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배낭여행 2일차 (뮌헨 시내 관광) (3/3)
여행 2일째 – 2018년 4월 3일 화요일
이날의 여행 정리
- 뮌헨 시내 관광 (칼스광장, 마리안광장, 뮌헨 빅투알 전통시장)
- 레지덴츠 박물관 관람
- Odeonplatz -> 개선문 -> 영국공원 -> Hofbräuhaus에서 맥주 (이번 글)
처음 서론에 쓴 것처럼 이번 동유럽 여행 테마 중의 하나는 음악이다. 아무 계획없이 왔지만 기회가 닿는데로 음악 연주회나 공연을 접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뮌헨에는 세계적 수준의 국립극장이 있으니 이 어찌 좋은 기회가 아닐쏘냐… 마침 레지덴츠 바로 옆이 뮌헨 국립극장이다.
뮌헨 국립극장은 문이 닫혀있어서 어디에서 표를 끊나 찾다가, 어렵게 매표소를 찾아서 오늘이나 내일 볼 수 있는 공연을 물어보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오페라만 공연 예정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별 고민 없이 바로 내일 공연을 예매 했다. (88 유로=약 11만원. 꽤 좋은 자리이지만 어쨌든 꽤 비싼 가격이다.)
사실 고전음악은 30년 넘게 감상해왔지만 Mozart, Bach, Schubert 위주로 들어서 그 외의 작곡가들의 음악은 많이 알지 못하고, 현대로 오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는 제목도, 음악도 들어보지 못한 작품이었다. 아마 한국에서라면 결코 그 돈을 내고 해당 공연 표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뮌헨 국립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이 없다니 별 고민할 것 없이 구입한 것이다. 감상보다는 체험에 중점을 둔 것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니 예쁜 공원(Hofgarten)이 나온다.
공원은 장기판처럼 딱딱 줄이 맞춰져 잔디와 꽃이 심겨져 있었고, 공원 정중앙에는 상징적인 지붕과 기둥을 가진 작은 건물이 있고, 여러 사람들이 공원 여기저기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넓고 방도 많고, 볼 것도 많은 레지덴츠 박물관(생활관, 보물관)을 관람했고, 오페라 예약도 했고, 길도 많이 걸어서 그런지 출출하다.
유럽하면 연상되는 것 중의 하나가 광장이나 골목에 테이블들이 놓여있고, 그곳에서서 커피나 식사를 하는 여유로운 광경이다. 이곳도 역시 곳곳에서 그런 풍경이 펼쳐져있는데 나홀로 뚜벅이 배낭여행족이 여행 첫날 그렇게 하기는 좀 부담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곳 뮌헨은 하루 있어본 바로도 생활물가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 레스토랑 등에서 구입해서 먹는 경우에는 결코 싸지 않다. 그리고 여기 독일인에게 주문하고 서비스 받는 것은 아직도 어렵고 부담스럽다.
뭔가 간단한 먹거리를 테이크아웃으로 사서 공원 벤치에서 먹으며 점심을 여유있게 보내야겠다. 어디서 살까 두리번 거리다가 공원에서 예쁜 색깔의 건물(세인트 카제탄 교회)이 보여서 무작정 그리로 나간다.
세인트 카게탄 교회가 있는 곳은 Odeonsplatz(오데온 광장)으로 레지덴츠, 교회, 기념 조각등이 있는 명소이다. (당시는 광장이 공사를 해서 어수선했다.)
지금 여행기를 쓰면서 이런저런것을 찾아보다보니 이렇게 아는 것이지, 여행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가져간 여행책자에도 이곳들은 그리 자세히 설명이 되어있지 않았다. 확실히 여행은 여행을 준비하며 알고, 여행을 하면서 알고, 여행 후에 정리하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세 번을 익히니 여행이 어찌 산 교육이 되지 않겠는가.
오데온 광장 주변의 어느 매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뭔가를 사가길래 나도 줄서서 그 사람들이 사는 것을 살펴보다가 주문을 했다. 사람들이 즐겨 먹던 것은 두꺼운 고기인지 햄인지, 하여튼 육류가 두툼하게 들어있는 샌드위치였다.
혼자 여행함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고, 가장 큰 단점은 외로움이다. 혼자 여행할 때는 쉬고 싶을 때 쉬고, 가고 싶을 때 가고, 걷고 싶으면 걷고, 이 방향으로 가고 싶으면 이 방향으로 간다.
공원에 앉아 음료수도 아닌 생수와 함께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아직은 그리 따갑지 않은 4월의 유럽 햇살을 즐기다가 이제 어디로 가지 라며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길따라 걷기로 한다. (이렇게 아무 계획이 없을 수가… 좋다 좋아…)
그냥 오데온 광장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기로 한 것이다. 물론 아무 정보 없이 간 것은 아니고 숙소에서 Wifi가 될 때 미리 다운로드 받은 Google Offline 지도를 보니 북쪽에 개선문이 있다고 하여 그리로 가기로 한 것이다.
워낙 걷기를 좋아하는 나이고, 배낭에는 물, 안내책 말고는 무거운 것도 없어서 개선문까지의 걷기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사실 그리 멀지도 않다.
고민을 했다. 북쪽으로 쭉 더 올라갈까??? 저 높게 솟은 나무들이 나를 위한 사열을 선 것 같아 그곳으로 걸어가야할 것 같았지만 아까 봤던 큰 공원이 생각나서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공원은 ‘영국정원‘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중앙공원)보다 넓다. (센트럴파크: 3.41 km2, 뮌헨 영국정원 3.7 km2)
참고로 면적 비교를 해보면 (서울의 여의도공원을 기준으로 하겠다.)
- 서울 여의도 공원: 0.23km2 (기준 1)
- 분당 율동공원: 0.3km2 (여의도의 1.3배)
- 일산 호수공원: 1.03km2 (여의도의 4.47배)
- 뉴욕 센트럴 파크: 3.41km2 (여의도의 14.8배)
- 뮌헨 영국정원: 3.7km2 (여의도의 16.087배)
-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공원: 4.1km2 (여의도의 17.8배)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에 영국에서 유행했던 공원 스타일을 영국식 공원(정원)이라 했는데 그걸 반영하는 이름이라고 wikipedia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The name refers to its English garden form of informal landscape, a style popular in England from the mid-18th century to the early 19th century and particularly associated with Capability Brown.
영국공원에 온 것은 정말 잘한 것 같고, 공원은 너무도 좋았다. (사실 너무도 좋아서 다음 날 또 왔다.)
공원은 매우 넓어서 입구도 여러 곳인데 내가 들어간 곳 초입에는 매점과 휴양시설이 있어 사람들이 음료와 담배, 간식을 즐기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니 자연이 나를 부른다. (화장실)
매점 옆에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 앞에 사람이 앉아서 지키고 있다. 말로만 듣던 독일의 유료화장실인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접했는데, 독일만 유료화장실이 아니라 내가 갔던 대부분 유럽국가들이 유료화장실이었다.)
화장실 요금은 0.5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700원 정도이다. 소변 한 번에 700원이니 우리나라 사람에겐 말도 안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어쩌겠는가… 생돈 0.5 유로를 내고 소변을 보았다.
매점 옆으로 이어져있는 길을 따라 제대로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공원은 넓고, 초록이고, 하늘은 맑고, 사람들은 여유롭고, 가다보면 갑자기 개울이 나오고, 어느순간 개울이 안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다과나 음료/맥주를 즐기기도 하고, 공놀이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자전거를 세워놓고 독서를 즐기기도 하며 여유롭게 즐긴다. 주말도 아니고 화요일 주중, 이 낮시간에 사람들이 공원에서 이렇게 여유를 즐기다니…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개울에서 수영을 하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계곡도 아니고, 공원 내 개울에서 수영이라니… 불법은 아닌 것 같다.
한국과 달랐던 점은 그늘막이나 텐트, 타프, 해먹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주차장에서 여기 정원까지 거리가 꽤 되어 그런 무거운 짐을 가져올 수가 없어서 그런가… 그런 것 없이 단촐히 즐기는 문화인가…
어쨌든, 예상치 않았던 이곳 뮌헨의 영국정원은 나에게 엄청난 힐링을 안겨주었다. (그래서인지 이튿날 다시 와서 관통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영국정원을 나와 다시 번화가인 신시청쪽으로 갔다.
신시청 전망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서(엘리베이터는 무료) 돈을 내고 뷰포인트로 가야하는데, 전망시간은 5시에 마감이라고 입장할 수가 없단다. 시간을 보니 4시 55분이다. 마지막으로 전망을 본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이곳 마리안광장에 내일도 다시 왔지만 결국 전망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차(tea) 매장을 보여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나라도 차나무를 재배하고, 차잎을 수확하지만 대부분은 녹차로 만든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는 전혀 별개가 아니라 같은 품종(차나무)의 잎을 어떻게 후처리 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참고링크)
우리나라에서는 홍차를 만들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홍차는 100% 수입이고, 관세가 많이 붙는다. 그리고 홍차가 그리 많이 유행하지 않아 국내에서 살 수 있는 홍차는 많이 한정되어있고, 값이 꽤 비싼 편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를 나가면 꼭 홍차를 사오곤 하는데, 이곳에도 많은 종류의 차(녹차, 홍차, 우롱차 등)가 구비되어있어 모처럼 눈요기를 하였다. 차를 종류별로 50g, 100g을 선택하면 포장해서 싸주는데 값이 싼 편이다. 인도 다질링 등 여러 홍차가 보통 100g에 6~8천원꼴이다. 종류별로 모두 사고 싶다.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역시 보관에 대한 부담으로 안샀는데, 계속 마음에 걸려서 결국 다음날 오페라 보기 전에 재방문하여 구입했다. 🙂
차매장 다음에는 그 다음은 어디를 가지 고민하다가 전통시장에 가서 또 빵을 사먹었다. (혼자서 어느 레스토랑에 가서 먹기는 아직도 부담되고 뻘쭘해…)
자유여행의 장점은 자유이고,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정해져있지 않다는 것이고, 이는 단점이기도 하다. (정해져있지 않다는 것…)
이른 저녁을 고기가 들어간 빵(?)으로 먹었는데 좀 부족하고, 이대로 다시 숙소로 들어가는 것도 아쉬워서 어디를 갈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까 영국정원에서 먹었던 HB 맥주가 생각났고, 뮌헨에 유명한 맥주집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곳은 신시청과 뮌헨국립극장 사이에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매장에 들어가긴 했는데, 나 혼자고, 처음오는 곳이고, 외국이고 하여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보통 들어가면 입구에 사람이 있어 손님을 맞이하고 몇 명인지 확인하고 명수에 맞춰 자리를 안내하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다. 잠시 뻘쭘하게 서 있다가 서빙하는 사람한테 ‘나 처음이고 혼자다. 어떻게 하면 되나? 어디에 앉을까?’ 라고 물었더니 아무 빈자리에 앉아있으면 웨이터가 찾아갈 것이라고 안내해준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고, 복잡하고, 왁자지껄 음주를 즐기고 있는데 아직 주문안한 새손님인지를 어떻게 알까 의아해하며 어느 빈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본다. 메뉴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링크) 확인할 수 있다.
잘 모를 때에는 기본, 대표를 접하고 필요하면 옵션 혹은 advanced를 선택하는게 수순이다.
HB의 대표 메뉴인 HB Dark Beer(흑맥주) 1리터와 물에 들어있는 하얀 소시지를 주문했다.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약 2주동안 뮌헨에서는 옥토버페스트라는 민속축제가 열리고 맥주 파티가 벌어진다고 한다. 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뮌헨에 오고, 이 때에는 모든 요금이 절정을 달린다고 하는데 분위기도 알딸딸, 얼큰하게 흥겹다고 한다. 내가 갔을때는 4월이라 그런 축제같은 흥겨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독일인들의 맥주사랑과 흥을 엿볼 수 있었다.
밥먹는 배와 술 마시는 배, 혹은 안주먹는 배는 따로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이곳의 맥주 흑맥주 1리터는 너무 배불러서 아깝지만 100ml 정도 남기고 자리를 일어났다. (당연하겠지만 이곳 안에는 화장실이 있고, 무료다. 🙂 )
팁이 포함된 요금을 지불하고, 붉어진 얼굴과 알딸딸한 기분으로 휘적휘적 아침에 걸었던 길을 되돌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참 길고 알차게 잘 보낸 하루였다.
이렇게 뮌헨에서의 둘째 날 시내관광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