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잠실대교를 반쯤 건너갔던 것이 생각나서 점심을 먹고 끝까지 건널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하늘을 보니 부분부분 검은 구름이 뭉쳐있지만 바로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사무실로 올라가 우산을 갖고 올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번에도 귀찮음이라는 병이 나를 이겼다.
애플워치 운동앱을 켜서 트래킹을 시작하고 길을 걷기 시작한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설마했던 비가 한방울 뺨에 떨어진다. 잠시 후 손에도 느껴진다. 이어서 옷에도 한방울씩 튄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허허벌판은 아니지만 허허벌판이나 별 차이도 없는 다리 위에서 비를 피할 곳도 전혀 없는데 직진은 무리라고 생각되어 바로 몸을 돌렸다. 예전같았으면 왠만하면 그냥 끝까지 갔을텐데 나도 이젠 치기어린 청년이 아니다. 여러모로 안타깝다.
송파 예술마루에서 10분쯤 비를 피하니 비는 다시 잔잔해졌고, 후딱 걸어 사무실로 돌아왔다.
오늘도 잠실대교 왕복은 못했다.
다음을 다시 기약해야겠다.
어쨌든 산책은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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