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캠핑 (유명산 자연휴양림) – 10월 8일
참으로 오랜만에 캠핑을 다녀왔다.
나홀로 고독한(?) 쏠캠.
장소는 경기도 가평군 유명산 자연휴양림
날짜는 2018년 10월 8일 ~ 9일 징검다리 휴일에…
마지막으로 캠핑을 한 것이 작년 한 여름에 제주도 나홀로 걸을 때였으니 1년도 꼬박 넘었다.
텐트의 폴대를 안가져가서 곽지과물 해변에 참으로 우습게 텐트를 쳤었는데, 1년만에야 다시 그 텐트를 꺼낸 것이다.
그동안 왜이리 다니지 않았지? (자식이 중 3이 되면 다니기가 좀 그렇다…)
어쨌든 오늘은 나홀로 훌쩍 뜬다.
올 초에 휴가를 다 소진해서 한글날을 낀 징검다리일에 회사는 휴가를 권장했지만 나는 출근했다. 유연근무제라 출근, 퇴근, 근무시간에 유연성이 있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단촐한 짐을 대충 차에 싣고 가볍게 떠난다. 가는 동안 날씨가 너무도 좋다. 청평댐을 지나가는데 풍경이 이토록 좋을 수가 없다. 사진을 찍지 못한게 아쉽다.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캠핑을 즐기는 캠핑객들이 휴양림 내에 많았다.
사람들이 내게 우리나라에서 자연이 어디가 좋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얘기한다.
일순위는 국립공원이고,
이순위는 국립자연휴양림이고
삼순위는 사설자연휴양림이라고…
가평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국립자연휴양림으로 유명산 내에 자리잡고 있다. (휴양림 링크)
경기도 내의 자연휴양림 중에서 가장 큰 규모와 아늑함을 자랑한다. 유명산에 등산하기에도 좋다.
가을이라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데, 산속에라 공기가 더 시원했고 상쾌하게 느껴진다.
짐을 풀고 서둘러 텐트를 친다.
2인용 텐트인데 둘이 쓰기는 좀 좁고, 짐 들여놓으면 한명이 자기에 넉넉한 나의 텐트를 치고, 좀 더 아늑하다고 타프도 치고 텐트에 들어앉아 저녁 준비를 한다.
예전에는 캠핑이라고 하면 화롯대 (휴양림은 화롯대가 되지 않는다.)에 나무로 불 때서 숯 만들어 바베큐를 해 먹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주 간촐히 다니는게 좋고, 휴양림은 숯불, 장작때기 등이 안되어 모두가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조곳조곳 자연을 즐기다 간다.
준비해간 저녁거리도 라면과 햇반, 김, 통조림, 그리고 와인이 전부다. (하하하.. 와인…)
짜장면은 당구장에서가 제일 맛있고, 라면은 만화방에서가 가장 맛있다고 했나?
캠핑이나 등산시에 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다. 특히 이 서늘한 가을밤에 따끈하게 끓여먹는 라면이라니…
면을 좋아하는 딸랑구, 특히 라면을 좋아하는 딸랑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굳이 카메라를 꺼내 라면 집중샷을 찍어 보낸다. 하하하.
홀로 캠핑을 가면, 해가 떨어지고 밥을 해먹고 나면 특별히 할 것이 없다. 오토캠핑이면 장작을 떼면서 멍 때리기도 하고, 두런두런 얘기도 하는데 여기 자연휴양림은 장작을 뗄 수도 없고, 혼자이기에 같이 할 사람도, 같이 할 것도 없다. 이런 자연 속에서는 조금만 나가도 칠흑처럼 어둡기 때문에 야간산책도 무리다. 주변에 묘도 있다. 별 소리도 없다. 조용하고 어둡다. 무섭….다… 쿨럭…
포근한 침낭에 들어가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잠을 청한다. 저녁 9시도 안되어서이다. 주중의 피곤을 자연속에서의 이른 잠으로 달랜다.
푹신하고 포근한 집의 침대처럼 편안하지는 않지만 아늑한 침낭 속에 쏙 들어가면 잠이 꽤 잘 오고, 깨지 않고 생각보다 숙면을 취하게 된다.
캠핑을 가서는 언제나 상쾌하고 기분좋게 일어나게 된다. 보통 새벽 해가 뜰 무렵 새 우는 소리에 깨곤 했는데 이번에는 새가 울지 않았는지, 피곤해서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다. 밤에 방광에 비축된 물을 빼야하는데 화장실에 가려면 옷을 챙겨 입고, 신발을 신고 한 300m 정도를 걸어가야한다. 캠핑 시에 가장 불편한 점이 이것이다.
옷입고, 신발까지 신고 집(?)을 나선 김에 화장실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산책을 한다. 유명산 자연휴양림에는 산책로가 아주 잘 되어있다. 인공적으로 꾸민 데크길이지만…
1시간 남짓한 휴양림 산책을 마치고 내 보금자리로 돌아와서는 다시 주섬주섬 아침을 해먹었다. 아침도 어제 저녁과 별 차이가 없다.
기온이 내려간 아침에, 숲속에서 끓여 마시는 커피 한잔이 기가 막히다. 릴랙스 체어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멍을 때리다 심호흡을 한다. 좋구나~~~
나 홀로 캠핑은 홀가분하다. 챙길 짐도 많지 않고, 텐트를 치는 것도, 접는 것도 후다닥하면 금세 마무리된다. 11시까지 멍때리고 널부러져있다가 슬슬 짐을 챙겨 갈 준비를 한다.
아직 가을이 깊지 않아 단풍도 그리 짙지 않은데 1~2주만 지나도 느낌이 완전히 새로울 것 같고, 온도도 많이 내려갈 것 같다.
경기도에 있는 자연휴양림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접근성도 나쁘지 않고, 등산하기에도 좋아 사람들이 항상 북적이지만 야영장의 분위기는 언제나 고즈넉하다. 보다 깊어진 가을에 다시 올 것을 다짐하며 짐을 차에 싣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1박일 뿐이지만 많이 힐링되었고, 리프레쉬 되어 돌아간다.
이래서 나는 야영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