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구가 만든 미니언즈 케이크
아빠가 만든 애플파이에 자극을 받아서인가?
딸랑구가 초코케이크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참고로 cake의 한글 표기법은 케이크가 맞다고 한다.)
아빠를 꼬셔서(?)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을 산다.
인터넷에 있는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겠다는 것인데, 딸랑구가 꽂힌 것은 미니언즈 케이크로써 바나나 시럽과 노란색소가 있어야하는데 마트에서 팔지를 않아 실망한 눈치다. 하하.
(원래 이 나이때에는 철저히 하고 싶어하지… 내 그 맘 안다. 딸아~~)
그냥 스폰지 빵을 사다가 크림을 얹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빵을 만드는 재료도 마트에서 팔고 있었다.
아내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다만 크림 만드는 기계만 꺼내서 사용법을 알려주었을 뿐이다.
나는 보조 역할을 했다. 쟁반 꺼내달라면 꺼내주고, 후라이판 꺼내달라면 꺼내주고, 붙잡고 있어달라면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고 보니… 난장판이 따로 없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오방난장‘인가보다.
초콜렛은 눈입, 안경 데코만 하면 되는데 저렇게 많이 녹였다. 하하하.
크림도 많이 남아서 따로 패킹해두었다.
가장 엽기적이었던 순간은 먹기 직전인데, 미니언즈로 가상의 인물이지만 어쨌든 이목구비를 갖추고 나를 보고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바라보는 얼굴을 칼로 잘라야했다.
다시 다짐했다. 케이크는 얼굴 모양으로 만들면 안된다는 것을…
어쨌든 잘라낸 케이크에 크림을 듬뿍 묻혀서 아주 맛나게 먹었다.
먹으며 라면 생각이 간절했지만 딸랑구 얼굴을 보곤 그 말을 밖으로 뱉을 수는 없었다.
딸랑구는 처음 시도한 것치고 이정도면 성공적이라 아빠인 내 생일에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기대에 차있다.
요리의 시작은 장보기와 다듬기이며, 마지막은 설거지와 정돈이라는 교훈을 주고 나와 딸랑구는 나란히 서서 어마어마한 설거지를 같이 했다.
확실히 경제 논리로 따지면 사 먹는게 싸다는 것을 다시 느꼈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즐거움과 웃음, 경험을 제공하기에 우리 가족의 무모한 DIY는 계속될 것이다.
확실히 나와 딸랑구는 많이 닮았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