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음악과 홍차 – 2017년 4월 22일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중 처음 접한 곡은 빌헬름 켐프 연주의 K.310 & K.331 이었다.
이 앨범은 아니었고, 카세트 테입이었다.
LP는 뒷면에 곡 설명도 있어서 구입 전에 내용을 참고할 수 있지만 테입은 제목 외에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어 이 곡이 어떤 곡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구입했을 것이다.
당시는 아마 중 3때? 지금 생각하면 좀 이른 시기에 고전음악을 접했다.
당시까지 들어보았던 비발디 사계, 베토벤 합창,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모차르트 교향곡 40, 41번과는 달랐다.
피아노 소리만 나오니까…
게다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31은 매우 특이한 구성의 곡이다.
1악장은 테마에 이은 변주곡이다. 속도도 느리게이다. Andante Grazioso. 느리고 우아하게…
2악장은 미뉴에트. 춤곡 형식이다.
3악장은 Alla Turca. 터키풍으로이다. 이 악장이 일명 그 유명한 ‘터키 행진곡’이다.
구입한 테입을 카세트 데크에 넣고 플레이를 누를 때는 참으로 설레였다.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 지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이 아닌가.
지금도 다시 당시의 그 음악을 듣고 있다.
시간은 수십년이 흘렀고, 음원은 아날로그 카세트 테이프에서 디지털 파일로 바뀌었지만 같은 음악, 같은 연주이다.
1악장 테마와 변주곡. 단순한 듯 하지만 무언가 그리운 듯한, 경건한 듯한 멜로디가 펼쳐진다. 나는 이 곡을 들으면 자꾸 모차르트의 변주곡 K.265 ‘엄마에게 말씀드릴께요’가 생각난다. 일명 반짝반짝 작은별 멜로디. 보통의 1악장은 빠른 데 이 곡은 느리고 우아하다. K.265도 그렇고, 이곡도 그렇고 나는 왜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경건히 기원하는 듯한 장면이 떠오를까.
2악장 미뉴에트. 1악장과 3악장을 잇는 가교인가? 놀래키는 듯한 1주제의 전개가 끝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2주제를 가장 좋아한다. 1주제가 다시 반복되고 조용히 3악장으로 넘어간다. 이 부분에서 나는 매번 침을 꼴깍 삼키며 화려하게 펼쳐질 3악장을 기대한다.
3악장 터키풍으로. 처음으로 이 곡을 들었을때 깜짝 놀랐다. 이 곡이 모차르트의 곡이었구나. TV에서 많이 들어봤던 곡이었는데 이 곡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331의 3악장이었구나. 새로운 발견이었다. 인간이 만든 것 같지 않은 태초부터 있었던 듯한 너무도 자연스러운 그의 음악이 펼쳐진다. 곡의 느낌이 터키풍이라니 자연적인 것과는 멀 것 같지만 곡이 너무도 천진난만하여 지극히 자연스럽다. 터키풍인지 프랑스풍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는 국가 풍은 없고, 모차르트의 음악만 있다. 청년 모차르트 외에 그 누가 이런 천진난만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