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여행기 – 서론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내게도 역시…
어찌되었든 나도 한국 사람이고 그동안 이 땅에 살면서 보고 듣고 접하고 배우고 느낀 것들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을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가보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2006년에 라스베가스 CES에 참관할때 일본 나리타 공항을 거쳐갔으니 그때 잠깐 일본에 내렸던 적은 있다. 단지 그뿐이다.
일본을 가지 않은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 가깝다.
- 나중에라도 갈 수 있으니 한살이라도 젊을때 먼 곳, 가기 힘든 곳을 가보자… 라는 생각
- 방사능이 무섭다.
- 후꾸시마는 북쪽이지만 일본 남쪽을 간다고 해도 그곳의 공기, 물, 유통물, 농수산물, 해산물 등이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 나이 먹은 나나 아내는 그렇다치더라도 우리 애들이 그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 지진이 무섭다.
- 우리나라보다 내진설계가 잘되어있다고 하지만 툭하면 일본 지진 보도가 TV에 나오지 않는가?
- 우리나라도 요즘 천년 고도 경주에 지진 보도가 잦은데 불의 고리에 속해있는 일본은 왠지 우리가 여행을 가면 바로 지진이 날 것 같다, 기다렸다는 듯이…
- 가뜩이나 우리 가족이 움직이면 안오던 비도 내리고 태풍도 분다고 하던데… 지진이라고 가만 있을까???
-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 일본에서는 정말 기본적인 영어도 통하지 않는다고 다녀온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 나는 정말 일본어의 ‘기역’도 모른다. 그걸 새로 공부하기는 어렵고… 영어 안내도 잘 안되어있다고 하니 어쩌란 말인가… (사실 일본어 글자는 내게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글자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쿨럭…)
- 전에 호주 배낭여행을 갔을때 유스호스텔의 같은 방에 있던 일본 동경대학교 재학생은 ‘young man’을 ‘영구만’이라고 발음을 해서 기가 막힌 적이 있었다. 일본 동경대학교면 일본 최고의 대학 중 하나가 아닌가…
- 반일
- 교육, 환경, 사회의 영향을 받았겠지…
- 역사적으로도 조선시대의 왜란, 한일합방,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 일본은 그리 호감가지 않는 나라임이 사실이다.
- 반한
- 일본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지역,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 얼마전에는 한국인 대상으로 초밥 와사비 테러도 있지 않았던가… (그게 오사카라던데…)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혹은 ‘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백가지도 더 댈 수 있다고 아내와 종종 얘기를 한다.
날씨가 어때서, 교통이 어때서, 기분이 어때서, 꿈이 어때서, 다리가 어때서… 어때서… 어때서… 어때서…
이 세상에는 두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해서는 안되는, 하고 싶지 않은, 하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안하는 사람과
똑같은 그 수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하는 사람.
생각을 바꾸었다. 위의 그 이유들(거리, 방사능, 지진, 언어, 반일, 반한)에도 불구하고 가보자.
내가 직접 가서 접해보고 판단해보자.
그럼 왜 하필 일본을 이때 골랐는가?
아내와 아이들이 일본을 가고 싶다고 해서이다.
일본이 너무 가보고 싶다고…
아마 지인이나 친구들이 가보고 많이 추천을 했었나보다. 일본 여행이 매우 괜찮았다고…
해도 바뀌었고, 1월 초에 아내와 딸 생일도 끼어있는데 그때 생일 선물 겸 기념으로 일본 여행 다녀오자고 결정했다.
그럼 또 결정할 것은 여행의 종류이다. 패키지로 할 것인가, 자유여행으로 할 것인가…
패키지 여행은 딱 두번 가봤다.
부모님과 함께 한 거제도 1박 여행과 어머니와 함께 한 가족 유럽여행 (6개국 12박)
패키지 여행은 가성비는 좋을지 몰라도 효과적인 면에서는 빵점이다.
내게 있어 패키지 여행은 너무도 수동적인 여행이고 자동적인 여행이어서 후에 남는게 없다.
왜 그런 코스를 밟았는지, 내가 어디서 묵었는지, 내가 어디를 갔었는지 등 하나도 남는게 없다.
물론 사진을 보면 알 수가 있겠지만 사진은 내가 아니다.
가족들에게 패키지 여행의 추억에 대해 물어봐도 별로 뚜렷이 말하는게 없다. 그냥 갔었다는 어렴풋한 기억만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에도 자유여행으로 가고 싶은데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조금 망설여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일본어도 모르는데 자유여행으로 가족들과 함께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사실 이번에는 패키지로 가서 일본 여행 경험을 하고 그 다음에는 자유여행으로 가기로 아내와 얘기를 했었다.
따라서 패키지를 알아보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일정에 맞는 상품도 없었다.
내가 여행이 가능한 일정은 1월 6일부터 9일까지 뿐이고 그 이후는 프로젝트로 인하여 시간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때가 이미 날짜는 1월 3일. 준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거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뭐 별거 있겠어? 그냥 가면 가는거지…
완전한 자유여행으로 전면 궤도 수정!
그럼 정할 것을 순서대로 보면
- 일본 여행을 할 것인가? -> 오케이!
- 자유여행 v.s 패키지 -> 자유여행!
- 일본 어디로? -> 몰라~~ 일단 오사카
오사카를 고른 이유는
- 후쿠오카는 너무 가까워~~ (여긴 다음에…)
- 도쿄 보다는 다른 곳이 좋을 것 같애…
- 도쿄 위쪽으로는 방사능이 겁나고, 너무 추울 것 같애.
- 오키나와는 본토가 아니잖아…
이렇게 하니 오사카가 자연스럽게 골라졌다.
목적지가 정해졌으니 이제 준비할 것은
- 비행기표
- 숙소
- 환전
- 여행 계획
이 남았고, 더 정확히 말하면 1, 2, 3은 필수이고 여행계획은 어찌어찌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사실 숙소도 정하지 않고 그냥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정해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 혼자라면 그렇게 할텐데 가족들을 데리고 가는 여행에서 그런 모험은 좀 무모하고 무책임해보였다.
비행기표는 skyscanner를 통해 시간 경제성, 비용 경제성 기준으로 선택했는데 1월 6일 오전 8시 30분 출발 아시아나로 했고, 돌아오는 편은 1월 9일 오후 8시 25분 출발 아시아나 항공으로 했다. 뭐 3박 4일 여행이지만 아주 꽉 찬 4일 여행이 될 것 같다.
숙소는 hotels.com 에서 사용기를 보고 골랐는데 탁월하게 선택한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호텔 특유의 그 쾌쾌한 냄새를 아주 싫어한다.
특히 복도에서 나는 그 호텔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
내가 고른 그 호텔은 새로 단장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바닥이 일본식 다다미로 되어있어 신발은 1층에서 벗어 신발장에 넣고 맨발로 다닌다고 후기에 쓰여있었다.
2층에는 천연 온천이 있어 투숙객들은 매일 온천을 할 수 있다고도 하고…
사실 호기심 많은 딸은 숙소 관련해서 어디서 들은 게 있어서 특별주문을 한게 있었다.
캡슐호텔에서 자고 싶다고… 🙂 (얘야~~ 그건 나중에 아빠와 단 둘이 갈때 한번 해볼까? 🙂 )
고른 호텔은 온야도 노노 남바 (Onyado Nono Namba Natural Hot Spring)로 니폰바시역에서 1분 거리이고 도톤보리에서 5분거리에 있다.
좋은 세상이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편하게 예약 및 결제도 할 수 있고…
이렇게 호텔 예약을 한게 1월 5일 아침이었다. (여행은 다음날인 6일 아침 출발!)
환전은 인터넷 뱅킹을 통해 환율우대를 받고 점심시간에 은행매장에 가서 받았다. 본래 환전은 그리 많이 하지 않고 필요하면 카드를 쓸 생각이었는데 집사람이 주변 지인들에게 들은 바로는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 결제가 활성화가 안되어있다고 환전을 더하자고 해서 생각했던 금액의 두배를 환전했고 결과적으로 그게 맞았다.
여행자 보험은 예전에는 삼성카드로 비행기표를 구입하면 공짜로 가입해주는 S.TravelCare가 있어 2016년 스웨덴 쿵스레덴에 갈때에도 그걸로 무료 가입을 했는데 언제부턴가 바뀌어서 단순히 삼성카드로 구입하면 안되고 삼성카드여행 사이트에서 삼성카드로 비행기표나 여행상품 구입시에 가입이 된단다. 따라서 다른 곳에서 대충 적당한 것으로 여행자 보험까지 가입했다.
여행 계획은… 음… 별로 한게 없다.
여행기를 찾아보고, 회사 지인들에게 어디가 좋았냐고 물어보고… 근데 여행이란게 나만의 여행이 의미가 있지 남의 경험, 남의 궤적을 따라 가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에 대충 참고만 하고 그런 내용들을 토대로 대략적인 스케쥴을 짰다.
오사카에서 하고 싶은 것, 유명한 것들을 정리해보니
- 식도락
- 교토 관광
- 온천
- 유니버설 스튜디오
- 시내 구경
- 오사카 성
- 수족관 (카이유칸)
등이 잡혔고 이를 토대로 대략적인 일정을 잡아보았다.
- 1일차: 출발, 남바 시내 구경 (도톤보리)
- 2일차: 교토
- 3일차: 온천여행 혹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 4일차: 시내 관광과 오사카성
가기 전에 고민이 일본에는 교통패스가 여러 종류가 있어 그 교통패스를 사면 시설 입장료나 관람료를 할인해주거나 무료로 하는것도 있다던데 그걸 살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살것이면 한국에서 미리 사 갈 것인가, 그곳 현지에서 살 것인가.
사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것에 얽매여 바삐 돌아다니는 여행이 되기가 쉬울 것 같고, 안 사면 왠지 손해(?)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고민이 있을때마다 결론은… 여행은 가볍게 떠나자~~ 였다.
여행은… 준비가 아니다.
없으면 없는데로, 필요하면 그때가서… 한국에서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가 전부도 아닐 거고 최선도 아닐거고 최신도 아닐테니 현지 정보로 판단해서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결국 교통패스는 구입하지 않았고 돌아와서 생각하니 구입안한 것은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너무 비싸고 그것 때문에 괜히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그외 준비한 것으로 일본에서의 통신을 위해 ‘포켓와이파이’라는 것을 대여 주문했다.
통신 egg라고 생각하면 된다.
로밍을 해도 되겠지만 비싸고, 포켓와이파이는 들고다니는 Access Point로 일본의 LTE망을 쓰게 해주고 휴대폰 등과는 WI-FI로 접속이 되며 한 기기에 여러명이 접속할 수도 있고 대여가격도 일일에 3,500원으로 로밍보다 훨씬 싸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국가별 포켓와이파이 대여 상품이 꽤 있어서 적당한 가격과 서비스로 신청하면 되고 제품 수령과 반납은 보통 공항내에서 한다.
이렇게 나름 필수로 생각하는 준비가 끝났고 이제 나머지는 자잘한 것들 (옷, 개인용품 등)만 챙겨서 떠나면 된다.
그동안의 여행 경험을 보면 여행에서 가장 기쁠때는 이렇게 여행 준비를 하고 집을 떠나 공항으로 떠날때인 것 같다.
가족들이 무척 가고 싶어했지만 내가 그리 내켜하지 않아 매번 후보지에만 오르고 선택되지 못했던 일본, 오사카로 이제 간다.
이번 여행은 어떤 즐거움과 추억을 안겨줄까…
기대된다, 오사카!!