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덕유산 향적봉 (2022년 7월 2일) (등반)
체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마음 정리할 일들도 많기에 아침마다 산책도 하고, 동네 뒷산으로 아침 등산도 하다가 제대로 등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덕유산으로 정했다.
참고로 설천봉에서 향적봉 구간, 안성분소(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동엽령 상행구간은 탐방로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7/17 일요일까지)
국립공원에는 가기 전에 반드시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확인하는게 여러모로 편하고 안전하고 좋다. (근데 막상 나는 사전에 들어가보지 않았다. 반성반성)
유럽 여행도 아무 정보나 준비 없이 그냥 배낭만 메고 떠나기도 하는데 등산 떠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전부터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탈 사이트의 등산 지원 카페를 통해서 몇번 등산을 다녀왔었는데, 이번에도 카페를 통했다.
참고로 이런 등산 카페가 제공하는 것은 버스 대절 서비스이고, 들머리에 사람들을 내려주고, 날머리에서 사람들을 태워서 돌아오는 서비스이다. 자기차량이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려면 비용과 시간, 노력이 많이 드는데 서로가 윈윈(win-win)인 편리한 서비스이다. (BM도 잘 만들었다. 산이 있고, 등산객이 있는 한 계속 지속될 서비스가 아닌가.)
덕유산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덕유산에는 전에 가족이 놀러갔다가 곤돌라 타려는 줄이 너무 길어서 결국 타지 못하고, 눈썰매만 타고 왔던 기억이 있고, 덕유대 야영장에는 2번 캠핑을 가서 기분 좋은 가족의 추억이 쌓인 곳이다.
오랜만에 가족 캠핑
무주구천동 계곡 산책 (오전)
즉, 덕유산 보다는 덕유대 야영장에서의 기억이 더 뚜렷하고, 덕유산에는 곤돌라가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편하게 덕유산을 골랐다. 높이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선택했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
가다가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20분쯤 정차하여 물도 빼고, 간식도 먹고 잠시 쉬어간다.
죽전에서 무주까지는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버스에서 등산 가이드께서 안내하기를, 오늘은 약 16km 거리이고, 시간은 7시간 주신다고 하셨다. 속으로 생각하기를, 그건 일반인 기준이니 나는 적어도 1시간은 일찍 도착하겠군 이라며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여유롭게 생각했다.
(등산이 끝나고 다시 집결하여 올라오는 곳은 삼공리 주차장으로 오후 5시 30분에 출발 예정이다.)
덕유산 안성탐방지원센터 분기점을 들머리로 해서 오전 10시 11분부터 등반을 시작한다.
동엽령은 해발 1,320미터로, 들머리인 안성에서부터는 약 900m 이상 올라야한다. 그동안 계속 운동을 안하고 있다가 한 2주정도 가볍게 산책한 것과 동네 뒷산 좀 올랐다고 체력이 바로 좋아지지는 않았을터, 힘든게 당연하다.
느낌이 수 년 전 설악산에 올랐을 때와 비슷하다. 그때도 운동 전혀 안하다가 예전 생각만하고 자신있게 오르다가 바로 뒤로 처지고, 20걸음도 못 걸어서 힘들어서 또 쉬고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하다.
한번 쉬고 나면 체력이 보충되어야하는데 쉬어도 보충이 안되는 것이다. 쉬고 나면 보통 100걸음은 걸을 수 있어야하는데 20걸음도 못 걷고…
이유는 여럿이 있을 것이다. 배낭도 무겁고, 날도 덥고, 산이 높고 경사도 만만치 않고, 목도 마르고…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체력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왜이리 졸린지… 힘들게 육체를 쓰지만 체력이 없으니 쉬라고 본능이 막는 것인지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자리에 앉아서 잘 수는 없어서 잠깐 눈만 감고 있었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결국 등산 스틱을 꺼내서 장착했는데 스틱이 큰 도움이 된다. 배낭도 무거운데 두 발로만 걷는 것보다 팔도 함께 지지하는게 발에 주는 부담도 분산하고 훨씬 편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를 반복하면서 내 뒤에 있던 분들이 하나, 둘씩 나를 추월해 간다. 그분들을 따라갈 엄두도 낼 수가 없다.
이번 등산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휴식은 있어도 멈추지 않으면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하더라! 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 것이다.
본래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발로 오르고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마음속에서는 계속해서 ‘정상까지만 가자. 그 다음에는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자‘ 라고 계속 속삭이더라. (결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발로 다 걸었다.)
힘들어서 쉬고, 다리 아파서 쉬고, 목이 말라서 또 쉬고, 한번에 10걸음 밖에 못 가기는 했어도 계속 갔더니 결국은 1차 목적지인 동엽령이 나왔다.
동엽령의 데크에 서서 주변을 잠시 조망하고, 앉아서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어 체력을 보충한다.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다. 썬크림을 꺼내서 드러난 피부에 바른다. (팔, 뒷 목, 얼굴 등)
잠시 쉬었다가 백암봉 쪽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지금까지 걷던 언덕 숲길은 아니고 능선으로써 그늘이 없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내 주변에는 등산을 좋아하는 여성분이 없다. 힘들고, 땀나고, 불편하다는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등산 말고도 보다 우아한, 힘들지 않은 스포츠들도 많으니까… 근데 이렇게 등산을 오면 놀라는 것은 여성 등산객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그 분들도 힘들고, 땀나고, 많이 불편할텐데 이 힘든 스포츠를 즐기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부럽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아마 남자 친구와 남친의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온 듯한 여성분을 봤고, 그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갔는데 한두번 온 등산 솜씨가 아니더라. 등산에 남녀가 따로 있지는 않은데 그렇게 같이 등산을 즐기는 커플을 보면 좀 부럽고, 주변에 그런 분들이 없어서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물을 2L를 가져왔는데 너무 더워서 물이 계속 들어간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은 별 도움이 안된다. 일단 배가 부르고, 많이 마신다고 갈증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물은 생명이기에 양 관리를 잘 해야하는데 마시고 싶은대로 마시면 감당이 안된다.
물이 부족해져서 좀 염려가 되었는데, 향적봉 아래에 있는 향적봉 대피소에 매점이 있어서 음료수 등을 판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처럼 더운 여름날의 등산에는 물 2L도 모자란다. 보통 여름 산행에는 2L, 그 외에는 1L를 기준 삼는다.
요즘 즐겨보는 웹툰 중에 네이버 웹툰의 ‘미래의 골동품 가게’가 있다. (링크)
한국형 판타지의 최고봉으로 생각들어 주변에 강력 추천하고 있다. (그림체, 스토리, 역사/야사 적 지식, 대사의 맛 등이 아주 쫀득쫀득하다.)
위에 있는 그로테스크한 나무를 보곤 그 만화에 나오는 산삼이 생각났다. 거기에서 거북이에게 매일 혼나는데 큰 벌을 받는 모습처럼 생각이 나서 그 위치를 지나쳤다가 다시 와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 날씨가 날씨인지라 등산하는 사람들이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 매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해서 매점 앞 테이블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들 중 많은 수가 곤돌라를 타고 내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순간 곤돌라에 혹 했지만 여기까지 힘들게 걸어서 왔는데 끝까지 내 발로 해야지.
향적봉 대피소에서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100m 떨어져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탐방을 진행하고 있어서 발도장 찍고, 인증 사진 간단히 올리고 주변을 돌아본다.
이제는 백련사쪽으로 내려간다. 이제 힘든 구간은 지났고 여유롭게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백련사를 지나면 무주구천동 계곡이 나오는데 그곳이 또 신세계지. (사실 거기가 기대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링크)
무주구천동을 통한 하산기로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