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0시 쯤 호스텔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새벽 1시도 안되어 일어났다. 시차 때문인가? 워낙에 아무 준비 없이 시작한 여행이라 여행 계획이 전혀 잡혀있지 않아, 눈 뜸 김에 스마트폰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려는데, 내가 있는 호스텔방에서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는다. 일단 오늘은 오전에 뮌헨 시내관광을 가자고만 대충 계획하고 호스텔의 침대에서 밤새 잠이 드는 둥 마는 둥 전전반측하였다.
묵고 있는 the4you 호스텔은 조식 부페가 요금에 포함되어있다. 아침 7시부터 조식을 지하식당에서 제공하는데 아주 훌륭하다. 치즈, 햄, 빵, 시리얼, 계란, 요거트, 음료 (물, 우유, 쥬스, 커피, 차)의 조합인데 각각이 아주 다양하고 풍성하게 제공되어 여행 첫날 기분과 몸을 풍족하게 해주었다. (여행동안 숙소 식사로는 이곳이 단연 최고였다.)
독일은 맛있는 먹을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고 여행 전에 들었었는데, 여행을 하며 직접 겪은 내 느낌으로는 자극적인 맛이 아닌, 몸에 진정으로 좋은 묵묵한 맛을 추구하는 곳이 독일이 아닌가 싶다. (철저히 나의 주관적 선입견일 수 있다.) 어제 저녁에 사 먹은 샌드위치도 그렇고 오늘 아침도 그렇고 왠지 소박하지만 풍요롭고 건강한 식재료,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고, 내 입에는 모두가 아주 맛있었다.
사진을 찍지는 않았는데, 제공되는 빵도 매우 다양해서 식당 전체에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은은하니 아주 좋았다.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짐을 간단히 챙겨서 호스텔을 나왔다. 기온은 한국보다 온화했고 한국은 미세먼지가 난리인데 이곳은 하늘이 아주 쾌청했다. (글을 쓰는 지금 2018년 10월 한국의 가을은 당시의 뮌헨 못지 않게 공기, 날씨가 청명하다.)
시간이 이른 오전이라 그런가, 거리는 한산한데 트램과 버스가 함께 다니는 도로가 새롭다.
거리 양쪽으로 놓여있는 건물이 특별한 문화재인지, 박물관인지 모르겠는데, 역시 이곳이 유럽이구나 싶은 멋스러운 건물들이 계속 나와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게 된다. (나중에 알고보니 유명한 건물이었다.)
뮌헨을 대표하는 건물 중의 하나인 프라우엔 성당(성모 성당)은 공사 중이어서 안에도 못들어가고, 전망대에 오를 수도 없었다. 이 성당이 대표 건물인 이유는 근교 어디에서도 이 성당이 보이고, 이를 중심으로 위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성당이 보여야 뮌헨인 것이다.
마리안 광장은 뮌헨의 명동이라고 할까… 광장 바로 앞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시청 건물이 있고, 광장 주변에는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볼거리, 먹을거리, 구경거리가 많아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하다. 뭐니뭐니해서 마리안 광장의 상징은 시청사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청이 또 있을까?
뮌헨의 마리안 광장에는 뮌헨 시내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러곳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프라우엔 성당 전망대, 신시청사 전망대, 그리고 신시청사 바로 옆에 떨어져있는 성 피터 성당의 전망대이다. 이 세곳 모두 전망대에 오르려면 유료로써 돈을 내야하는데 프라우엔 성당과 성 피터 성당의 전망대는 공사중이어서 오를 수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신시청사 전망대에도 오르지는 못했다. 오전에는 너무 일러서 개시 전이었고, 오후에는 너무 늦게 가서 마감이 되었다.
오전에는 개시 전이어서 시청사 전망대에는 오르지 못하고, 대신 시청사 건물 문으로 들어가니 안쪽에는 또다른 조각과 공간이 있었다.
광장 주변으로 제과점과 카페가 즐비하여 윈도우 쇼핑을 하였다. 어제는 밤이라 뮌헨역 내 매장에 물건이 그리 많지 않아서 몇몇 통곡물 빵 위주로 보였다면, 오늘은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시기라 그런지, 과일빵, 곡물빵, 햄치즈빵 등 종류가 매우 많았다.
이번 유럽여행을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이 생활물가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곳이 물가가 높지 않은 것인지, 우리나라 물가가 높은 것인지…
마리안 광장에서 피터 성당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빅투알 전통시장이 나온다. 해당 도시나 마을을 느끼기에 전통시장만큼 좋은 곳이 없다. 쫄레쫄레 시장통으로 들어가본다.
전통시장에는 정육점 (햄, 고기, 족발), 야채, 과일, 향신료, 반찬(?) 등이 아주 풍성하게 놓여있었다. 우리나라 시장과도 비슷한 모습이 많이 느껴졌는데 우리나라 시장처럼 복잡하고 가게가 많거나 호객이 있지는 않았다.
정육점에 그득그득 놓여있는 각종 고기 덩어리들과 햄은 여행객이 아니라면 바로 사서 구워먹고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럽고 몸에 좋아보였다.
전통시장 구경을 마치고 피터성당으로 간다. 실제 미사가 열리는데 밖에 써있는 미사 프로그램을 보니 어제는 모차르트 미사 브레비스가 연주되면서 미사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은 다른 음악이고, 시간도 맞지 않아서 감상은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유럽 여행 중의 주된 테마 중의 하나는 모차르트인데 이곳 독일, 뮌헨에서의 모차르트는 아직 인연이 안되나보다.
이제 어딜가지 하고 망설이다가 뮌헨에 바이에른 국립극장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곤 위치를 가늠할 겸, 적당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예매도 할 겸 그쪽으로 가다가 Manufactum Warenhaus라는 생활용품 매장이 보여서 구경을 위해 들어갔다.
원예용품, 다기, 만년필, 그릇, 정원용품 등 각종 물건들이 즐비해있어 아주 재미있게 눈요기를 했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닌 것, 평소에도 많이 보던 것, 접하던 것이지만 하나하나 새롭게 느껴지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 여행이 즐거움이자 묘미인 것 같다. 가령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는 방법, 음식 먹는 방법, 음식 먹고 계산하는 방법, 엘리베이터 타는 방법,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연결하는 방법, 유럽에서는 화장실 이용하는 방법 등도 한국에서와는 다르다. 일부는 추가 돈을 내야하고, 일부는 아주 불편하고, 일부는 주위에서 어떻게 하는지 알아서 눈치껏 해야하는 것 등도 있어 때로는 땀도 흘리기도 하지만 그게 그 여행을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드는 추억이나 향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