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전에는 무엇이 있나
개인적으로 태정태세문단세… 라는 식의 열거식 암기 방식을 끔찍히 싫어한다.
태정태세문단세는 알아도 ‘단’이 누구냐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많다. 단종까지는 알아도 그 단종이 누구냐고 물으면 모른다.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하는데 우리는 손가락만 보는데에 너무도 익숙하다. 효율이라는 이유로…
우린 동서양의 고전들을 많이 알고 많이 읽는다.
불경, 논어, 맹자, 사기 뿐만 아니라 일리아드, 오디세이, 영웅전, 갈리아 전쟁기, 내전기, 성경, 명상록, 군주론, 걸리버 여행기, 로마 제국 쇠망사, 신곡, 햄릿, 아더왕 이야기, 돈키호테, 프린키피아 등 유럽의 고전뿐만 아니라 역사가 오래 되지 않은 미국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등 우리는 동서양 위인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현재에도 계속 보고 읽고 듣고 있다.
우리 역사에도 많은 위인들이 있었고 철학, 사상, 과학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분들의 생각, 목소리를 보고 듣고,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내가 국수주의자가나 민족주의자가 되어 우리는 한국인이니 한국위인들의 책을 보자는 말이 절대 아니다. 우리에게 우리의 철학이 있느냐는 의문이 든 것이다.
우리나라 성현들의 책 제목은 많이 알고 있다.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허준의 동의보감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정약전의 자산어보
퇴계 이황의 이기이원론은 이론의 이름만 들어봤지 책의 이름도 잘 모르겠다. (나만 모르나?)
지은이, 제목 뿐만이 아닌 책의 내용까지 우리가 아는 것은 허균의 홍길동전 말고도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 하니 우리가 한글로도 읽어야할 것 같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허균 선생의 원래 문체로 읽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없다. 어린이 홍길동전만 읽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원본 홍길동전 서적이 있기는 하다. 뭐 거의 희귀본이다.)
동서양의 철학이나 문학에 대해서는 지은이, 저작 시기, 저서명, 내용까지 잘 아는데 우리는 우리의 내용은 전혀 모르고 제목만 알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의 위인들이 위대했단다. 그분들은 위대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지.
지금까지의 내 이야기는 나의 무지를 나타내는 말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격몽요결, 성호사설 등의 주요 내용과 그 안의 속 뜻과 깊은 철학까지 두루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나만 모르는 것일 수 있다.
나만 모르는 것인지 다들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래야 알 수가 없는 것인지, 현재에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알아봐야겠다는 ‘궁금함’이 생겼다.
일단 누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책을 남겼는지, 그 책들 중 현재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무엇이 있는지부터 파악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