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카메라, 사고 싶은 카메라
나의 카메라는 펜탁스(Pentax)이다.
우스개로 이런 말이 있다.
남자는 니콘, 여자는 캐논, 나는 펜탁스.
이 말에 담긴 뜻은 니콘은 기계적 완성도를 추구하고 디자인도 각 진 스타일로 왠지 남성적인 면이 있고
캐논은 아기자기하고 사진도 뽀샤시하니 인물 사진이 특히 잘 나와서 특히 여성들이 선호한다고 하고
펜탁스는 마이너 브랜드로 골수팬(?)들이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붙은 것 같다.
펜탁스 카메라는 아버지께서 쓰셔서 알게 되었다. 나보다 한세대 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했던 카메라는 펜탁스 미슈퍼나 니콘 FM2로써 사진을 찍던 집이면 장롱 속에 이 카메라가 한대씩 들어있어서 입학, 졸업식때 꺼내서 추억을 찍었을 것이다.
카메라 열병을 앓다가 고심끝에 내 인생 최초로 구입한 DSLR이 펜탁스 K-5였다. (2011년)
이 카메라를 갖고 즐겁게 사진 생활을 했다. 가족 캠핑, 제주도 배낭여행, 유럽, 일본, 스웨덴 등 해외여행, 등산, 산책할 때마다 들고 가고, 아이들 크는 모습도 많이 찍고…
산책을 좋아하고, 특히 카메라 하나 들고 하는 산책은 더 즐겁다. 왠지 모를 뿌듯함과 든든함이 있다. 편견일지 모르겠으나 스마트폰만 들고 하는 산책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들이 카메라에 관심을 가진 것을 보곤 아버지께서 쓰시던 필름 카메라를 주셨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바로 그 카메라인 것이다. 펜탁스 미슈퍼…
펜탁스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이나 고집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수십년 전 필름카메라와 요즘 나오는 최신 DSLR 사이에서도 별도의 아답터 등 장치 없이도 렌즈 호환이 된다는 것이다.
K-5를 사면서 우주최강 단렌즈라고 믿고 있는 FA 31 Limited 렌즈를 큰 맘먹고 구입했고, 아버지께서 ME Super와 함께 주신 수동 렌즈 A50.4로 자동과 수동 렌즈를 함께 접했다. 그 후로 펜탁스 렌즈를 사 모으는 재미가 솔솔했다. 펜탁스는 렌즈 호환이 되어서 예전의 명 렌즈들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아직도 거래가 활발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펜탁스는 경박단소 (輕薄短小.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음)를 지향하는데 K-5는 출시 당시의 동급 DSLR에서 가장 경박단소했다. 하지만 내 눈에 카메라 디자인은 K-5가 ME Super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이 느낌은 처음 두 카메라를 접한 2011년과 지금과 동일하다. 아니 갈수록 ME Super의 단순한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든다.
가끔 이 ME Super로 필름 사진을 찍어 필름의 감성을 느낄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디지털 카메라가 부담이 적다. 그래서 디자인은 고전적인 필름 카메라 스타일의 디지털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물론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의 거울(mirror)이 없어서 크기도 작고 사진을 찍을때 거울의 움직임이 없어서 흔들림의 가능성이 적은 장점등이 있다. 근데 내게 대부분의 미러리스는 왠지 장난감 같아서 나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다.
이런 나와 같은 감성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고, 이 욕망을 캐치한 제품들이 있다.
그리고
Epson R-D1s는 단종된 제품이고, Olympus Pen-F와 Leica M은 현재 활발히(?) 판매중이다.
Epson R-D1s와 Leica는 Range Finder (RF) 방식이고, Olympus Pen-F는 미러리스이다.
Olympus Pen-F와 Leica M은 실물로 보았고, Epson R-D1s는 실물로 보지 못했다.
사실 나의 사진 실력에 비춰보았을 때 현재 쓰고 있는 카메라도 감지덕지이다.
그리고 카메라가 바뀐다고 해서 사진 실력이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다.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근데 사람 마음이란게 이론대로 되는게 아니지 않는가?
어찌보면 이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이 카메라’를’ 찍는게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그만큼 이 카메라들은 심미적으로 아름답다.
내가 물욕은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Leica에 대한 욕심은 있다.
정말 쓸데없는 욕심일 수도 있는데, Leica M 시리즈를 평생에 걸쳐 다 모아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혹시 Leica M 시리즈가 뭔데 이래 라는 분이 있다면 살짜꿍 가격 검색을 해보시기 바란다.
가격에 0이 하나쯤 더 붙은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 그 의심을 던져버리시길… Leica는 그만큼 가격이 붙어있다.
더 놀라운 것은 Lens도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Leica를 사용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비싼 값을 하지는 못하는데, Leica 아니면 줄 수 없는 감동을 준다고 한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이 처음에는 객관적인 글로 시작해서 점점 내 속앓이를 그대로 나타내는 아이의 징징거림으로 바뀌고 있다. 혹시 아내가 이 글을 보고 그냥 쿨하게 ‘그거 사고 싶으면 사!’ 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보다는 가격을 알아보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고 하기가 일반적으로 보았을때 훨씬 정상적(?)인 상황이다.
이 글의 제목에 맞는 결론을 내어보자.
현재 쓰고 있는 카메라는 Pentax DSLR와 Film 카메라 (ME Super) 이다.
사고 싶은 카메라는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로 Olympus Pen-F은 차선이고, 궁극으로는 Leica M을 사고 싶다.
바로 그게 안된다면 차차로 Leica M3나 M6와 같은 필름 카메라로 시작하고 싶다.
평생에 걸쳐서 Leica M 전 시리즈를 사고 싶다는 내 마음속의 욕구를 발견한 것은 뜻밖의 발견이다.
이럴때마다 마음속에서 갈등을 한다. 인생 뭐 있어? 그거 아껴서 뭐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두가지를 병렬로 준비하자.
첫째, 돈을 차차로 모아서 언젠가 구입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준비를 하자.
둘째, 그 값이 아깝지 않도록 사진 실력을 닦자.
이를 위해 잠시 후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가자.
2017년 5월 28일 일요일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