창했고 햇살이 좋아서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오겠다고 생각했었다. 율동공원에는 철쭉이 아직 피지 않았고 공원 호수 주변 풍경과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위주로 찍었다.
집에 돌아오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 수백명을 실은 배가 바다에서 좌초되어 구조중이라는 속보가 TV에서 나오고 있었고, 잠시 후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본 것 같다.
하지만 그 구조에 대한 속보는 오보였고, 결국 우리는 그 수많은 사람들, 아이들이 바다에 잠기는 것을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배가 눈 앞에 보이는데, 구조선들이 바로 앞까지 도착했는데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아이들을 바다에 영원히 묻어버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구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고문은 계속되었고, 정부는 쇼만 계속 하였다.
에어포켓에 공기를 불어넣어서 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시도는 결국 유해 공기를 넣었다고 하고, 배의 위치 표시 뿐만이 아니라 배가 가라앉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부표를 띄운다고 했는데 그 부표로 그 무게의 세월호의 가라앉음을 완화시킨다는 것은 정말 사마귀가 수레에 대항하는 것보다 더 터무니 없는 말이었다.
밤새워 구조 수색을 한다고 했지만 면피용 불꽃 놀이만 했을 뿐이었다.
민간에서 자본과 기계, 인력을 써서 수색 및 구조를 하겠다고 해도 방해만 할 뿐이었다.
그해 4월 25일 미국 대통령이었던 오바마가 한국에 방문하여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했을 때에는 오바마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정상 회담 전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예를 표하였으나 대한민국의 수장이라는 박근혜는 파란색 예쁜 옷을 입고 딴나라 사람인 양 했다.
세월호 실소유자로 알려진 유병언은 실제로 죽었는지 죽은 척 하는 것인지 석연치 않다.
희생자 학생의 아버지가 수십일 동안의 죽음의 단식을 해도 국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교황이 한국에 방문하여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해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3년 동안 여러 불가하다는 이유를 대며 세월호는 인양되지 않았다. 아니 인양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고, 2016년 12월 9일 박근혜는 탄핵소추되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정지된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당하고, 3월 21일 오전에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3월 22일 세월호 인양은 시작되고, 3월 23일 세월호는 사건 1073일단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3월 31일 박근혜는 구속되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식 사랑은 극진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식 귀한 줄 알 듯이 남의 자식도 똑같이 귀하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어도 그 사람이 다치거나 아프거나 울면 약 발라주고, 위로해주고 등 토닥여주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우리나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사람이 조금 다친 것도 아니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산채로 물에 수장당했는데 그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같이 아파하지는 못할 망정 조롱하고 차마 입에 못 담을 말을 떳떳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무리 권력이 좋고, 돈이 좋아도 그런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제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으니 추가 수색과 사고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영영 가버린 사람들은 돌아올 수가 없다.
그들이 다시 오지는 못하겠지만 넋이라도 구천을 떠돌지 않게 억울함을 풀어주면 좋겠다.
왜 그들이 그렇게 가만히 죽어가야만 했는지 깨끗이 밝혀지면 좋겠다.
세월호 얘기만 나오면 지겹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 이제 나도 지겹다. 이제는 세월호 관련 모든 의혹이 깨끗이 풀리고 희생자들의 유품이나 유골 등을 추려 모두 가족들 품에 돌아가서 그 영혼들이나마 이승의 한을 풀고 영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매년 고통스럽겠지만 내년 세월호 4주기에는 올해보다는 보다 후련한 마음으로 떠난 이들을 기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https://youtu.be/oFAeVT-Z1e8
독일의 고등학생들이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며 가슴에 세월호 리본을 꼽고 한국의 노래를 부른다.
향수
고맙습니다.
단원고 남현철·박영인·조은화·허다윤 학생, 단원고 고창석·양승진 선생님, 여섯살 혁규와 아빠 권재근씨, 이영숙씨
어서 돌아오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