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1일차 (2020년 1월 16일. 출발, 용산사, 시먼)
가족 여행을 희망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경우의 수 중에 가능한 경우를 택하여 진행해야한다.
가족 모두가 가거나, 모두가 안 가거나, 갈 수 있고 가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간다의 안이 있다.
결과는, 나와 딸 둘이서 여행을 가게 되었다. 4박 5일의 대만여행이다.
더 오래 갈 수도 있었고, 더 먼 곳으로 갈 수도 있었으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대만과 4박 5일로 절충하였다.
딸과의 단둘이 가는 여행은 2017년의 샌프란시스코 이후 두번째이다. 작년에 어머니 모시고 간 태국 방콕 여행에서도 딸만 함께 갔다. (여보 쏘리~~)
아들과 아내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아들의 스케쥴 때문이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은 일정을 내기가 어렵고, 아들만 남기고 갈 수는 없어 아내는 못가고 그렇다고 딸까지 경험을 못하는 것은 안되니 나름의 희생과 나름의 욕구가 만나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딸아! 기회 있을 때 많은 경험을 해 두어라~~
대만으로 정한 것도 즉흥적으로 정한 것이라 별 정보 없이, 좋게 말하면 배짱으로 간다. 가기 전에 확인한 것은 대만의 치안 상태인데 우리나라와 별 차이 없게 치안이 좋은 곳이라고 하니 별 문제될 것은 없다.
딸은 자유여행을 좋아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유여행이 아니라 ‘아빠표 패키지 여행’인 것이다. 아빠가 다 스케쥴 짜고 그 스케쥴대로 움직이는 여행이니 얼마나 편하고 자유롭고 풍족하겠는가…
딸아~~ 아빠도 너와 함께 하는 이 여행이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하구나~~ 다시 또 너와 단둘이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딸이 함께 가려할까???)
비행기는 Skyscanner를 통해 예약하고 (아시아나 항공. 1월 16일 오전 9시 45분 인천 출발, 1월 20일 오후 4시 45분 타오위안 출발)
숙소는 Triple이라는 App을 통해서 대만 용산사 근처의 시저 메트로 타이페이 (Caesar Metro Taipei) 호텔로 예약했다.
환전은 대부분의 은행에서 타이페이 달러로 환전이 안된다고 하여 미국 달러로 환전해서 대만에 가서 다시 타이페이 달러로 환전했다. (대만 공항에서 환전을 했는데, 물어보니 한국 원화로도 대만달러로 환전이 된다.)
공항가는 버스도 예매가 필요하여 미리 예매했고 (새벽 5시 58분 수내 출발) 새벽에 아내가 차로 바래다 준단다. (버스타고 예매)
그 외에 전에 태국 갈 때 잘 이용했던 Klook 이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대만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공항 지하철 (Airport MRT) 이용권과 도심 지하철 무한 이용권 (Fun Pass), 대만 4G 유심 등을 미리 구입해갔는데 현지에서 사도 별 차이가 없어서 꼭 미리 구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나머지는 현지에서 알아서 해결하기로 하고, 옷가지 등만 챙겨서 간촐하게 출발한다!
여보~~ 쏘리~~ 잘 다녀올께~~ 다음에는 당신도 함께 가자구~~. 당신 선물 많이 사올께~~ 🙂
아침 7시 쯤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방학 때여서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공항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여행은 비수기에 갔어서 이런 성수기의 공항모습은 익숙하지 않은데 그동안 봤던 중에 가장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길게 줄을 서서 나의 큰 여행용 가방만을 위탁수화물로 맡기고, 작은 딸랑구 가방은 그냥 기내에 갖고 타기로 한다.
출국 검사를 하고 면세점을 좀 보다가 식사를 하려는데 갖고 있는 신용카드가 공항 내 스카이라운지 무료 이용이 가능해서 처음으로 그곳으로 가본다. 나는 무료지만 딸랑구는 성인 요금이어서 값이 꽤 비싸다.
결론부터 말하면 먹을 것은 별로 없다. 조금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다는 것과, 커피, 생수, 음료, 맥주, 와인 등까지 다양하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크고, 이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신라면 컵라면이었다. 가성비는 좋지 않지만 공항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말이 안되니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다음에 나 혼자 공항 오면 잘 이용해야겠다고 미래를 기약한다.
대만은 처음 가보는데 필리핀 보다 많이 위쪽에 있고, 홍콩보다는 조금 위에 있다. 겨울인 지금이 우기로 일주일에 3~5일은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고 하고 낮 기온은 보통 14~18도 정도로 우리나라 가을 날씨 정도라고 한다.
인천 공항에서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까지는 약 2시간 약간 더 걸려서 매우 가깝다. 시차가 1시간 있어서 한국이 1시간 더 빠르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Airport MRT (Mass Rapid Transit)는 완행과 급행 두 종류가 있어 지하철 색깔도 다르지만 이보다는 좌석을 보고 판단하는게 더 편하다.
완행은 파란색이고, 모든 역을 다 서서 도심까지 50분 정도가 소요되고, 좌석이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벽을 따라 길게 좌석이 되어있다.
급행은 보라색이고, 몇몇 역만 정차하여 도심까지 30분 정도가 소요되고, 좌석은 우리나라 기차처럼 나란히 되어있다.
대만의 정식국호는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으로 우리가 중국이라고 하는 중화인민공화국 (People’s Republic of China)과는 미묘한 갈등을 안고 있다. 명목상의 영토는 중국 본토를 포함하나 실효 지배 중인 영토는 타이완 섬과 부속 섬들을 포함하여 36,197㎢ 면적으로 남한 면적인 10만378㎢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인구는 약 2,400만명으로 인구밀도는 방글라데시에 이어 세계 1위라고 하는데, 직접 가서 느껴본 바로는 그렇게 인구밀도가 높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한국과 달리 국가 전 지역에 인구가 골고루 분산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숙소인 Caesar Metro Taipei 호텔은 용산사역 근처에 있는데 공항 MRT의 종점인 타이페이역 (Taipei Main Station)에서 일반 도심 지하철을 타고 2정거장을 가야한다. 기존 공항 MRT 토큰으로 환승을 할 수는 없고, 새로운 토큰을 구입해서 타야하는데, 환승하기 위해서 정말 한참을 걸었다.
용산사역은 푸른색인 Bannan Line (BL)을 이용해야해서 딸랑구와 함께 여행용 가방을 끌고 BL만 따라갔다.
용산사역에 내려서 여행자 가방을 끌고 호텔로 가는데 주변 건물이 많이 허름하다. 느낌은 종로, 청계천, 세운상가 주변보다 더 낙후된 느낌이다. 딸랑구가 혹시라도 실망하지 않았나 했는데 내심 말은 안했지만 처음에는 좀 실망하고 우려했었다고 한다.
호텔은 2017년에 신축해서 매우 깔끔하고 세련되었다. 3시부터 Check-in 이지만 평일이어서 그런지 미리 check-in 하고 숙소로 올라간다. 2228호로 22층인데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방이어서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다. (북쪽으로는 강과 용산사 등이 보여서 전망이 더 좋은 것 같다.)
나는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하고, 자유여행 첫날에는 거의 대부분 도보로 주변 탐사를 한다.
내가 여행온 이곳이 어떤 곳이고, 무엇이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무엇을 보고, 듣고, 먹을 것인지를 자유롭게 두발로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딸랑구와 함께 나왔다. 1차 목적지는 용산사이다.
용산사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면서 느낀 네가지가 있다.
- 스쿠터 – 스쿠터가 엄청 많다.
- 편의점 – 편의점이 매우 많다. 세븐 일레븐과 패밀리 마트가 거리에 눈을 돌리는데로 보인다.
- 건물 – 건물이 매우 낡았다. 우리나라 종로나 청계천의 낡은 회색 건물들이 떠오른다.
- 넉넉한 신호등 시간 – 사람이 건너는 신호등의 길이도 차량 운행에 맞춰져서인지 보통 1분 이상이다. 90초 이상되는 신호등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호등 초반에 건너기 시작해도 보통 뛰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중간에 건너기 시작해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차량 신호등에도 시간 표시가 있어 얼마 있으면 신호등이 바뀔지 미리 알 수가 있다.
용산사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고 한다.
용산사는 중화민국 타이베이 시에 있는 사원으로,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1738년 청나라 시절 푸젠 성 이주민들에 의해 세워진 사찰로 중간에 소실되어 현재의 건물은 1957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돌기둥에는 조화를 이루며 조각된 용 뒤쪽에 역사적 인물들의 춤추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지붕에는 더 많은 모습들과 용들이 장식되어 있다. 이곳은 전형적인 타이완 사찰로서 도교, 불교, 토속신 각종교의 색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 Wikipedia
입구로 들어가면 뭔가를 접수하는 곳이 있는데 일반 관람은 무료이고, 그 접수처는 누군가의 소원 접수를 하는 곳인것 같다. 그 접수처 옆에 향이 펼쳐져있고 무료로 가져다가 불을 붙이고 향로에 꽂을 수 있다.
용산사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어 여행 기간 내내 아침마다 가서 향을 피웠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용산사의 풍경과 그 신도들의 바램의 모습이 매일 새로웠다.
용산사를 나와서 어디로 갈까 딸랑구와 얘기하다가 딸랑구가 좋아하는 밀크티, 정확하게는 버블티를 마시러 가잔다. 딸랑구가 검색을 해보니 우스란 (50嵐)이 그리 멀지 않다고 그리로 가잔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우스란 매장이 있던 그곳이 대만의 명동이라는 시먼이었다.
개인적으로 커피보다 차를 좋아해서 홍차와 녹차를 즐겨 마시는데 대만도 주요 차 산지로, 청차의 일종인 우롱차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차 잎으로는 녹차만 만들고, 홍차는 만들지 않아 우리나라의 홍차는 100% 수입이고, 50% 정도의 관세가 붙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홍차, 밀크티 등은 값이 꽤 비싼데 대만에서는 대략 2,000원 정도에 버블티 Large를 마실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고, 한국보다 맛도 진한 것 같다.
여행 기간동안 딸랑구와 하루 평균 3잔 이상 밀크티 혹은 버블티를 사 먹었다. 딸랑구가 너무너무 행복해했다. 딸랑구가 행복해하면 나도 역시 행복하다. 🙂
대만에서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는 딸랑구에게 맡겼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나와 데이터 쉐어를 해서 뚝딱뚝딱 검색을 하더니 이곳저곳을 제안한다.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딸랑구 제안에 따른다.
딸랑구가 제안한 곳은 ‘곱창국수’ 집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매우 유명한 곳이었다.
대만에서 유명한 우육탕 혹은 우육면을 먹고자 유명한 집을 찾아가보았는데 break-time 이라고 한다. 대만에서의 첫 식사를 간단한 곱창국수만으로 충분할까 싶은데 딸랑구는 괜찮다고 한다.
대신 디저트를 찾아보는데 딸랑구가 다시 매장을 택한다.
매장 옆에서는 케밥인지 전 인지를 손님이 줄을 서서 사가는데 이 망고 매장은 위치도 아주 좋고 잘 팔려야할 것 같은데 우리 말고는 전혀 손님이 없다. 사실 며칠 후에 다시 이곳을 왔는데도 손님이 없다. 우리가 구입한 매장이 손님이 많기를 바라는데 뜻대로 잘 안되네…
이 매장의 주인아저씨는 예술혼을 다해서 어마어마한 망고를 빙수와 함께 올리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으로 화룡점정을 했다. 주문 후에 받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대만도 망고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전에 태국에서 먹었던 것처럼 달콤한 망고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다.
밤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더니 하늘이 잔뜩 흐려서 조만간 비가 내릴 것 같다. 대만의 명동이라는 시먼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먼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구경할 것 구경하고, 살 것 사면서 대만의 첫날을 즐기다가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을 오면 딸랑구는 내 옆에 착 달라붙어 껌딱지가 된다. (안 그럴수가 없지… ㅋㅋ. 혹시 자녀와 더 돈독해지고 싶으면 둘이서 여행을 가는게 좋은 방법이 된다.)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는데 오는길에 있던 까르푸 매장에 들러서 이것저것 간식을 조금 샀다. 대만에서 유명하다는 파인애플 패스츄리라는 ‘펑리수’도 사서 호텔에 두고 매일 조금씩 간식으로 먹었다.
숙소로 돌아와 딸랑구와 함께 헬스장에 가서 걷기 운동을 조금 하고 돌아왔다. 태국 호텔의 헬스장은 여러 운동기구가 있었는데 이곳은 러닝머신만 있었다.
호텔 수영장도 있는데 1~2월에는 폐쇄한다고 하여 이용을 못했다. 헬스장을 통해서 들어가나본데 앞에 이렇게 반말로 써있다. 하하하.
운동을 마치고 호텔 방으로 돌아오니 호텔에서 선물로 준 자그마한 케잌이 놓여져 있다. 까르푸에서 사온 밀크티와 함께 아주 맛있게 먹었다.
딸랑구와 서로 얼굴에 마스크팩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한국에서 새벽 5시부터 일정을 시작했으니 하루가 참 길다.
딸랑구와의 소중한 여행 첫날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