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철쭉, 영산홍 구별
사실 진달래와 철쭉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진달래는 철쭉보다 먼저 핀다.
진달래는 꽃이 잎보다 먼저 나온다. 잎하나 없는 마른 가지에 환하게 진달래꽃이 3월말, 4월초에 핀다.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 중의 하나이다.
(보통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순서로 핀다.)
(내가 철쭉이라고 알고 있었던) ‘철쭉’은 모양은 진달래와 매우 비슷한데 진달래보다 늦게 피고 (보통 진달래 꽃이 지면 철쭉이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는 꽃부터 피고 잎이 나중에 나지만 철쭉은 꽃과 잎이 거의 같이 난다. 즉, 잎과 꽃이 섞여있다.
여기까지가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진달래, 철쭉에 대한 상식이었다.
그러다가 공원을 산책하다가 다음과 같은 푯말을 보았다.
잉? 이게 철쭉 아니었어? 이건 내가 그동안 철쭉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인데 이게 영산홍이라고?
그럼 철쭉은 뭐지?
그래서 찾아보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많은 비교, 안내 자료가 있다.
식물학자가 될 것도 아니면 진달래나 철쭉을 보고 장미라고 하지 않을 정도로 구별할 줄 알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 이름이나 구분보다는 그런 꽃을 보고 봄이 왔음을 느끼고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만끽할 줄 알면 족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에 궁금함이 일었으니 일단 하나씩 살펴보자.
여기까지가 진달래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수술이 10개이다. 사진을 보면 겨울을 이겨낸 줄기에 이파리 하나 없이 화려하게 꽃만 피어있다.
진달래는 꽃잎을 그냥 따먹기도 하고, 꽃잎으로 꽃전을 해먹기도 한다. 진달래에는 독이 없기에 먹어도 탈이 없다. 참고로 철쭉에는 독이 있어서 먹으면 안된다.
그래서 진달래를 다른 이름으로 참꽃이라 하고, 독이 있는 철쭉을 개꽃이라 한단다.
진달래의 모습을 기억하고 다음 사진들을 보자.
요즘 지천에서 많이 보이는 꽃이 바로 산철쭉이다. 그냥 철쭉이 아니라 산철쭉이다. 흰색 산철쭉을 흰산철쭉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다.
앞에서 본 진달래는 잎이 없이 꽃만 보였는데, 산철쭉은 꽃과 잎이 함께 나온다. 사진을 보면 찬란한 분홍색과 초록이 같이 보인다.
꽃에 화려한 반점이 있다.
수술은 진달래와 마찬가지로 10개이다.
잎은 삐죽하니 구두주걱 모양이고 잘잘한 잔털이 나있다.
낙엽활엽수로 날이 추워지면 잎이 떨어져서 가지만으로 겨울을 난다.
이게 산철쭉이면, 그냥 철쭉도 있나? 서로 다른가?
다른가보다.
산철쭉은 본래 산에 많이 나는 철쭉이어서 산철쭉인데 요즘은 관상용으로 공원, 아파트 마당 등에 많이 심어서 ‘산철쭉’이란 이름이 무색하지만 어쨌든 이게 산철쭉이고, 그냥 철쭉도 있단다.
그냥 철쭉은 이렇게 생겼다.
일단 크기가 일반 산철쭉보다 훨씬 크다. 가지도, 잎도, 꽃도…
내가 지금까지 본 산철쭉은 다 이런 연분홍색이고, 산철쭉처럼 군집해서 폭발하듯이 확 피는 것이 아니라 야리야리 힘없이 피고 힘없이 진다.
이게 그냥 ‘철쭉’이란다.
그럼 내가 처음에 철쭉으로 알았던 영산홍은 무엇인가?
참고로 폭군 연산군처럼 ‘연산’홍이아니라 ‘영산’홍이다. (연산군이 영산홍을 좋아했다는 기록은 있다.)
영산홍은 이렇게 생겼다.
산철쭉과 비슷하지만 잎도 작고, 꽃도 작다.
산철쭉은 잎이 길고 뾰족하지만 영산홍은 잎이 길지 않고 살짝 동글하다.
결정적으로 영산홍은 상록활엽수로 겨울에도 잎이 시들지 않는다.
수술이 5개이고 반점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
하~~ 어렵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식물학자도 아니고 깐깐하게 아주 정확히 알 필요는 없지만 대략 이렇게만 구분하면 될 것 같다.
진달래: 셋 중에 가장 먼저 핀다. 잎 보다 꽃이 먼저 핀다. 독이 없어 먹어도 된다.
산철쭉: 잎과 꽃이 함께 핀다. 겨울에는 잎이 없다. 잎이 길고 뾰족하다. 수술이 10개이다. 화려한 반점이 있다. 아파트에 있는 거의 대부분이 산철쭉이다.
영산홍: 겨울에도 잎이 있다. 잎이 길지 않고 동글다. 수술이 5개이다. 산철쭉에 비해 키도, 잎도, 꽃도 작다.
며칠 전 이곳에 쓴 잠실 석촌호수 주변에 핀 꽃들도 이제 보니 거의 대부분이 산철쭉이었다. (일부 영산홍도 있기는 하다.)
요즘 아파트, 공원, 산에 산철쭉이 지천인데 조만간 휴가를 내서라도 철쭉 꽃구경을 가야겠다.
철쭉이 유명한 곳으로는
경남 합천의 황매산
충북 단양 소백산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
지리산
한라산 등…
아니다… 이런 열거가 의미없다.
봄철이면 어느 산을 가도 철쭉이 손님을 맞이할 것이다.
어느 계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더욱 자연과 함께 하고 싶고, 함께 해야겠다.
그냥 1시간 만이라도, 손에 물병이나마 하나 들고 근처 공원이라도 나가보자.
훨씬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끝으로 향이 좋은 라일락 꽃 향기 맡으며 이 글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