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배낭여행 3일차 (Allianz Arena, 영국공원)
여행 3일째 – 2018년 4월 4일 수요일
이날의 여행 정리
- 숙소에서 자전거 대여하여 뮌헨 자전거 투어 (BMW Welt, 올림픽 공원, Allianz Arena 구장, 영국 공원)
- 뮌헨 바이에른 국립극장에서 오페라 관람
애플워치를 사용하면 나의 활동을 체크해주어서 편리할 때가 많다. (물론 모바일로도 가능하지만, 배터리 압박이 좀 크다.)
뮌헨 올림픽 공원에서 Allianz Arena까지 내가 우여곡절(?) 끝에 이동한 거리는 약 13km이다.
탁월한 방향감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할 수 없는 나(일명 방향치라고도 한다.), 거기에 모바일은 로밍도 안했고, 지역 통신망 서비스도 받지 않아 google offline 지도에 의지해서 가는데 이게 만만치 않더라.
이후 궤적을 보니 소위 ‘이 길이 아닌가벼’를 수차례 했다. 하하하, 역시 방향치.
가다보니 벽 너머로 십자가가 보이고, 뭔가 경건하면서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낮인데 왠지 어둡다. 묘지다. (Nordfriedhof 묘지)
영화에서만 보았을 뿐 유럽의 묘지를 실제로 접하는 것은 처음이라 들어가서 한구한구 살펴보았다. 아주 단촐한 무덤부터 화려한 석상이 세워져있는 무덤까지 매우 다양한 모습의 무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체 묘지 면적도 결코 좁지 않아 하늘은 파랗고 화창한 날씨였지만 이곳은 왠지 음산하게 느껴졌다.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나 말고는 없어 괜히 찌릿찌릿했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묘지 체험(?)은 이곳을 시작으로 몇 곳을 하게 된다. (비엔나…)
몇 번 방향을 잘못 잡아 유턴도 몇차례 하여 결국 경기장에 도착했다. 하루만에 기후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뀐 것처럼 작렬하는 태양빛이 눈부셔 눈을 제대로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기온도 매우 높고 건조했다. 생전 처음가는 모르는 길을 자전거로 십여 킬로미터 타고 오는 것이 생각보다 피곤했나보다.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물이 마시고 싶다.
경기장은 경기시즌이 아니어서그런지 기념품 판매점 말고는 문을 연 곳도 없고, 볼 것도 전혀 없었다. 내부에 들어갈 수도 없어 구장이 잔디로 되어있는지, 모래로 되어있는지 볼 수도 없었다. (당연히 잔디로 되어있겠지…)
Allianz Arena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화려한 이 구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홈페이지 링크)
유일하게 운영 중인 기념품점(MegaStore)에 들어가본다.
사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배낭여행객에게 짐은 적이어서 피로를 풀어줄 에너지 음료수만 마시고, 경기장을 나섰다.
무계획의 여행이었지만, 저녁에는 며칠 전 예약해놓은 오페라 감상이 있어 숙소로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바이에른 국립 대극장으로 가야한다. 지도를 보니 Allianz Arena는 까마득히 위쪽에 자리하고 있어 숙소까지 가려면 꽤 걸릴 것 같다.
어제도 영국 정원에서 잠시 머물렀지만, 숙소로 가려면 다시 영국 정원을 관통해서 가는게 좋을 것 같아 가다가 방향을 튼다. (아래 지도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간게 보인다.)
영국정원은 참으로 광활하다. 정원 내에 시냇물도 있는데 이게 있다가도 없어지고, 어느순간 다시 나타나고, 곳곳의 풍경과 구성이 계속해서 변해서 하나의 정윈이 맞나 싶을 정도다. 평일에도 혼자서, 연인끼리, 동료끼리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아주 구석에 혼자서 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개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남자),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는 사람,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자는 사람 등 너무도 한적한 오후의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 뮌헨을 시작으로 잘쯔부르크, 비엔나, 브라티스라바, 부다페스트, 프라하 등을 거쳤지만 이곳 뮌헨이, 여기 영국 정원이 가장 평화로웠고, 가장 여유로웠고, 가장 평화로웠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정원을 걸어서 다니는 것은 한계가 있고, 자전거로 주로 이동하고,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여유롭게 쉬거나, 걸으며 자연을 즐기는 게 이곳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강추 영국 정원)
영국정원 안에는 중국탑(Chinese Tower)가 있고, 그 바로 옆에는 매우 큰 규모의 Hofbrauhaus 맥주 가게가 있다. 유럽 답게 맥주는 실내보다 실외에서 매우 자유롭게, 매우 넓은 규모로 장사를 한다. 영국 정원 내에서 이곳이 사람이 가장 많았다.
중국탑에서도 한참을 내려오니 다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있는 잔디밭이 보인다. 어제 걸었던 곳이라 낯이 익다. 시내와 가까운 지점이다.
예전에 듣기로, 유럽은 햇볕이 드물어 해만 뜨면 사람들이 훌훌 벗고 일광욕 한다고 들었는데, 그건 영국이나 몇몇 기후가 안좋은 국가에 한정되겠지? 이곳 뮌헨은 하늘도 청명하고, 햇살도 따사롭다. 4월 초임에도 주의하지 않으면 바로 햇볕에 그을릴 것 같다. 요즘 우리나라는 황사, 미세먼지로 파란 하늘 보기는 어렵고, 쪽빛이라는 가을하늘도 높고 맑은 줄 잘 모르겠다. 이곳의 깨끗하고 넓은 자연과 이 자연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영국정원을 빠져나와 시내로 진입한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지만, 아무래도 정원처럼 자유롭고, 편안하지는 않다. 가다보니 오벨리스크 (Obelisk), 고전적인 미술관, 박물관 등이 보인다. 독일은 디자인의 독일이기도 하지만, 미술관, 박물관의 독일이라고 전에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이번 여행 때 미술관, 박물관을 간다면 독일에서 가리라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너무 힘들고, 다른 예약(오페라) 일정이 있어 시간이 여의치 않다. 역시 진정한 자유 여행이 최고다. 자유 여행을 지향하지만 결국 얽매임이 생기는구나. (참고로 나는 고대 이집트, 그리스/로마 문화를 경애한다. 특히 이 당시의 조각은 보고 또 봐도 다시 보고 싶다. 전에 영국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미술관을 보고 이곳에 꼭 혼자 다시 와서 여유있고 감상하리라 생각했었고, 여기 뮌헨 박물관도 그 대체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아쉽다.)
박물관 홈페이지 (https://www.antike-am-koenigsplatz.mwn.de/en.html)를 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년 1월 21일 현재 Glyptothek (고대 조각 미술관) 은 내부 공사 중이고, 630일 이후에 새로 개장한다고 한다. (디테일한 독일 사람 답다. 그냥 몇년도 몇월 며칠에 개장한다고 쓰면 되지, 630일 후라니…)
후에 이곳 미술관, 박물관을 다시 접하기 위해서라도 뮌헨은 다시 와야겠다. (영국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미술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그리고 여기 뮌헨….)
숙소로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하고,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몸을 씻는다.
이렇게 바쁠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역시 욕심이 문제가 됐다. 쉬고 싶은데 예약한 오페라 관람이 남았다.
오페라라니… 그것도 전혀 듣도보도 못한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 라니…
시차에, 오늘 무리에, 난해한 선곡에…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부담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