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치재 철봉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6월에 제주에 놀러가서 눌치재에 묵었을때, 여행중이지만 하루라도 턱걸이를 빼먹지 않기 위해 눌치재 쥔장에서 문자 메시지로 이렇게 물어보았다.
나: “궁금한게 한가지 더 있네… 근처에 철봉있는 곳이 있는지…”
눌치재 쥔장: “철봉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ㅠㅠ. 근린공원 같은데 가면 있을텐데… 초등학교 가면 있겠지요? 눌치재 마당에 철봉하나 세워야 쓰겠네요. 빨랫줄도 걸 겸. ㅋㅋㅋ”
그래서 나는 여행기간내내 근처 학교에 가서 빼먹지 않고 턱걸이를 할 수 있었다.
약 20일 정도가 지나 문자가 왔다.
눌치재 쥔장: “보통 철봉이 가로세로 길이가 어떻게 되지요? 일반 철봉은 너무 비싸서, 가스관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백킬로까지는 견딜 수 있다고, 그림 보여주면 만들어준대요. ㅋㅋ. 2단 철봉을 만들까요?”
ㅋㅋㅋ. 가스관 아저씨… 이런 느낌 너무 좋아… 제주는 왠만하면 DIY (Do It Yourself)인가보다. 가스관 아저씨에게 이런 샘플을 보내주면 만들어주시기도 하나보다. 물론 비용은 내야겠지만…
그러다 대략 한달의 시간이 지나 계획이 어찌되나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나: “철봉 프로젝트 계획은 어찌되는지? 예비 투자자로서 궁금허이. ㅋㅋㅋ”
그러자 답변이
눌치재 쥔장: “넵! ㅋㅋ 가스관 아저씨한테 이러한 샘플사진을 보냈는데 아직 대답은 없으시네요. 보통 성인남자 키에 220 높이면 되겠죠?”
높이에 대한 물음에 나는 줄자를 가지고 나가서 측정 정보를 보내줬다.
나: “철봉 측정했어… ㅋㅋㅋ”
나: “높이 190cm인 철봉에 매달렸을때 자세. 여긴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에 있는 철봉으로 높이가 190, 너비가 110”
나: “이건 초등학교에 있는 표준규격 철봉들. 가장 높은게 높이는 210cm, 너비는 공통으로 160cm”
나: “높이 210cm 철봉의 높이 가늠 (내 키가 대략 나오네. ㅋㅋㅋ)”
나: “표준인 높이가 210cm에 매달릴때…”
눌치재 쥔장: “190은 많이 낮아보입니다. ㅋㅋㅋ. 210 정도가 딱이네요”
나: “유셰프 기준으로는 높이가 210cm 이상이 맞을 것 같고… 너비는 100만 되어도 충분할 듯…”
그러다가 지난 7월 배낭 여행 직전에 눌치재 쥔장으로부터 아래처럼 문자가 왔다.
눌치재 쥔장: “가스관으로 만들 수 있대요! 혹시 담주 오시게 되면 땅파서 기둥 박고 공구리치는 거 도와주실래요? ㅋㅋ 기념식수하듯 기념식봉을… ㅎㅎ”
7월 배낭여행은 잘 하다가 발바닥에 물집이 너무 심하게 잡혀서 눌치재에서 휴양으로 마무리 되었다. 한림항에서 눌치재 쥔장들을 만나서 해수욕과 식사를 같이 했는데 철봉도 설치하고 눌치재를 제주의 명소로 만드는게 어떻겠냐는 나의 제안에 유유자적, 한적하게 신선적 무한자유를 추구하는 눌치재 쥔장들은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했다. (#눌치재 해쉬태그로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근데 효리네 민박으로 관광객들이 그 집을 굳이 찾아서 안을 쳐다보고 초인종도 누르고 해서 편안한 시간을 못 보낸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눌치재 명소 발상은 민폐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해서 눌치재 철봉 프로젝트는 마감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저녁에 이렇게 문자가 왔다.
눌치재 쥔장: “저희 철봉 이름은 천의무봉이라고 짓겠습니다. ㅋㅋㅋ”
눌치재 쥔장: “땅파기는 이 분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이 뒷태의 주인공은 눌치재 쥔장들의 동기이자 내 후배로 지금 약 열흘동안 눌치재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허허… 정말 대단하다. 정말 가스관 아저씨와 함께 철봉을 제작해서 땅파서 세운 것이다. 지금 눌치재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동기와 함께 땅 파고 공구리를 쳤나보다. 아쉽다. 나도 함께 했어야했는데…
게다가 어쨌든 나와의 철봉 위치 이야기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을 기념하여 이름도 ‘천의무봉’으로 지었다니 이것도 재미있다. 마침 ‘봉’으로 끝나다니… (센스 만점)
눌치재 쥔장들은 나보고 천의무봉 스티커 제작해서 오면 붙이란다. ㅋㅋㅋ.
아내와 아이들도 이 사진을 보고 혀를 내두른다.
다음에 눌치재에 가면 이 철봉에서 턱걸이하는 것을 찍어 올려야겠다.
아무래도 눌치재 명소 프로젝트를 발족해야겠는걸…
관광객들이 눌치재 건물과 철봉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서 #눌치재 해쉬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
눌치재 쥔장들! 당신들 정말 짱 멋져~~~!!
나도 눌치재에 다시 가기 전까지 가정용 철봉을 사서 더 열심히 턱걸이를 해야겠다.
#눌치재 #눌치재_철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