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동공원까지 가족 자전거 (2017-05-21)
요즘 며칠 미세먼지 지수가 좋다.
일요일(2017-05-21)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율동공원까지 가기로 했다. (아들은 봉사활동으로 인해 불참)
겨우내 타지 않고 구석에 처박혀있던 가족들 자전거를 꺼내서 먼지 닦고, 타이어에 바람 넣고, 기름칠을 한다.
처음에는 아내 것으로 구입한 자전거 미니벨로를 한동안 아들이 타다가, 아들이 픽시를 타기 시작한 이후로 미니벨로는 구석에 처박혀있었는데 그걸 딸랑구가 타기로 했다.
딸랑구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샀던 아이용 자전거는 이제 탈 수가 없다. 아이가 많이 컸기 때문이다.
헬멧 쓰고, 고글 쓰고, 장갑 끼고, 물이랑 준비해서 작은 배낭에 넣고… 스타일만 보면 유라시아 횡단도 할 것 같다.
딸은 낯선 자전거일테니 근처 공터에서 조금 연습을 해서 익숙해진 후에 탄천을 따라 율동공원으로 출발을 했다.
순서는 아내, 딸랑구, 그리고 나, 이렇게 대형을 짜서 달린다.
날씨도 쾌청하고 자전거를 타니 바람 솔솔 느껴지고 기분 좋게 가고 있는데 딸랑구 자전거에서 뻥! 하고 엄청 큰 소리가 나더니 덜덜덜덜~ 하는 것이다. 뒤에서 보니 딸랑구 자전거 뒷 바퀴가 터졌다. 헐…
출발한지 5분만에 터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수내역 근처에 있는 자전거 매장까지 털털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가서 펑크 수리를 했다.
수리점에서 딸랑구는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대면서 즐거워한다. 잠시만 시간이 나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임을 같이 하자고 하거나, 즉석에서 게임을 만들어 엄마아빠와 함께 하자고 한다.
‘초림’이라는 게임을 하잔다. 요즘 학교에서 유행하는 게임이란다. 딸랑구가 다니는 학교가 초림 초등학교인데, 게임 규칙은 어떤 행동을 하라고 요구하는데 그 앞에 ‘초림’이라고 말을 했으면 그 행동을 해야하고, ‘초림’ 없이 말했으면 행동을 하면 안되는 것이다.
하나의 행동을 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그 행동을 지속하면서 그 다음 행동도 해야한단다. 가령 ‘초림, 오른발을 덜덜덜 떤다’, ‘초림, 왼손으로 오른쪽 뺨을 긁는다’, ‘초림, 오른손으로 디스코를 춘다.’ 이렇게 하면 다리를 떨며 뺨을 긁고 디스코를 춰야하는 것이다.
자전거가 고쳐지는 동안 우리 가족은 수리점 앞의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고 뺨을 긁으며 자전거가 어서 고쳐지길 기다렸다.
제대로 관리를 안한 자전거는 만신창이였고, 내부 타이어 뿐만이 아니라 외부 타이어가 찢어져서 터진거라 외부 타이어 자체를 교환해야했고 거금을 들였다. 수리해 준 아저씨 말에 의하면 이 자전거를 제대로 손 보려면 끝이 없을테니 마음껏 아낌없이 자주 타다가 어딘가 또 고장나면 마음 편히 처분하는게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딸랑구~~ 미안해~ 다음에 좋은 걸로 사줄께~~ )
결국 우리 자전거 부대는 정비된 자전거를 끌고 탄천변으로 가서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율동공원.
햇볕 좋고, 공기 나쁘지 않고, 하늘 파랗고 바람 솔솔 부니 노래가 절로 나왔다. 율동공원까지는 별로 멀지 않아 15분이면 도착한다.
공원 내의 호수 주변길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없게 되어있어 우리는 자전거를 거치대에 잘 묶어놓고 걸어서 호수가를 걸었다.
시간이 꽤 되어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다.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부대찌게 집이 생각나서 거기를 제안하고 다들 오케이해서 그 집으로 갔다.
땀을 쪽 빼고, 전망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맛있게 식사를 하니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아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중학생인 아들은 요즘 많이 바쁘다. 쩝…
율동공원에는 휴일을 맞아 텐트, 그늘막을 치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워낙 공원이 넓고 조경이 잘 되어있어 복잡한 느낌은 별로 없고 북적이는 활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매점에서 하드도 사 먹고, 공원내 운동기구에서 가볍게 운동도 하고 호수 주변을 걷는데 번지점프대에서 누군가 번지점프를 한다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고, 위를 쳐다보니 누군가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벌써 20년 전에 호주에 배낭여행 갔을 때 케언즈에서 번지 점프를 했던 기억이 난다. 뛰기 전까지 참 무섭고, 자유낙하하는 그 순간에 꿈을 꾸는 듯이 묘한 기분이 들고, 낙하 후에 둥둥 바운스 하는 동안 참 후련한 느낌이 들었던 게 생각난다.
아내는 1억을 줘도 번지 같은 것은 안하겠다고 하는데 2억을 주면 하겠단다. 다음에 10만원으로 꼬셔보려하는데 안되겠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아내, 딸랑구, 나 순서로 대형(?)을 짜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의 간단한 자전거 나들이였지만 너무도 즐겁고 만족스러웠던 하루였다. 아내도, 딸랑구도 자전거를 종종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수확이다.
걷기도, 자전거도, 턱걸이도 몸을 움직여 하는 것은 심신에 활력과 쾌감을 준다.
행복했던 휴일 자전거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