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등반 (2016년 9월 24일)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그냥 무작정 가방 메고 나왔다.
가방에는 사과, 북어포, 초콜렛, 슬라이스 치즈, 모시떡 이렇게만 넣고…
북한산 (삼각산)을 갈까 살짝 고민을 했지만 근처 산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아 청계산으로 정했다.
청계산은 신분당선이 지나가서 접근성이 아주 좋다.
그동안 청계산은 5~6번은 가본 것 같다.
사실 청계산은 내가 좋아하는 산은 아니다.
그 이유는
-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
- 등산 내내 사방의 시야가 막혀있고, 매봉에 가야지만 양재 코스트코 쪽만 조금 보인다.
- 계단이 너무 많다.
- 악명 높은 천개도 넘는 계단. 나는 흙길을 밟고 싶다고…
- 사람이 너무 많다.
- 엄청 많은 단체 등산객. 엄청난 곳곳의 술판.
- 군부대가 있다.
- 군부대 접근 금지 표지판. 철조망.
청계산 들머리는 여러곳에 있는데 나는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려 윈터골에서 올라가 매봉을 거쳐 이수봉을 지나 옛골로 내려왔다.
접근성이 좋은 곳답게 맛집이 참으로 즐비하다.
청계산을 가면 매번 가는 단골집이 있는데 옛골토성이다.
옛골토성은 체인으로 여러곳에 있는 것 같은데 청계산 옛골 부근에 있는 곳이 본점일 것이다.
이 곳이 맛도 있지만 산을 타고 내려와서 먹으면 무엇이라도 다 맛있다.
등산 버프인지 여기 옛골토성에서 먹은 오리와 해장국은 언제나 배신을 한 적이 없다.
가을이지만 가을답지 않게 날씨는 더웠고, 아직도 곳곳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더라.
어떤 철쭉은 계절을 속았는지 혼자 덩그러니 꽃이 피어있더라.
산이나 숲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청량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공기는 암울했다.
내심 오늘 날씨 참 좋다고 감탄(?)하며 다녔었는데 알고보니 그런 공기라니…
등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늘 청계산 산행은 그저 so so 였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곳곳에 펼쳐진 무지막지한 막걸리 술판과 거하게 취해서 왁자지껄 크게 얘기하는 분들이 온 산을 점령하고 있었다.
모처럼 땀을 쭉 빼고 숲속에서 흙길을 걸은 것은 즐거웠는데 자연속 힐링에 대한 내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다.
아직 목이 마르다.
오늘 충분히 걸었지만 내일 또 산을 오를지도 모르겠다.
간다면, 내일은 관악산?
Pentax K-5 + K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